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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간의 숙원을 이루며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걸 만져서는 안되요”라고 데릭 벨이 헬멧을 쓴 채 할론소화기를 제어하는 대시보드 위의 커다란 빨간색 버튼을 가리키며 고함친다. “공기 중의 산소를 모두 빼앗아버려 죽게 되거든요”.

필자는 그저 고개를 말없이 끄덕였다. 1970년대에 벨은 르망에서 5번이나 우승한 세계 최고의 레이서 중 한명이었다. 그리고 지금 벤틀리의 신형 ‘스피드(Speed) 8’ 스포츠카의 질식할 정도로 뜨거운 조종석에 나란히 앉아 있는 상황에서 그에게 전적으로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타이어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몇 초가 지나자 우리는 시속 304km로 시험주행트랙을 질주하고 있다. 마치 오랜 시간 지속된 폭발 속에 있는 듯한 경험이다. 천지가 진동하는 듯하며 가솔린 냄새가 진동한다. 그리고 중력가속도 3G로 커브를 돌 때마다 유리창에 찰싹 달라붙게 되어 빨간색 버튼을 누를 수가 없다.

스피드8은 벤틀리가 73년 전 마지막으로 르망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다시 왕좌를 재탈환하기 위한 승부수다. 24시간 동안 혹독한 레이스를 펼치는 르망대회는 속도경기라기보다는 지구력에 승부를 거는 경기다. 몬테카를로와 프랑스 그랑프리와 같은 최고의 경기가 열리는 신사다운 유럽 자동차 레이싱 세계에서 프랑스의 르망대회는 가장 신사다운 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벤틀리 보이즈’는 다른 팀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전통적인 르망 디자인을 과감히 탈피(비록 추가적인 핸디캡으로 작용하는 디자인 제한규정에 따른 공기저항계수를 줄이는 밀폐형 조정석)했다. 정확히 르망대회가 열리기 두달 전인 4월 15일 벤틀리팀은 남부 프랑스의 반돌 근처에 위치한 폴 리카르드 하이테크 시험주행장에 도착해 두 대의 스피드8 자동차(넘버 7과 8로 알려짐)를 30시간동안 논스톱으로 고속 주행했다. 필자는 이 팀의 초대를 받아 동승했다.

“우리는 이 자동차를 ‘부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벤틀리팀의 기술운영담당자인 알리스테르 맥퀸이 설명한다. “우리는 단 한번의 레이스에서 포뮬러 1 자동차가 1년 동안 주행할 거리를 달리게 됩니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내구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필자는 커브시(아주 정교하게 튜닝된 이 스포츠카에서 추운 겨울날의 1985년형 올즈모빌 커틀라스 시에라처럼 끽끽거리는 소리가 나도록 한다). 그런 내구성에 대해 의문을 품었지만 시속 304km에서 112km로 급제동(제동거리는 불과 100m)했을 때 이 자동차의 성능에 감탄했다(마치 거대한 진공청소기가 속도를 흡수해버리는 듯한 감흥이었다).

스피드8이 파괴적인 속도로 다시 트랙을 돌 때 맥퀸은 경주용 자동차의 디자인이 매우 복잡한 물리적 규칙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이 규칙은 매년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디자인팀은 겉보기에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조정을 거쳐 좀더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한다(올해의 경우, 공기흡입조절기의 크기가 10% 줄어들어 사실상 자동차의 출력이 그 만큼 줄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자동차는 물리력-중력, 공기역학, 열역학 등-에 훨씬 더 많은 지배를 받기 때문에 설계변경을 할 때 마다 나머지 천여 가지의 세부항목은 상태가 나빠진다. 맥퀸의 주요 관심사는 공기역학이다. 깜짝 놀랄만한 일을 하면서도 벤틀리의 모기업인 폭스바겐이 이미 지난 3번의 르망대회 우승자인 아우디를 소유한 덕분에, 벤틀리 보이즈는 이 분야에서 유일한 형태인 밀폐형 조정석으로 성공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스피드8은 밀폐형 조정석을 채택했기 때문에 르망 GT 프로토타입 클래스에 속하게 된다.

이는 표준형 16인치 타이어 대신 14인치 타이어를 장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타이어가 작으면 방향을 전환할 때 속도가 줄어들죠”라고 벨은 설명한다).
이러한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벤틀리는 스피드8의 공기흡입조절기의 크기를 1mm 늘여 출력을 높였다. 하지만 밀폐형 조정석을 채택함으로써 저항이 줄어든다는 더 큰 장점이 있다. 드래그가 줄어들면 지난해에 우승한 아우디 R8과 같은 개방형 조정석 디자인 보다 스피드8이 더 유리한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거라고 벤틀리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 공기저항계수가 낮으면 차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도 있다. 특히, 다운포스로 자동차를 트랙에 밀착하게 만드는 차체하부 채널이나 다른 디자인 장치를 금지하는 최근의 규정 변경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예를 들어, 1999년 공기저항계수가 낮은 밀폐형 조정석을 채택한 메르세데스는 트랙을 벗어나 나무에 부딪히기 전에 5번이나 공중제비를 넘었다. “우리는 양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저항을 줄이고자 합니다”라고 맥퀸은 설명한다. “그것이 바로 성배(聖杯)죠”.

