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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kDaCatt’은 빗발치는 총알 사이를 뚫고 달려 상대편인 레드 팀 기지 근처에 있는 조그만 엄호물 뒤로 몸을 숨긴다. 이어 재빨리 레드 팀의 깃발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찾았다!” 라고 외치는 소리와 함께 같은 편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가 다시 자신의 팀인 블루팀 기지로 달리기 시작하자 화면이 갑자기 뿌옇게 변한다. 하지만 KickDaCatt은 너무 적진 깊숙이 들어온 것 같다. 갑자기 레드팀의 게이머가 튀어나오더니 KickDaCatt을 향해 로켓을 발사한다. 로켓을 맞은 그는 바로 바닥에 쓰러졌고, “앗! 놓쳤다”라고 울부짖으며 숨을 거둔다. 물론 레드팀의 깃발은 떨어뜨린 뒤였다. 다행히 사이버 공간에서 당한 죽음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얼마 안 있어 KickDaCatt은 다시 온라인 상의 이 ‘깃발 빼앗기’ 게임에 들어와 열심히 무기를 고르고 있다.

‘KickDaCatt’은 뉴욕 웹 개발 회사인 데니스 인터렉티브사에서 프로그래머 겸 사운드비디오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크리스 피닉스가 일과 후 언리얼 토너먼트사에서 개발한 온라인 게임을 즐길 때 사용하는 ID. 보통 여느 회사에서는 일과 후 동료들끼리 야구나 소프트볼을 즐기겠지만 데니스 인터렉티브사에서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도 풀고 동료들끼리 친분도 쌓는다.

사실 온라인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사람들과 사귀기 위해 온라인 게임에 참가한다. 온라인 게임 사이트인 Zone.com의 사업 개발 부문 이사인 마이클 모트에 따르면, 주사위놀이나 서양장기 같은 가상 게임이나 포커, 크리비지 같은 카드 게임을 즐기려고 이 사이트를 찾는 이들이 하루 평균 70만 명에 이르는데, 이들 중 절반 가량이 단순한 게임을 즐기기보다는 서로 대화를 하기 위해 접속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외에 45퍼센트 정도의 사람들은‘깃발 빼앗기’와 같이 팀을 이루어서 하는 게임이나 ‘죽음의 격투기’처럼 일대일로 싸우는 게임을 즐기기도 하는데 여기에서도 상대방과의 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머지 5퍼센트 정도는 거대한 롤플레잉 게임에 즐겨 접속하는데 여기서는 각자 군인이라든가 상점 주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현실 세계의 생활 모습과 매우 흡사한 활동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게임들을 즐기려면 대부분 CD-ROM 형태의 게임 패키지를 구입해야 한다. 유명한 PC 게임으로는 톰클렌시의 레인보우식스와 니드포스피드가 있고, 세가 드림캐스트 게임으로는 NFL2K1, NBA2K1, 퀘이크III가 있다. 이 게임들의 메뉴에는 온라인 게임 옵션이 들어있는데, 이 메뉴를 선택하면 게이머 컴퓨터의 현재 인터넷 접속 환경을 이용해 해당 게임의 온라인 대기실로 이동한다. 그 다음, 이미 진행되고 있는 수백 개의 방 중 하나를 선택해 들어가면 된다. 게임 상대자를 친구나 가족으로 제한하고 싶으면 직접 방을 개설하고 패스워드를 부여한다. 사실 데니스 인터렉티브사에 근무하는 피닉스와 그의 동료들도 이러한 차단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혹시 아직도 범죄자처럼 음침하고 어두운 구석에서 컴퓨터 화면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게이머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데니스 인터렉티브를 방문해 보기 바란다. 이러한 생각은 곧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상대편과 자기편에 오고가는 끊임없는 야유와 응원을 들어보면 온라인 게임이 정말로 친교 활동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상대방과 같은 장소에 있지 않더라도 떨어져 있는 다른 게이머와 헤드셋을 통해서 직접 말을 하거나 채팅을 통해 얼마든지 서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 머지않아 음성뿐만 아니라 화상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게임을 즐길 날도 오게 될 것이다.

