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에어버스가 A380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고 항공사들이 A380의 탄생을 고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한 대에 275백만 달러인 A380의 주문량이 이미 129대를 넘어섰다), 아직까지 이 프로젝트는 커다란 도박일 뿐이다. 에어버스는 이 항공기를 제조하기 위해 엄청난 기술투자를 했고 충족하기 힘든 성능(연료효율성, 소음감소, 운영비용 등)을 약속하고 있다. 동시에 전세계 항공산업은 테러와 경기침체 그리고 정부들의 무대책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
하여튼 A380은 거물이다. 4개 엔진은 747기에 탑재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수평 안정판은 전형적인 200석 규모의 여객기 날개 전체와 맞먹을 정도로 크다. 복층으로 되어 있는 승객탑승 데크는 전면부에서 꼬리까지 이어져 있다. 표준 탑승객수는 555명이고 최대 탑승인원은 820명이다. 나중에 생산될 확장형 버전은 1천명을 넘어설 것이다. 세계 전역의 공항들은 이 엄청난 승객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개조공사가 한창이다. A380은 항속거리나 고도상승 속도면에서 747보다 뛰어나며 연료효율도 우수하다고 한다(또한 보잉이 생산할 수도 있다고 747기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야만 한다).
효율성도 중대한 문제다. 항공사들은 이미 소유하고 있는 기종보다 효율성이 낮다면 새로운 기종을 구입하지 않는다. “A380이 투자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시트마일코스트(seat-mile cost:승객 1명당 1마일 수송하는데 드는 비용)를 15~20% 개선해야만 합니다”라고 A380 날개담당 수석엔지니어인 롭 브레이는 말한다.
이러한 성능을 달성하기 위해 에어버스는 몇 가지 신기술을 접목했다. 에어버스는 이전 세대의 CFD(전산유체역학:computational fluid dynamics)보다 훨씬 더 정교한 CFD를 사용했다. 이 새로운 프로그램은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날개와 엔진실 사이의 기류와 같은 복잡한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컴퓨터 디자인을 고체 수지 물체로 전환하는 광조형(stereolithography)기법은 하루 밤 사이에 CFD 디자인을 풍동 모델로 만들어 어려운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A380의 수석엔지니어인 로버트 라폰탄은 상용항공기 설계는 오랫동안 발전할 만큼 발전해 왔기 때문에 효율성이 크게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었다고 말한다. 에어버스는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신소재를 사용함과 동시에 기존 소재는 새로운 방법으로 적용해야만 했다. A380은 탄소섬유복합소재로 만든 중앙날개박스(center wing box-동체와 날개를 결합하는 역할을 함)를 사용한 최초의 여객기다. 날개박스는 2만 2천파운드로 금속소재보다 1톤이 더 가볍다.
하지만, 전형적인 항공기 금속소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새로운 합금과 금속 조립방법이 빠르게 진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날개 뼈대를 조립하는데 리벳을 사용하는 대신 에어버스는 영국 브리스톨 인근의 공장에서 마키노(Makino) 고속 기계장비를 사용했다. 커팅 헤드(cutting heads)는 가로세로 13 X 6피트, 무게 2,5톤의 알루미늄 합금 슬라브를 반나절 만에 완전한 날개 뼈대 모양으로 만들어냈다.
A380 뼈대의 상당부분이 신기술로만 만들어질 수 있는 고효율 초경량 개방 프레임이다. A380 엔진설계자들은 효율성과 파워뿐만 아니라 소음문제도 개선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특히, 2000년 싱가포르 에어라인은 보잉과 에어버스를 상대로 그들의 항공기가 아시아로 가는 유럽최대의 관문인 런던의 히드로 공항의 엄격한 소음기준을 초과한다고 이의를 제기해 소음문제 해결이 더욱 절실해졌다(히드로 공항은 저소음 항공기에 더 많은 이착륙 슬롯을 제공하는데, 그 당시 보잉은 싱가포르 항공기 시장에서 에어버스의 A380과의 경쟁상대로 개념상으로만 존재하는 747X를 내세웠다).
