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화면을 통해 이 적군 병사를 뚜렷이 보고 있는 분대원. 거리가 너무 멀어 보통의 총격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팔을 뻗어 약간 밑으로 겨냥한 채 다음과 같이 속삭인다.
“목표물을 향해 발사!” ‘슉’ 하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리고, 손목 위에 장착된 발사기에 장전된 15밀리 유도탄 네 발중 한 발이 선을 그리며 발사된다.
갑자기 적병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뛰어가면서 발사하는 몇 발의 엄호사격. 그러나 유도탄은 벌써 자동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소형 열추적 센서가 적병의 움직임에 따라 목표물을 포착하여 유도탄이 궤도를 수정하도록 신호한다.
오랜 시간 같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유도탄이 목표물에 다가간 순간 수류탄처럼 터지며 30미터 반경으로 분사하는 파편. 마지막 순간 피했다고 안심해도 소용 없었을 것이다.
죽음은 항상 동반자를 부르기 마련이다. 분대장이 적군 병사가 발사한 탄환에 맞은 것이다. “분대장이 부상했다!”라는 외침이 전분대로 신속하게 전달된다. 하지만 얼마 걸리지 않아 보호복의 방탄외피 덕분에 분대장이 약간 충격을 받았을 뿐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완벽한 방탄은 아니지만 보호복은 소구경 탄환을 막을 수 있다.
본부의 의료진들은 서둘러 초기 검진을 확인한다. 제복의 내면에는 피부와 접촉된 마이크로 센서들이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어 병사 개개인의 신체 상태가 본부에 몇 초마다 자동으로 전송된다.
의료진들은 분대장의 심장 박동수와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진 것을 확인한다. 그러나 다른 곳은 모두 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대장은 꽤 많은 땀을 흘렸다.
그래서 벨트에 달린 휴대용 공기조절기가 신속하게 작동하며 제복전체를 통과하는 작은 튜브를 통해 냉각제를 순환시키기 시작한다.
“특별한 이상 없음. 물을 마실 것.” 분대장은 헬멧에 장착된 수신기를 통해 메시지를 듣는다. 수신기는 분대장의 머리뼈를 통해 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에 그 말고는 아무도 들을 수 없으며, 교신 중에도 그의 위치가 노출되지 않는다. 분대장은 헬멧 안쪽에 달린 튜브를 통해 물을 빨아 마신다. 이 튜브는 등뒤의 물통과 연결돼 있다. 그는 최근 휴가에서 스키를 타면서 사용했던 동일한 상업용 제품을 떠올려 본다. 그 때 일을 생각하니 곧 진정이 되는 걸 느낀다.
물을 마신 분대장은 손가락을 움직여 OK 사인을 보낸다. 장갑의 손가락 끝에는 센서가 있어 헬멧에 장착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패턴을 인식하고 다른 분대원과 본부에 OK 사인을 전송한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본부의 의료진. 이 시나리오는 아직까지 조 패터슨 중사의 공상일 뿐이다. 그러나 패터슨과 다른 군사 기획가는 이런 형태의 전쟁이 지금부터 25년 후에는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현재 패터슨은 벌써 몸에 착 붙는 검은 제복을 입고 검은색 모터 싸이클 헬멧을 손에 들고 있다.그는 미 군부가 그리고 있는 2025년 군인 모습의 걸어 다니는 청사진이다. 비록 그가 가진 장비들은 아직 모형에 불과하지만 말이다.180cm의 키에 체중이 90kg인 패터슨 중사는 제82 공수부대 소속의 베테랑 군인으로, 메사추세츠의 내틱 미 군사 시스템 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보병부대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함께 사기업과 학계에 제시할 기술적인 방향을 세우고 있다. 패터슨이 맡은 일은 전국 곳곳에 있는 연구실을 방문하여 미래의 군인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이다. 그 내용은 단순하다. 내틱의 선임 물리학자인 타시너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필요한 무기는 이것입니다. 만들어 주시길 부탁합니다.”
내틱이 생각하고 있는 ‘미래전사 2025’ 계획은 무기에서 통신, 의료장비에 걸친 각종 보조장치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내틱의 제41동 실험실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은 그들의 연구를 다음과 같은 여러 주요 항목으로 분류했다.
각종 센서가 장착된 헬멧. 목표물을 조준하거나 통신을 관리하며, 중앙 컴퓨터 시스템과 무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세 겹으로 이루어진 전투복. 바깥 면은 방탄, 가운데는 각종 장치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능을 하며, 안쪽 면에서는 병사의 건강상태를 감지한다. 자동 온도 조절기. 100와트의 전력으로 냉난방 기능을 맏는다.
