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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와 약물의 결합

약물전달 마이크로칩, 코분무형 독감백신 등 약물전달체계(DDS) 기술을 활용한 신제형의 약물들이 개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최인성 교수팀은 ‘약물전달 마이크로칩’을 개발했는데 이 칩을 사용하면 항암제, 호르몬제 등 기존 약물을 1번 투입 후 140일간 몸속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녹십자 상아제약은 미국의 바이오벤처 메드임뮨(Med Immune)이 지난 6월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시판승인 받은 코분무형 독감백신 ‘플루미스트’를 내년에 공급한다고 최근 밝혔다. DDS(drug delivery system)란 기존에 개발돼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목표한 곳에 전달되도록 약을 가공하는 기술. 이 DDS 기술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 되가는 것으로서 우리가 약을 투약하는 여러 군데서 볼 수 있다. 몸이 어딘가 뻐근하고 아플 때마다 붙이는 파스가 가장 고전적인 DDS 기술이면서 대표적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획기적 신물질에 기초한 신약개발의 어려움으로 인해 점점 각광받고 있는 DDS 기술의 탄생 배경과 최신 연구 성과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무릅에 병이 나서 치료제를 써야할 때 그 약은 무릅에 집중적으로 가야한다. 눈이나 팔이나 위장이나 이런 곳에 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필요한 곳에 정확하게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 즉 DDS 기술이 필요하게 되는 이유다.또 당뇨병처럼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매일 매일 주사를 맞아야한다고 할 때 그 스트레스는 엄청날 것이다. 주사 한방에 끝내거나 차선책으로 매일 맞아야 하는 것을 한·두달에 한번씩 맞는 제형을 개발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또한 주사를 맞는 것 보다 그걸 먹는 게 훨씬 좋을 경우 경구용제제를 만들거나, 약 먹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파스같이 팔이나 등에 붙여서 효과가 있으면 또 어떨까?

이렇게 붙이기만 해서 약효가 있다면 피부를 아프게 하는 주사제보다 훨씬 환자의 만족감이 좋을 것이다. 다른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안약처럼 눈에 점안한다던 지, 좌약처럼 삽입한다던 지, 코로 흡입한다던 지. 경구용 호르몬을 바른다던 지 생각할수록 여러 방법이 있다. 이처럼 약을 효과적으로 사람에게 편안하도록 개선시키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DDS 기술의 탄생 이유다.

DDS의 산업적 중요성
DDS 기술은 이처럼 환자의 니즈(Needs)를 충족하는 한편 제약기업들의 의약품개발 측면에서도 상당히 부가가치가 있는 기술이다. 하나의 획기적 신물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천억원 이상의 투자비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이상의 세월이 소요된다. 또 돈과 시간만 투자한다고 무조건 신약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개발하다가 하나 삐끗하여 투자원금 및 시간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도 있다.

반면에 DDS 기술을 이용한 의약품 개발의 경우 안전성 및 유효성이 입증된 기존 약물의 제형을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간과 비용은 덜 들고 리스크는 줄어들기 때문에 각광받고 있다. 약은 이미 나와 있으니 그 약을 가공하는 기술만 개발하면 DDS제형 개발은 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신약개발 경험이나 여력이 다국적 제약사들에 비해 열악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DDS 기술을 응용한 제형의 개발은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에 진출하여 경쟁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DDS 기술의 신동향
과거에는 파스와 같이 피부에 붙이는 패취, 트라스트 제형의 DDS 기술이 기존약물에 적용돼 환자의 편리성을 도모하고, 이 기술이 적용된 의약품의 부가가치를 높여 왔다. 국내 사례를 보면 태평양제약이 관절염치료약물인 케토프로펜(상품명 케토톱)을 플라스타(파스)제형으로 개선, 경구용 투여시 발생하는 위장장애 부작용을 줄여 붙이는 관절염 치료제 국내시장에서 연간 300억원대의 스테디셀러가 됐다.

케토톱, 트라스트 등 경피투여(Transdermal) DDS 기술이 적용된 약물들의 경우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패취에 약물을 입히고 마이크로칩이나 피부활성물질을 활용하여 약물을 피부에 침투시킨다. 이밖에 기존 약물에 흡수를 용이하게 하거나, 부작용을 덜기 위한 목적에서 다양한 DDS 기술을 적용한 사례를 보면,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의 마이크로에멀젼 기술 적용, 관절염치료제 케토프로펜(Ketoprofen)의 폴록사머 기술 적용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이같은 고전적 DDS 기술에서 탈피해 △마이크로 수준을 나노수준으로 극미세화하거나 △생분해성 고분자를 재료로 한 제제를 개발하거나 △온도감응성 마이크로캡슐로 표적 암을 공격하거나 △약물 흡수가 용이한 코점막을 통해 흡수시키는 DDS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나노기술을 적용한 DDS 기술
모든 의약품의 숙제인 난용성 해결은 결국 얼마만큼 약물입자의 크기를 잘게 쪼갤 수 있는 가의 문제로 귀착되고 있는데 한미약품 중앙연구소는 그동안 축적된 ‘마이크로에멀젼 기술’의 노하우를 살려 한차원 높은 나노기술인 ‘자가미세유화시스템(Self-microemulsifying drug delivery system)’을 개발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8월 이 DDS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스피드펜 나노’란 제품으로 선을 보였다. 나노기술은 10억분의 1m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한미약품은 기존 두통약의 주성분인 ‘이부프로펜’은 흡수가 잘 안 돼 효과가 늦고 위장자극이 심했지만 나노기술로 입자를 잘게 쪼개면서 단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생분해성 고분자를 이용한 ‘약물전달 마이크로칩’
DDS 기술의 변천은 1960년대 주사 및 주입형태→1970년대 좌약식 형태→1980년대 비강 및 구강으로 투여→1990년대 피부, 폐, 구강으로 투여→2000년대 약물전달 마이크로칩 개발에 이르기까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0월 한번 이식하면 시간에 맞춰 적정용량의 약물을 140일간 방출하는 ‘약물전달 마이크로칩’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최인성 교수팀이 개발했다고 밝혀 세인의 관심을 모았다. 체내에 삽입되어 필요한 시기에 정해진 양의 약물을 방출하고, 방출후에는 체내에서 녹아 없어지는 약물전달체계 일명 ‘약물전달 마이크로칩’은 녹아 없어진다는 점에서 이식형 DDS 기술의 한단계 발전을 의미한다.

