이런 바보들을 상대하다 보면 수사관들이 거짓 수사 기술로 허세를 부려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그 실례로 미시시피주의 혼 레이크 경찰이 심문을 하기위해 오토바이 절도 용의자를 체포한 적이 있었다. 그날 오후 절도 신고를 받은 기동순찰대는 이 오토바이 절도범(지역에서 유명한 말썽꾼)을 추격하여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접근했지만 놓치고 말았었다.
CSI 수사관의 거짓증거
나중에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가는 절도범을 붙잡았고 차 뒷자리에서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오토바이 배기통을 발견했다. 용의자는 친구의 오토바이를 수리하고 있었고 배기통은 그 오토바이에서 떼어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날 오토바이를 탄 적조차 없다고 범행을 부인했다.본서로 호송된 그를 취조하던 린 브라운 경관은 그에게 CSI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지, 그리고 CSI 수사관들이 특수한 푸른 광선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증거를 찾아내는 걸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브라운 경관은 열쇠고리에서 떼어 낸 작은 레이저 광선과 경찰서 사격장에서 사용하는 보호 안경을 내보이면서, 만약 그날 용의자가 오토바이를 탄 일이 있다면 그 광선과 안경으로 오토바이 상표 바로 밑에 찍힌 손자국과 일치하는 흔적을 그의 손에서 찾아낼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브라운 경관은 장난감 레이저 광선을 용의자의 손에 비추고는 동료를 향해, “흠, 이제 이 자에게 어떤 죄목을 적용할 지만 결정하면 되겠는데 그래.”라고 말했다. 브라운 경관의 말에 따르면 그 순간 그 터프가이가 그의 팔을 잡더니 “경관님 잠깐 얘기 좀 합시다.”라고 하고는 모든 걸 다 털어놓았다고 한다. (미 연방법은 거짓 약속을 하지 않는 한 심문자가 이런 식의 속임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증거과잉의 훌륭한 실례
최근 발생한 갱단 살인 사건 직후, 휴스턴 과학수사대의 크리스토퍼 던컨 경관은 피해자가 타고 있었던 차의 겉면에서 지문을 채취했다. 물론 지문 채취는 의례적인 과정일 뿐이었다. 하지만 던컨은 “TV에서 과학 수사에 대한 내용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범죄자들이 여전히 지문을 남길 만큼 멍청하다는 데에 놀라곤 합니다.”라고 말한다. 이 사건의 경우 지문 채취기를 통해 자동차 외부에서 55벌의 지문을 찾아낼 수 있었다.
“범인이 피해자를 위협하려 했던 게 분명합니다. 총을 쏘기 전에 그는 맨손으로 자동차 여기저기를 쳤죠.” 이 살인자는 그런 손찌검을 할 때는 장갑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것 같다. 그 결과, 증거 과잉의 훌륭한 실례를 남기긴 했지만 말이다. 사실 한 벌의 지문만으로도 자동 지문 식별 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 조회하기에 충분했다.한편, 켄터키주 분 카운티 보안관실의 티모시 카나한 경관은 최근 발생한 주유소 강도사건 증거물인 감시 카메라 테이프를 반복해서 살펴보던 중에 범인이 현장을 벗어나면서 쓰레기통에 무언가 던지는 모습을 포착했다.
범인자신이 사진증거 남겨
그 쓰레기통에서 카나한 경관이 발견한 것은 구겨진 입사 지원서였다. 점원은 범인이 지원서를 한 장 달라고 한 뒤, 현장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사라질 때까지 입사 지원서를 작성하며 시간을 끌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지원서에 적힌 주소는 범인의 실제 주소였지만 카나한은 강도가 진짜 집주소를 적어 놓았으리라고는 생각치도 않았다.
“그래서 그 집으로 직접 찾아가서 확인하는 대신에 감시 테이프에서 그의 얼굴 사진을 뽑아낸 다음 지원서 뒷면에 열거된 이전 근무지를 찾아갔습니다.” 고용주들은 그 사람을 알아봤을 뿐만 아니라 지원서에 적힌 정보들이 모두 정확하다는 사실까지 확인시켜 주었다.