음성 인식 무기 발사 장치. 300미터 이내의 목포물은 4.6밀리 탄환, 1,000미터까지는15밀리 탄도를 네 개 사용한다.전원 공급 마이크로 터빈. 액체수소를 연료로 사용하여 6일간 지속되며, 3시간용 충전전지가 헬멧 안쪽이나 무기장치에 예비용으로 부착되어 있다.모든 장치들은 매우 가벼워야 한다. 이 모든 장치의 총중량은 대원 몸무게의 15퍼센트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패터슨 중사의 경우 약 14kg이 되는 셈인데, 현재 평범한 3일 작전에 필요한 장비 42kg 비하면 엄청나게 가볍다. “여분의 탄약무게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패터슨의 설명이다.
이 각각의 장치들은 모두 두 가지 공통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반도체 칩에 내장된 반사경이나 기어 같은 미세 기계장치와 컴퓨터가 결합된 초소형 전자-기계 시스템 기술이다. 다른 하나는 바로 전자부품의 크기를 백만분의 1미터, 어림잡아 원자크기의 10배 정도로 작게 만드는 나노 기술.
예를 들어 미래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극히 낮은 전력에도 작동하는 수십억 개의 초미세 트랜지스터들로 구성될 것이다. 탄소 나노 튜브 역시 이만한 크기로 만들어진다. 이것은 흑연을 말아서 만든 것으로 강철보다 단단하지만 넓이는 1나노미터에 불과하다. 1991년에 개발된 속이 비어있는 이 튜브는 현재 여러 가지 응용 가능한 분야를 테스트하는 중이다.
이 튜브는 전자를 매우 잘 방출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헬멧 앞면에 고해상도 영상을 표시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소형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영상을 휘게 만들어 헬멧 앞 표면 굴곡에 들어맞게 180도 영상을 만들게 된다. 탄소 나노튜브는 또한 레이저 광선에 눈이 멀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능도 갖게 된다. 광선이 헬멧에 닿으면 나노튜브는 플라즈마로 변해 레이저의 에너지를 재빠르게 흡수한 뒤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가 레이저를 무력화한다.
한편, 헬멧 둘레에는 소형마이크 여덟 개를 적절히 배치해 360도 주위에서 소리가 나는 방향을 탐지할 수 있다. 또한 본부로 영상을 전달하거나, 소형 스파이 비행선과 다른 형태의 무인 장치를 조종하는 전자 장비도 있다.
타시너리는 “개발에 성공한 기술들은 매우 많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기술들을 실험실에서 끌어내어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몇몇 기술은 사실 2025년 이전에 실현이 가능할 것이다. 제41동 실험실 건물은 간혹 닫혀진 문 위에 생물학적 위험 경고문만 빼면 마치 오래된 고등학교를 연상시킨다.
과학자들은 커다란 레이저 스캐너를 사용해 사람의 신체 치수를 정확히 측정하고 있다. 이런 측정방법을 쓰면 군인 개개인에게 적합한 제복과 장비들을 설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이런 정밀 측정기법은 새로운 직물 방적 기술과 결합되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전기방적기법’이라는 것인데, 중합체 방울에 전기 극성을 주어 대상 물체에 딱 달라붙는 조밀한 섬유를 만든다.
이런 섬유들은 효소나 다른 촉매와 섞여 유해한 화학물과 접촉시 그것의 유해 성분을 분해하는 기능을 지니게 된다. 이 기술은 또한 카멜레온같이 색이 변하는 제복을 만드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이런 제복에는 다른 종류의 빛에 반응하여 색이 변하는 ‘전자전도 잉크’가 사용된다. 다른 군사 계획과 마찬가지로 미래전사 2025 계획도 과학기술, 특히 컴퓨터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용해 비용이 절감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접근 방법은 본질적인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공개된 장비와 기술을 사용하면, 아무리 발전된 기술이라고 해도 적군 역시 그것을 쓸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연구소에서는 항상 한발 앞선 기술을 연구해야만 한다”고 타시너리는 역설한다. 첨단 기술장비를 쓴다고 해도 실제 전쟁에서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전쟁의 승패는 으례 그렇듯이, 대부분 병사 개개인의 훈련 정도와 숙련도에 달려 있다. “기계가 고장난다고 해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임무를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라고 패터슨은 말한다.
도시 : 미래의 주된 격전지
1999년 3월, 미 해병대는 북부 캘리포니아에 침투했다. 오클랜드에서 이 부대는 엄청난 전투를 치렀고, 전력의 7할에 가까운 사상자를 낸 바 있다. ‘도시전사’라는 작전명의 이 모의 전쟁 훈련을 통해 미 해벙대는 2차 세계대전 당시와 흡사한 시가전의 무서움을 겪게 되었다.