기존 이식형 DDS 기술로 널리 알려진 오가논의 팔 이식형 피임약 임플라논은 한번 시술로 3년간 피임 효과를 발휘하지만 3년 후에는 약물을 담아 서서히 방출하는 작용을 하는 봉을 빼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임플라논에 비해 약물전달 마이크로칩은 상업화 될 경우 항암제나 호르몬제의 복용이나 투여를 통한 약물 전달이 필요 없으며, 인체 삽입 후 녹아 없어지기 때문에 환자의 편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약물용량이나 투여시기가 인간이 아닌, 마이크로칩 자체에 내재된 화학적 정보에 의해서 제어된다는 점에서 자체완성형 마이크로칩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크로칩 자체 및 약물 포장을 생분해를 일으키는 여러종류의 고분자 중합체로 설계하여, 각각의 약물들이 정해진 시간에 따라 체내로 방출된다.

지속적 약물전달이 아닌 정해진 시간에 따라 약물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호르몬제를 포함한 단백질 약물 치료에 특히 효과를 나타낼 수 있으며, 에이즈와 같이 동시에 여러 종류의 약물 치료가 필요한 환자나 복용 시기를 기억하기 힘든 치매환자 등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현재의 시제품 형태로도 하나의 칩을 최대 140일간 사용할 수 있으나, 연구의 진전에 따라 원하는 기간 즉 길게는 몇 년동안 사용할 수 있는 칩을 만들 수 있다”며 “환자 개개인에 따라 다른 형태의 물질과 약물을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맞춤형 약물전달 마이크로칩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온도 감응성 마이크로캡슐 DDS 기술
인체내 효소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변형된 마이크로 캡슐이 열추적 방식으로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DDS 기술 일명 스텔스 리포좀기술을 활용한 의약품 개발도 시도되고 있다. 원하는 부위에만 작용하도록 캡슐이 특정온도에만 녹게하거나 항원, 항체반응으로 목표지점에서만 터질 수 있도록 캡슐 표면을 변형하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또 목적지에 닿기 전에 백혈구, 세균분해효소 등의 면역체계로부터의 공격을 막기 위해 표면에 변형을 가하는 것도 핵심기술이다. 이 스텔스 리포좀기술은 의약선진국에 의해 시작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동성제약이 암퇴치를 위해 온도감응성항암제, 미사일항암제 등 2건의 DDS 기술을 개발 중이다.

백신주사를 코분무 DDS 기술이 대체
DDS의 성공은 얼마나 더 쉽게, 얼마나 더 유효한 경로로 약을 원하는 곳에 전달하는가에 달려 있는데 주사로 맞는 독감백신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한 ‘코분무형 독감백신’인 ‘플루미스트’가 개발돼 내년에 국내 발매를 앞두고 있어 주목된다. 이 백신은 주사용 독감백신과는 달리 코에 뿌리는 경점막 약물전달 기술로 기존 백신보다 탁월한 면역효과를 획득할 수 있다. 반면 경정막 약물전달 기술은 소화기계통과 간의 대사순환 경로를 거치지 않으면서 약물이 직접 순환기를 통해 유입되도록 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효능이 탁월하다.

DDS 기술의 끝없는 발전
주사제형을 장기간 투여할 경우 피부괴사 등 부작용으로 인해 경구용제제, 1일 제형을 1주제형으로 개발하는 등 다양한 DDS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당뇨주사의 경우 매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소아당뇨환자는 물론 성인 환자도 고충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으나, 최근 수년간 당뇨병치료제가 개발돼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DDS 기술의 유용성을 느끼게 하고 있다.

또 인간성장호르몬의 경우도 주사제형으로 매일 맞아야 하는데 LG생명과학이 1주제형의 인간성장호르몬을 개발하고 있어 머지 않은 장래에 이 주사를 맞아야 하는 성장호르몬 결핍 외소증 환자들에게 희소식을 전해 줄 전망이다. 이처럼 DDS 기술은 기존 약물의 인체 흡수를 돕고, 부작용을 낮추는 장점으로 인해 인류역사와 함께 꾸준히 발전해 나갈 것이다. 제약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획기적 신물질 개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제약기업들의 DDS 기술개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선호 일간보사 의약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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