CSI 수사관 제프 맥카터가 담당한 테네시주, 세비어 카운티의 교회 침입 절도 사건의 경우에는 감시 카메라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범인이 친절하게도 자신의 사진을 남겨 두었다. 맥카터는 각 방을 살피던 중, 주일 학교의 책상 위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사진을 발견했다. 사진(자신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팔을 뻗어 찍은 얼굴 사진) 속의 인물은 주일 학교 선생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맥카터는 “바로 그때, 밖에 있던 경관에게서 길을 걸어가던 수상한 남자를 체포했다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라고 그때를 회상했다. 그는 체포된 남자를 보기 위해 내려갔다. “사진 속의 남자라는 걸 바로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들이대자 범인은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지문만큼 확실한 타이어자국
범죄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리석은 짓이다. 하지만 그와 관련된 얘기들은 그보다 더 바보스러운 것들이 많다. 테네시주, 녹스 카운티의 화재 수사관 마이크 달톤은 최근 발생한 자동차 절도 및 방화 사건을 담당하고 있었다. 사건과 관련된 세 명의 남자는 어떤 사람이 자신들이 몰고 가던 차를 정지시키고 자신들을 내리게 한 후, 자동차를 근처의 주차장으로 몰고 간 다음, 차에서 내리더니 차량에 불을 지르고는 도망갔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달톤은 보통의 수사관처럼 절제된 말투로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였습니다.”라고 말한다.
왜 굳이 자동차 절도 현장에 뛰어들어, 뒤쫓아 올 수도 있는 사람이 여럿 보는 앞에서 차에 불을 지르겠는가?지문의 백과사전을 남겨 놓았던 앞서의 그 얼간이와 마찬가지로 이들도 자동차가 (특히 불이 붙은 경우에) 지문만큼 확실한 증거를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바로 타이어 자국이다. 달톤은 불에 탄 자동차 근처에서 수상한 화재 흔적을 발견했다. 그는 그 흔적을 위에서 본 모습이 궁금했고, 보안관실의 비행대에 공중사진을 부탁했다.달톤은 “사진에는 주차장에 있는 소용돌이 모양의 화재 흔적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사진을 제시하자 세 명은 더듬거리며 다음과 같이 자백했다.
범인들의 무지한 실수
전날 밤 그들이 근처의 나이트클럽으로 차를 몰고 가던 중 휘발유가 떨어졌다. 차의 연료계가 오래 전부터 고장 나 있었기 때문에 운전자는 트렁크에 휘발유통을 싣고 다녔다. 그는 주차장의 정류장으로 차를 밀고 간 후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휘발유를 넣으려 하고 있었다. 그때 한 친구가 그를 도운답시고 라이터를 켰고 운전자가 내려놓은 휘발유통에 불이 옮겨 붙고 말았다. 그러자 운전자는 화염에서 차를 멀리 떨어뜨리기 위해 차에 뛰어들었다.
주차장이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자동차는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다 멈춘 후에 불이 붙은 통을 향해 다시 미끄러져 내려왔다. 뒷바퀴에 휘발유통이 끼어 버린 자동차는 나선을 그리며 회전한(그래서 나선형의 자국이 남은 것이다) 후에 교회 벽을 들이받고 멈춘 것이다. 그들은 결국 방화, 사유 재산 파괴 및 거짓 진술 혐의를 받게 되었다.물론, 무지한 실수를 범하는 건 범인들만이 아니다. 과학 수사 곤충학자 닐 하스켈은 살인 사건과 관련하여 검시관에게 부검 중에 혹시 곤충이 발견되는지는 않았는지 물어보았던 때의 일을 이렇게 회고한다. “검시관은 ‘아니오. 방금 제가 손에서 씻어낸 벌레 몇 마리가 다였습니다.’라고 하더군요.” 그 벌레는 하스켈과 같은 과학 수사 곤충학자가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구더기였을지도 모른다.
고산식물과 일치하는 증거물
볼더에 있는 콜로라도 대학의 과학 수사 식물학자인 제인 벅과 데이비드 노리스는 최근 아내를 살해한 후 산의 협곡에 시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의 집에서 증거가 될 식물을 수집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벅과 노리스는 그 협곡에 자생하는 고산 식물과 일치하는 잎이나 줄기 등의 흔적을 발견하기를 바랬다. 하지만 열의가 과하게 넘쳤던 CSI는 산업용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고 말았다. 이는 카페트에서 코케인과 같은 증거물을 수집하기 위해 사용되는 초강력 청소기이다. 이건 마치 모래성에 송풍기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진공청소기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증거로 사용할 만한 파편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벅은 CSI가 용의자의 차에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기 전에 그들을 막을 수 있었다. 자동차에서 그들은 고산 식물과 정확히 일치하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여 검사의 유죄 구형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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