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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운항기의 발진

바다사자가 우리를 희롱하려는 모양이다. 녀석은 몇 번 몸을 틀고 잠수하면서 우리를 따라잡고는 머리를 삐죽이 들이 밀더니 정면으로 눈을 마주쳐 온다. 그러다가 녀석은 마치 “그래, 고작 요 따위 것을 가지고 네가 내 앞에서 폼 잡는 거야?”라고 말하듯 짤막한 거품을 뿜어낸다.

이것을 본 이 수중비행기의 발명가이자 조종사인 그래험 호크스는 그저 조용히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다. “아마 녀석이 사람을 따라 나란히 헤엄친 건 이번이 처음이었을 걸요.” 그는 나중에 이렇게 말해줬다.

호크스가 가장 최근에 만든 수중항공기 (심해운항기-Deep Flight Aviator 여기서는 DFA라고 함)는 여러 가지 기록 보유자다. 시속 15km의 최초의 연구용 수중운항기, 비행선이라기보다는 제트 전투기에 가까운 기능을 지닌 최초의 수중운항기 등. 또한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된다면 단 한 차례의 잠수로 광활한 대양을 전부 누비고 과학자들에게 지금까지 관찰할 기회가 없었던 대왕 오징어의 모습을 구경할 기회를 줄 최초의 장치가 될 것이다. 오늘 캘리포니아의 몬테레이 만에서 이 DFA는 바다에서의 첫 데뷔를 했다.

호크스는 군사용, 상용, 과학용 잠수정들을 설계하는 일이 첫 번째 직업이었으나 자기의 일, 특히 유인 탐사 분야가 상상력에 대한 자신의 갈구를 채워주지 못하자 실망을 하고 전통적 방법에 의존하는 해양공학의 일을 그만두었다. “다른 모든 분야에서는 사람들이 늘 저 먼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판에 이 분야에서는 그와 같은 비전을 기대할 수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호크스는 난파선 타이타닉 호를 탐사했던 유명한 앨빈 호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심해 잠수정들이 수십 년 된 것들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물론 이 잠수정들은 여러 해에 걸쳐 개량되고 업그레이드되긴 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이것들로는 연구 활동이 광범위한 조사보다는 집중 연구 정도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 몇몇 과학자들은 이제 원격 조작되는, 그리고 자체적으로 해저 활동을 하는 장치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유인 잠수정들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까지 말할 정도다.

그러나 호크스는 동의하지 않는다. 유인 잠수정이 갖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는 게 그의 생각.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과학적인 도구, 즉 인간 두뇌를 필요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유인 잠수정이 누릴 수 있는 독특한 이점이라는 생각이다.



호크스는 유인 해양 탐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수중운항기를 만들었다. 자기가 수중운항기를 만든 최초의 사람이라는 점에 호크스는 뭘 설마 그럴까 하는 태도이다. 공기와 물 모두 유체이므로 두 매체 사이에 공학적으로 겹치는 부분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중운항기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마리아나 해구의 1만1,033m 깊이의 챌린저 해연을 탐사하고자 Deep Flight I이라는 이름을 붙인 잠수정을 설계하던 때. 이 잠수정은 수중비행이라는 개념이 타당하다는 것까지는 증명했으나 여러 가지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한계 극복을 이제 이 DFA가 해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 수중항공기 DFA는 그 가벼운 합성 틀 덕택에 항력(drag)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것은 재래식 잠수정들처럼 밸러스트를 조절하여 상하로 움직이지 않고 거꾸로 부착된 날개를 이용하여 잠수한다. 베르누이의 정리를 역이용한 것이다. 시속 8km에 이르면 날개가 만들어내는 하향력으로 이 장치의 양력을 상쇄하면서 평행으로 움직일 수 있다. 보조익에 연결된 회색의 악착식 조이스틱을 움직이면 이 잠수정은 상승, 평행 이동 또는 잠수를 한다.