에어버스는 A380의 날개디자인을 수정하였으며 두 개의 엔진공급업체는 엔진에 더 큰 팬을 달았다. 팬이 커지면 동급의 구형 엔진보다 더 많은 양의 공기를 흡입할 수 있고 소음은 줄어들지만 민첩성이 떨어진다. GP7200은 “소음감소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첫 번째 엔진입니다.”라고 이 엔진을 개발한 파트너담당 수석부사장인 브루스 휴이는 말한다.
신형 엔진에 탑재된 대형 팬 블레이드는 복잡한 굴곡과 뒤틀림이 전체적으로 이어져 현대 조각물을 보는 듯하다.
이 대형 팬의 개발로 에어버스는 보잉이 더 이상 필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신형 엔진은 보잉의 747기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에어라인도 A380을 주문했다. A380은 무엇보다도 신뢰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 항공기는 목적지 변경을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운항 초기에는 목적지변경을 하는 항공기를 대체할 A380기가 흔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라고 라폰탄은 말한다. 그래서 목적지변경을 일으키기 쉬운 부품들은 고장을 방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다시 말해 다중 백업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항공기가 착륙할 때 부품을 검사하거나 교체하라는 경고를 보내는 컴퓨터 센서를 이용하여 고장을 예측할 수 있다. GP7200 엔진의 컴퓨터는 자체 센서가 보낸 경고신호와 인접 센서가 보낸 메시지를 크로스 체크하여 판독의 오류를 미연에 제거한다.
에어버스의 성공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 까닭에 보잉이 에어버스 A380에 대해 별 걱정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향후 20년 동안 A380 규모의 항공기에 대한 수요는 에어버스가 주장하는 1천100대가 아니라 고작 320대에 불과하다고 보잉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랜디 베이슬러는 반박한다. “이는 단순한 반올림의 문제가 아니라 큰 차이입니다.” 항공사들은 중형 도시간의 직접적인 연결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국제 허브공항을 우회하는 방식의 소형 제트기를 이용해 교통 혼잡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베이슬러는 덧붙인다.
2002년 말에 매력적인 소닉 크루저 프로젝트를 갑자기 중단한 후 보잉은 새로운 200~250석 규모의 7E7 드림라이너(A380과 같은 기술을 접목한 초고효율 항공기) 컨셉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보잉은 에어버스가 A380 개발에 한창일 때 보다 넓은 시장으로 진입하는 선두주자가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물론 에어버스는 상황이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랄뿐이다.
747기가 처음 나왔을 때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결국 보잉은 승리를 거두었다. 시장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보잉이 예측하는 것처럼 빠르고 광범위하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에어버스의 전략기획 담당 부사장인 애덤 브라운은 말한다. 예측된 A380시장의 대부분은 세계의 초대형 도시(로스앤젤레스, 런던, 도쿄 등)의 항공교통 성장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지 허브공항을 경유하는 비행에 기반을 두고 있지는 않다.
A380이 도박성이 짙은 이유는 시장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성능 개런티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예컨대, 예상보다 더 많은 연료가 소비될 경우) 초기 고객들에게 보상을 해 주겠다는 에어버스의 계약 때문이다.
하지만, 45년 만에 보잉보다 더 상업적인 제트기를 생산해 내는데 성공한 최초의 회사가 될 에어버스는 지금 테크놀러지 리더가 되었다는 자부심에 들떠있다. A380이 훌륭하다는데 반박할 이는 없다.
에어버스 영국의 상무이사인 톰 윌리엄스는 공장 현장에 들러 항공기 부품이 조립되는 광경을 보고는 이렇게 만족해했다. “기술자들이 좀 식상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여기 이 부품들을 한번 보세요.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Bill Sweetman 은 본지 기고 작가로 활동 중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