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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공학과 교수

한국과학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관하고 과학기술부와 한국방송공사(KBS)가 후원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3월 수상자(48회)는 박테리아를 이용, 항생제 등 의약품과 비타민·향료 등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제품의 원료로 쓰이는 ‘R형 하이드록시 카르복실산’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한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공학과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 교수에게는 상패와 트로피 그리고 1,000만원의 상금이 전달됐다.

‘박테리아 공장’의 최고 설계자
실패한 연구. 그 속에는 뜻밖의 성공이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화학공학과 이상엽 교수는 엉터리 ‘플라스틱 박테리아 공장’의 설계도를 찬찬히 뜯어보는 과정에서 항생제 등 의약품과 비타민, 향료 등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제품의 원료로 쓰이는 ‘R형 하이드록시 카르복실산’의 대량 생산 방법을 개발했다. 이 교수는 박테리아를 이용, 고분자 물질(썩는 플라스틱)을 대량으로 만드는 분야의 대가.
이상엽 교수가 개발한 R형 하이드록시 카르복실산은 항생제와 비타민, 향료 등 고부가가치 정밀화학제품 합성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특히 이 물질은 페니실린을 대체할 항생물질로 주목을 받으면서 연간 시장규모가 6∼7억 달러에 달하는 ‘카바페넴계 항생물질(carbapenems)’도 하이드록시 카르복실산으로 만들어진다. 이 교수의 연구가 의미 깊은 이유는 종전 화학합성에 의한 제조법으로는 불가능하던 100% 순수 상태의 R형 하이드록시 카르복실산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항생제 개발할 경우 연간 수십조원 시장 창출
화학합성으로 하이드록시 카르복실산을 만들면 화학식은 똑같지만 성질이 전혀 다른 물질이 절반씩 만들어진다. 기능기 위치가 정반대인 R형(오른쪽)과 S형(왼쪽)이 각각 50%씩 똑같이 나오기 때문이다. R형과 S형은 왼손과 오른손처럼 거울에 비쳐보면 같지만 성질은 전혀 다르다. 이 중 R형만이 쓸모가 있다. S형은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유해하기도 하다.

박테리아를 이용하면 광학적으로 순수한 R형 하이드록시 카르복실산만을 얻을 수 있다. 이 교수가 개발한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정밀화학 분야에서 경쟁력을 크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효능이 우수한 항생제를 개발할 경우 연간 수십 조원의 시장도 창출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현재 이 기술로 국내특허 등록과 미국과 일본,유럽 등 전세계 22개국에 특허출원중이다. 또 ‘카이로바이오’라는 실험실 벤처를 통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사업화 및 기술 라이센싱을 추진중이다.

“21세기는 박테리아 시대”
박테리아의 최고 설계자인 이상엽 교수. 그는 유용한 미생물을 이용해 물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제조공정을 더욱 개선, 효율을 높이는 데 매달린다. 이 교수는 또 박테리아에 대한 아이디어가 항상 머리 속에 가득찬 아이디어 공장이기도 하다.



미생물공장은 여러모로 유익하다. 가장 큰 장점은 언젠가는 없어질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에너지와는 달리 영원히 재생 가능한 물질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썩는 플라스틱 같은 물질은 완전히 분해돼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또 화학 공학적인 기법으로 만든 물질에 비해 인체에 해롭지 않아 의료용품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이 교수는 세계적인 화학회사 듀퐁을 주목하고 있다. “듀퐁은 50년을 주기로 변신했습니다. 화학회사로 한창 잘 나가던 20세기 중반, 나일론 등 화학제품을 만드는 업체로 체질을 바꿨습니다.

듀퐁은 이제 생물공학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데 이미 전체 제품의 30%를 박테리아 공장에서 생산합니다.”이 교수는 이제 21세기 박테리아 공장이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심사위원들도 이 세계 최초의 기술을 이용, 잠재적인 경제효과를 높이 평가했다.

미 정보과학연구소 ‘다수 인용 우수 논문 발표자’로 선정
지난 98년 제1회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교수는 미국 정보과학연구소(ISI)가 매년 선정하는 다수 인용 우수논문 발표자에 2년 연속 뽑히는 등 30대의 나이에도 불구, 자신의 연구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생물학자들만이 연구할 듯한 바이오 분야에 이 교수가 전문가가 된 것은 사실 ‘잘못된(?) 유학’때문이다.

그는 원래 정통화학에 관심이 많았다. “유학을 위해 정통 화공분야의 최고 전문가였던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리처드 마 교수를 찾았을 때 그 교수는 다른 분야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후회를 하기도 했다. 그 대안으로 파푸차키스 교수에게서 발효와 분리정제에 대해 배우게 된 것이 바이오와의 인연이었다”고 한다. 두 가지 학문을 하게 된 것은 그에게 행운이었다. 공정 분야에 강한 정통 화공에 생물학 분야인 유전자 조작을 하나의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돼 빠른 시간 안에 세계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재 실험실 연구원을 생물학과와 화학공학과에서 반반씩 고루 선발하고 있다.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험실 벤처기업 통해 산업화 시도
이 교수는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산업화하기 위해 ‘카이로바이오’라는 실험실 벤처기업을 창업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젊다. 그래서 평소 학생들에게 오빠나 형 같이 친근하지만 일단 연구에 들어가면 무섭게 변한다.
21세기는 정보기술과 생명공학 시대다. 대사공학 연구는 산업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이상엽 교수. 그는40대를 생명공학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꿈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박세훈기자 <isur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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