스로틀로 속도를 제어하며 페달로 꼬리 날개를 좌우로 움직인다. 조이스틱의 끝에 달린 토글로 측면에 부착된 두개의 스러스터를 조절하여 방향 전환을 한다. 미 공군의 A-10 탱크 공격기와 비슷한 조종간 조작법을 열심히 배우다 보면 내 모습이 비행학교의 생도 같은 모습이 아닐까?
생명유지 장치는 두 개의 압착된 승무원용 공간마다 부착돼 있다. 열쇠는 인체가 소모하는 산소를 보충하도록 하기 위하여 오른쪽 다리 옆의 초록빛 발광 다이오드(LED)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호크는 말한다. 산소 공급량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그저 내 왼쪽 어깨 위로 다이얼을 돌려 산소의 흐름을 높여주면 된다. 세정장치가 있어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 뒤로 몸을 젖히도록 설계된 유선형 공간을 만들어 놓은 이 잠수정에 적용되는 물리 이론 하에 이 잠수정의 최대 깊이는 450m로 제한되어 있다. 450m라면 압력에 대하여 저항력이 더 큰 구형 잠수정의 최대 가능한 깊이에는 못 미치나 실험 참여자들을 빛이 닿는 거리 이상으로 데려다 주기에 충분하다. 이 잠수정은 또한 어떤 종류든 보트, 선박 또는 해안으로부터도 발사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며 잠수 위치로 자기 동력으로 이동하든지 예인될 수도 있다. 오늘은 그 현장이 몬테레이 만의 유명한 피셔맨스 워프다. 우리가 탄 잠수정은 부두의 끝까지 달려간 후 바다 깊이 들어간다. 잠수정이 지나가면서 흐트러졌던 물이 다시 평온을 되찾으며 해파리만이 지나갈 뿐이어서 잠수정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명 시스템이 내는 낮은 윙윙 소리, 스러스터에서 들려오는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 같은 미세한 소리, 손에 잡고 교신하는 VHF 무전의 소리 (앞으로의 시험 운전 때는 수중 교신 시스템을 시험해 볼 예정이다) 만이 평온을 깰 뿐이다.
내가 앉아있는 공간 곁의 게이지들은 이번 운항 중엔 작동을 하지 않지만 수심과 나침반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여주게 돼 있다. 게이지들 사이에는 중력을 이용하여 잠수 각도와 횡행 각도를 측정하는 항공기의 인공수평기와 같은 일을 하는 기계 추가 있다. 내 뒤에는 이 잠수정 DFA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3개의 비상 부유장치에 공기를 넣어 부풀려줄 스위치가 있다.

호크스는 몇 차례 오르내리더니 조종간을 넘겨주면서 앞으로 똑바로 가보라고 한다. 맨 처음 시도에서는 심하게 흔들리는 물과 부닥치기라도 한 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일단 시험을 통과하여 수면비상(breach)와 같은 고난이도의 운전을 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필자는 조이스틱을 뒤로 당겨 거의 수직 각도로 수면을 향하여 잠수정을 전진시켰다. DFA의 앞 2m 부분이 수면 위로 치솟는다. 호크스는 완전히 물 밖으로 나갔다. “정말 끝내주는 수면비상이로군!” 하고 그는 무전기에 대고 소리친다. 아마 좀 지나치게 가파르게 올라갔나 보다. 좀 그런들 대수랴? 오늘 운항의 요점은 DFA의 능력 측정이다. 우리는 75분간에 걸친 운항의 나머지 시간을 부두 아주 가까운 곳에서 머무르며 절대로 12m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수정은 몇 차례 돌았고 5개의 포인트로 이루어진 조정장치에 긴장이 느껴졌다. 우리는 몇 차례고 통돌이 같은 곡예를 할 뻔했다. 호크스는 전기 자동차 용 배터리들이 잠수정이 거꾸로 뒤집히는 경우 어떻게 반응할지 확신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DFA의 첫 바다 운항이 성공인 것으로 생각했다. 호크스 팀은 가까운 장래에 DFA를 관광객용 학교에서 사용할 계획이다. 이 첫 학교는 2월에 바하마에서 열 예정이다. 1만5천 달러의 수업료를 낸 풋내기 조종사들은 이틀 간 수중 훈련을 받게 된다. 이 훈련에는 바하마의 외곽 가장자리이자 전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산호지대의 1,500m 깊이의 계곡 텅오브더딥 (Tongue of the Deep)으로 2시간 잠수하는 것도 포함된다. 여기서 풋내기 조종사들은 물고기들을 쫓아다닐 수도 있고, 난파선 탐색을 할 수도 있으며 수중곡예비행을 하거나 사람들이 지금까지 구경하지 못한 바다의 부분들을 탐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호크스는 살아있는 대왕 오징어를 구경하는 최초의 사람이 되는 것 등의 과학적 가능성에 가장 흥분하고 있다. 이번 임무의 시점과 위치는 아직 정하여 지지 않았으나, 계획은 깊이 내려갔다가 다시 표면으로 미끄러져 부상하는 것이다. 그저 숨소리만 들리는 채, 그리고 가끔 잠수정을 조정하는 동작으로 자기 위치를 알리면서 말이다. 이번 여름에 설치하려 하는 야간 투시 및 저광 카메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탐험이라는 것이 그저 20세기에나 했던 일들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깊은 바다에 내려가보면 그 생각은 전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호크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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