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과학기술자상’ 8월 수상자로 선정된 안치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의 공적은 3차원 입체영상 중계를 가능케 한 멀티미디어 및 디지털 방송분야 핵심기술 개발과 국제표준기술 확보로 요약된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가 동영상 압축기술 분야에서 미국, 일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상품개발 및 경쟁력 부문에서도 세계최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안 박사의 연구개발 업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안 박사는 지난 82년부터 지금까지 20년 이상 국내에서 영상ㆍ음성처리 및 통신기술 등 방송기술 관련 연구개발에만 전념해왔다. 안 박사는 특히 지난 10년간 객체기반 부호화 및 처리기술(MPEG-4/7)과 고선명TV(HDTV) 전송기술, 대화형 디지털 방송기술, 데이터방송 기술 개발 등에 연구를 집중해왔다. 이러한 기술들은 향후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시장성을 감안할 때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 안 박사는 방송기술분야에서의 디지털화를 예상하고 이러한 분야의 기술개발에 선도적 역할수행을 하고 있다.
연간 100억원대 로열티 수입기대
안 박사는 국제표준기구로 잘 알려진 동영상표준화전문가그룹(MPEG)으로부터 ‘순화적 계산량 감소기술’의 국제표준을 확보, 이를‘표준필수 특허’로 등록시켰다. ‘순화적 계산량 감소기술’은 안 박사가 연구를 직접 지휘해 개발한 기술로 객체의 영상과 음성이 열악한 통신방송 환경에서도 제대로 전달, 처리되는 기술. 안 박사는 MPEG 한국의장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및 국내 기타 산학연구기관이 개발한 핵심기술들이 국제표준화기구 표준안으로도 승인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안 박사의 이러한 노력의 결실은 MPEG-4 기술의 15%, MPEG-7 기술의 25%가 우리나라 기술로 구성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MPEG-4과 관련한 특허와 표준기술은 향후 관련 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해외시장 진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며 연간 100억원대의 로열티 수입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MPEG-7 관련 특허는 미국, 일본 다음으로 많은 특허를 확보한 상태다.
안 박사는 “최근 산업경쟁력을 새롭게 도약시키는 신성장 동력 발굴이나 기술개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거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기술개발에 대한 생각을 되짚어 보는 전략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크 해 부족한 부분을 뒤따라가던 식의 기술개발은 더 이상 안 된다”며 “이제는 중국 등 후발개도국의 추격에 따라 새로운 접근 방법을 취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상대적 우위에 있는 핵심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이를 산업화와 연결시키면 선진국과의 기술경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방송 산업기술 국민 소득 2만 달러에 크게 기여할 것”
안 박사는“국내 고선명 디지털방송의 조기 서비스에도 크게 공헌했다. 고선명 디지털TV 기술의 차세대 기술로 대두되고 있는 3차원 입체TV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인지, 2000년부터 3차원 입체방송의 핵심 기술개발을 진두지휘해 3차원 입체방송 관련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는 데도 일조를 한 것. 이 과정에서 안 박사는 활발한 국제협력을 주도하고 추진해 해외 선진기술의 습득을 물론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독일 FhG연구소와는 저작권 보호기술 분야, 캐나다 CRC와는 3차원 방송기술 분야 공동 연구를 각각 진행했다. 또 유럽의 NexTV 프로젝트에도 참여, 양방향 대화형 데이터 방송기술 분야 기술습득은 물론 공동 연구에도 기여했다.
안 박사는 앞으로 디지털방송기술분야에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MPEG 기술이 필수적으로 이용될 디지털방송 산업은 향후 5년 동안 179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30억 달러의 무역흑자 달성이 기대되고 2007년에는 GDP의 2.6%를 차지해 IT 산업군중 국민경제 성장기여도가 가장 높게 된다는 것이다.
안 박사는 “대화형 TV, DMB 이동TV, 차세대 통합네트워크, 디지털홈네트워크, 디지털콘텐츠 처리기술 및 RFID 기술 등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는데 일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은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연구원들은 충분한 지원만 뒤따른다면 연구개발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당연히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박사의 이러한 우수한 연구업적은 연구자로서의 성실한 자세와 투철한 국가관이 없었으면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대덕연구단지에 불어 닥쳤던 벤처 열풍 속에서 직접적인 상품개발을 통한 개인적 이익추구 보다 묵묵히 차세대 기술 개발에 주력해 국내 기술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조기에 끌어올린 부문에 대해선 남다른 국가관과 과학자로서의 신념이 없었다면 견디기 어려운 유혹이 많았을 것이라는 것이 주위의 평이다.
박세훈기자 <isurf@sedaily.com>
PROFILE
1956년 청주생
1980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82년 서울대 대학원 전자공학과 졸업
1991년 미 플로리다대 전기ㆍ컴퓨터공학박사
1997년∼2002년 SC29코리아 의장
1982년∼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1996년∼현 MPEG코리아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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