이러한 균형을 달성하기 위한 스피드8을 설계하기 위해 벤틀리와 계약한 회사인 레이싱 테크놀로지 노포크의 맥퀸과 그의 팀은 벤틀리가 4위를 차지했던 2002년 르망대회 이래 수많은 개조를 거듭해왔다. 그들은 뒷날개를 안정화하였고 공기흡입구를 지붕에서 측면으로 이동시켰으며 뒷날개 아래에 저압선풍(다운포스의 원천)을 만들어내기 위해 조정석의 굴곡을 변형시켰다. 단일 포인트에서 측정된 이 계수는 0.3psi(pound per square inch-기압의 단위)이다. 하지만 차체하부 후면 3분의 1전체에 미치는 이 압력은 최대 1.5t에 이를 수도 있다.



폴 리카르드 시험주행 중반에 이를 무렵 이 압력은 7번 자동차의 후면 아래의 강철 브래킷을 변형시키거나 뚝 끊어지게 만들 수 있는 힘이다. 스피드8 디자인의 효능을 측정하기 위해 벤틀리는 각 자동차에 140개의 센서를 부착하여 엔진온도에서부터 압력하중에 이르는 모든 사항을 모니터했다. 이 데이터는 피트 위의 관측소에 있는 20대의 컴퓨터 모니터에 디스플레이된다. 그러면 기술자들과 원격측정 전문가들은 잠재적 위험을 발견하고 디자인 변경에 대해 토론을 한다. 브래킷 외에는 아무런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제 스피드8은 르망대회를 위한 준비를 완료했다.
지난 6월 15일로 넘어가 보자. 르망에서 스피드8이 다섯 번째 시간에 접어들었을 때 벤틀리팀은 7번 자동차에서 수압의 증가를 목격했다.

20시간 이상 달려야 하는 상황에서 다음날 아침에 큰 위험이 일어날 수도 있다.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는 대신 물을 빼내기로 결정했습니다.”라고 맥퀸은 말한다. 그러한 신중함은 유효했다. 벤틀리의 쌍둥이 스피드8이 1위와 2위를 차지했으며 7번 자동차는 377바퀴로 우승했다(이는 작년의 아우디보다 두바퀴가 더 많다). “우리가 공기역학을 최적화했기 때문에 새로운 거리기록을 수립했습니다.”라고 맥퀸은 말한다. “하지만 내년에 규정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규정변경은 차체하부 채널을 다시 도입하는 것으로 이제 트랙 밖으로 날아가는 현상 없이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다시 한번 개방형 조정석과 밀폐형 조정석 간에 균형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적어도 벤틀리 보이즈가 밀폐형 조정석 자동차를 유리한 고지에 올려놓을 방법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스피드에 대한 욕구
르망의 레이서들은 타고난 재능과 수년 간에 걸친 훈련을 통해 세계 최고의 레이서들로 거듭난다. 그렇다고 해서 시속 320km로 고속경주로를 질주하면서 르망스타일의 경기에서 우승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레이서로서 첫출발을 위한 장소를 소개한다.

르망스타일 레이싱
트랙 어택, 인디애나폴리스

미국의 레이싱 수도 인 인디애나폴리스에서 SCAA 스펙 레이서를 타고 최대시속 192km로 경주로를 달려보자. 패키지는 트랙일주 세션과 교실강의를 포함하는 초보자코스(200달러)에서 르망 스타일 경주와 샴페인 그리고 트로피가 주어지는 맞춤형 단체코스까지 다양하다. www.trackattack.com

고속 드라이빙
드라이빙 101, 라스베가스

드라이빙 101은 라스베가스 모터 스피드웨이에 기지를 두고 있지만 캘리포니아에서 테네시까지 이어지는 경주로에서 인디 스타일의 레이싱카를 타고 달릴 수 있게 한다. 패키지는 75달러짜리 동승코스에서 2002IRL 레이싱카를 타고 시속 320km로 30바퀴를 주행할 수 있는 9천달러짜리 ‘Extreme Racing Experience’도 있다. www.driving101.com

스피드웨이 게임
르망 24시간, 아타리

70대의 차-그 중 30대는 실제팀의 자동차이다-중 아무거나 골라잡아서 12개의 실사트랙을 질주하자. 가상 피트크루가 자동차를 정비하기도 한다. PC, PS2, GB 그리고 드림캐스트에서 가능. 가격은 50달러. www.tdlemans.com

경기관람
르망 24시간 레이스, 프랑스 르망

르망대회의 공식 웹 사이트에서 르망대회를
미리 보자. 예매정보, 경기결과, 르망 상품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웹캠서비스 제공. www.leman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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