1993년 소말리아 모가디슈의 시가전에서 18명의 유격대원이 죽고, 73명이 중경상을 입어 약 60퍼센트에 달하는 인명피해를 실제로 입었다. 일반적인 도시 환경은 ‘비정상적’ 또는 ‘불규칙적’ 전쟁상황을 만들어 전투를 어렵게 한다.
과거에는, 전투원들이 전방이나 혹은 측면으로부터 총격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도시 안에서는 위험이 전후좌우 도처에 깔려 있다. 건물들이 적병에게 은폐물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움직임이나 전술은 익숙하지 않은 지형 때문에 제대로 구사하기가 어렵다. 전투원과 민간인들이 뒤섞여 있는 상황도 전투를 힘들게 만드는 한 요인이다.
냉전이 종식된 이래 미 해병대가 투입된 27번의 실전 임무 중 22번이 시가전 상황이었다. 그 임무에는 전투뿐 아니라 평화 유지 작전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 작전들이 다양한 형태로 빈번하게 수행되었기 때문에, ‘도시지역 군사작전’이라 명명된 국방부 정책이 새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여기에는 군사들에게 시가전에서 기술적인 우위를 점하도록 고안된 첨단장비를 사용하게 하는 정책도 속한다.
몇 년 안에 인류의 70퍼센트가 도시지역에 거주하게 된다고 한다. 이 사실은 다가오는 세대에 이 국방 정책이 더욱 확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가전에 대응하는 또 다른 대안으로는, 최근 그로즈니 지역 폭동에 러시아 군대가 썼던, 단순히 도시를 초토화 해버리는 방법이 있다.
오늘날의 전자 장비 : 디지털 시대로 도약
오는 9월, 루이지애나 포트포크의 기동훈련에서 82 공수사단의 일개 소대가 공중 낙하하면 일반 병력이 디지털 시대로 도약하는 최초의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소대원들은 컴퓨터 작동 장비를 갖추고 실전 훈련에 배치되는 최초의 병력이 된다. 그들은 또한 모든 대원의 상호 무선 통신이 가능한 최초의 소대가 된다. 이 소대는 헬멧에 장착된 영상화면, 비디오와 적외선 조준이 가능한 M-4 소총, GPS 수신기능이 있는 라디오 장비, 컴퓨터 두 대, 그리고 전장에서 모든 장비에 12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하는 두 개의 얇은 전지 등, 각종 첨단 장비를 갖췄다.
‘지상 군사 시스템’이라 불리는 이 계획의 중요한 장비들 중 핵심은 바로 충격방지 상자 속에 들어있는 비디오 테이프 만한 컴퓨터 두 대다. 각각의 컴퓨터는 펜티엄-II 166MHz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이 시스템에 설치된 랜카드는 암호화된 디지털 음성과 데이터를 2km 이상 전송할 수 있으며, 또한 백분의 1초마다 새로운 메시지 확인을 위해 작동하여 전력 소모를 최소화한다. 이 두 대의 컴퓨터는 교신에 필요한 신호의 세기를 조절함으로써 전력을 아끼는 동시에 통신자의 위치 노출을 방지하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9월에 이루어지는 이 훈련의 주요 관심사는 바로 ‘통신기술’이다. 병사들은 각자의 GPS 수신기와 디지털 나침반, 그리고 레이저 탐지기를 사용해 목표를 추적한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운 통신장비’를 이용해 목표물의 정보를 다른 소대원들과 포병부대에게 중계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이 계획의 지휘를 맡은 콜 브루스 제트의 설명이다.
소총에 달려있는 비디오 조준경 덕분에 병사들은 엄폐물 뒤에서 고개를 내밀지 않고도 목표물을 사격할 수 있을 것이다. 정찰부대의 선두는 소대의 다른 대원들에게 영상을 전송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새로운 장비들이 추가되었지만 대원이 짊어져야 하는 전체 중량은 오히려 줄었다. 전자장치와 소프트웨어가 여러 구형 장비들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경량 소재를 사용하여 보호장비의 무게가 4.5킬로그램 가량 줄었으며, 유탄을 막는 수준에서 직접 맞은 탄환에도 뚫리지 않게끔 성능이 향상돼, 제3세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AK-47 소총에도 견딜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모의 전쟁 훈련에서는 전자기파 방출과 같은 복잡한 것에서 먼지나 물 속에 잠겨있는 단순한 상황까지 잠재적인 문제들을 검토하게 된다. 군에서는 이 새로운 시스템을 0.6버전이라 부르며, 1.0버전은 2004년 초기에 완성될 예정이다. 군 당국은 60억 달러를 들여 34,000대의 지상 군사 시스템을 보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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