중세를 무대로 한 ‘울티마온라인’이나 환상적인 세계를 무대로 한‘애셔론즈콜’같은 롤플레잉 게임들이 게이머 간에 친숙한 인간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한다. 이 광대한 온라인 세계는 연중무휴로 운영되는데, 1,000여명 이상의 게이머들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다. 이런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게임 CD를 구매한 후 해당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한 달에 10달러의 회비를 내야 한다.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자신만의 개성 있는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눈 색깔부터 시작해서 신체적 특성, 직업 등을 선택한다. 이렇게 고른 캐릭터는 몇 달 동안 자신의 분신으로서 활동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일단 가상 세계로 들어가면 실제 세계에서 가능한 것들과 가상 세계에서만 가능한 것을 모두 할 수 있다.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또 집을 짓거나 가게를 운영할 수도 있으며 괴물들과 전투를 벌일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게이머는 물물 교환을 하거나 친구도 사귀고 보물을 찾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치는 협동심도 기르게 된다. ‘울티마’ 같은 온라인 게임들은 내장된 통역기능을 이용해서 언어 코드가 서로 다른 캐릭터들 사이에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기술을 습득하고 친구를 사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듯 온라인 세계에서도 하루아침에 친구를 사귀기는 어렵다.

상대편과 피 말리는 접전을 벌이는데 식상한 게이머들에게는 ‘머제스틱’이라는 게임을 추천한다. 이 게임은 꼭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 않아도 되는데 2001년 봄 EA.com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게임 방식은 게이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 사건 한가운데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데, 온라인에 접속하는 대신 휴대전화, 팩스, AOL 인스턴트 메신저 등 여러 매체를 통해서 진행된다. 게임을 하는 동안 게이머의 배우자와 아이들 이름이나,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어떤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지 등과 같은 개인 정보가 계속 수집되고, 이렇게 얻어진 정보는 게임의 진행 내용에 반영된다. 게임이 계속 전개되면서 게임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점이 이 게임만이 지닌 독특한 재미다.

이렇게 사실성에 충실한 게임들은 분명 ‘만남의 공간’을 제공하는 인터넷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다. 하지만 머제스틱 같은 게임들의 성공 여부는 게이머들 사이의 친분을 얼마만큼 지속시켜 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왜냐하면 온라인 게임이 지닌 매력이란, 무미건조한 컴퓨터와 벌이는 두뇌싸움에서 벗어나 사람 냄새를 풀풀 느끼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매니아를 위한 게임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상태에서, 싱글 플레이나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매니아라면 꼭 해봐야 할 게임 목록을 정리해 보았다. 가격은 40달러에서 70달러 선.



케센 (플레이스테이션2)
유형: 전략 시뮬레이션 중세 일본을 무대로 장군이 되어 수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전쟁을 수행하는 게임

블랙앤 화이트 (PC,드림캐스트)
유형: 롤플레잉
절대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싸워나간다는 줄거리를 가진 게임

스타트렉 보이저: 엘리트 포스(PC)
유형: 1인칭 시점의 액션 어드벤쳐(멀티플레이 가능)
끔직한 우주 생물들로부터 스타쉽 ‘U.S.S 보이저호’를 지키는 게임

판타지 스타 온라인 (드림캐스트)
유형: 롤플레잉(온라인 전용)
SF적인 환상의 세계에서 괴물들을 물리치는 게임

앨리스 (PC)
유형: 3인칭 시점 액션 어드벤쳐 (멀티플레이 가능)
앨리스가 되어 사악한 하트여왕으로부터 엽기적인 ‘이상한 나라’를 구출해 내는 게임

젤다의 전설: 마조르카의 가면 (N64)
유형: 서사적 어드벤쳐
3일간씩 반복되는 저주를 풀기 위해 마조르카가면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게임

커맨드앤 컨커 레니게이드 (PC)
유형: 1인칭 액션 어드벤쳐 보병,
로켓발사 바이크, 화염방사 탱크와 같은 지상과 공중 무기체계를 이용해서 전투를 수행하는 게임

이터널 다크니스 (N64)
유형: 1인칭 액션 어드벤쳐
정신병자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시간을 가로질러 다양한 종류의 끔찍한 괴물을 물리치는 게임

그랜드 튜리스모3 (플레이스테이션2)
유형: 자동차 경주
정밀한 자동차 구조 및 매우 현실적인 그래픽을 통해 실제 경주용 자동차를 운전하는 느낌을 주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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