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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개발 글로벌 신약 첫 탄생

LG생명과학(대표 양흥준)이 자체 개발한 퀴놀론계 항균제 ‘팩티브’가 국내 신약사상 최초로 지난달 미국식품의약품국(FDA)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LG생명과학은 팩티브 원제를 익산공장에서 자체 생산한 뒤, 전략적 제휴사인 미국의 진소프트(GeneSoft)를 통해 올 연말부터 북미 시장을 시작으로 본격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진소프트는 팩티브의 북미(멕시코 포함)와 유럽지역의 독점판매권을 갖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내년 단독 현지법인을 설립, 이미 임상시험을 추진 중인 유전공학 의약품과 함께 2005년부터 본격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일본 시장은 현지 제약사가 독점권을 가지고 판매하며 아프리카와 남미, 동남아 시장은 현지 의약품 유통업체나 제약사에 판매위탁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생명과학은 3∼4년 뒤 팩티브의 세계시장 판매가 본격화되면 로열티와 완제품 공급 등으로 연간 800억원 규모의 신규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흥준 LG생명과학 사장은 “우리나라가 미국 FDA에 신약을 등록시킨 세계 10여개 국가의 반열에 오름으로써 국내 제약산업의 위상 제고와 향후 세계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팩티브는 만성 기관지염의 악화, 폐렴 등 호흡기 감염증에 우수한 약효를 가진 퀴놀론계 항균제. 기존 항균제에 내성을 가진 균주를 포함한 주요 병원균에 우수한 약효를 보여 치료기간이 짧으며 내성균 발현을 억제할 수 있는 차세대 항균제로 기대된다.

한국 최초 세계적 신약 탄생 의미와 전망
LG생명과학의 ‘팩티브’가 국산 신약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에서 시판허가를 받음에 따라 국내 제약관련 산업에 대한 국제위상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제약업계 글로벌화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IT산업의 위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던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와 종사자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해 산업발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퀴놀론계 항생제 시장 10% 목표
FDA가 팩티브를 신약승인 함에 따라 이미 신약허가 신청한 캐나다와 영국, 헝가리, 남아프리카 등에서도 올해 추가 신약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팩티브는 이에 앞서 지난 2001년 말 뉴질랜드, 작년 말 국내 의약당국으로부터 각각 신약승인을 받은 바 있다. LG생명과학은 팩티브가 지난해 완제의약품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40억 달러(약 4조 8천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퀴놀론계 항균제 시장에서 수년 안에 10%(4억 달러) 정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LG생명과학은 북미와 유럽지역 독점판매권을 가진 진소프트사로부터 곧 500만 달러의 로열티를 받게 되며 영국 의약당국으로부터 팩티브를 곧 신약승인 받게 되면 200만 달러를 추가로 받는다. 게다가 LG측이 14%의 지분을 갖고 있는 진소프트사가 나스닥에 상장(내년 예정)하면 800만 달러를 추가로 받고 상당한 주식평가차익도 거둘 수 있게 된다.

제 2의 팩티브는?
팩티브의 FDA승인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미 FDA의 신약승인을 받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와 공동으로 임상시험을 진행중인 업체는 부광약품(B형 간염치료제), SK(우울증 및 간질 치료제) 등이 있다. 종근당도 미 알자사에 항암제 CKD-602를 라이센스해 신형 항암제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신물질 신약뿐 아니라 바이오 제네릭(물질특허기간이 끝난 원래 약의 제조방법을 바꾼 약)이나 물질특허가 끝나지 않은 신약의 일부 구조와 조성 혹은 제형을 바꾼 개량신약의 해외임상 및 라이센싱 움직임도 활기를 띠고 있다.

종근당은 마이크로 에멀전(emulsion)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장기이식 환자용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A’ 신제형에 대한 FDA 시판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LG생명과학은 1주일에 한번 주사하는 서방형 인간성장호르몬, 동아제약은 발기부전치료제에 대한 해외 임상시험을 각각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도 임상시험을 거쳐 항암제 ‘오락솔’과 암로디핀 성분의 고혈압치료제 등을 라이센싱할 계획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 필요해
팩티브가 FDA로부터 승인을 받았지만 국내 제약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까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험난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 임상수준에다 엄청난 비용이 드는 해외 임상시험을 진행할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의 부재. 따라서 다국적 제약사에 임상시험 등 제품화 및 허가 및 판매 등을 맡기는 기술수출 형식의 라이센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팩티브의 경우 연구개발에서 미 FDA 신약승인까지 3천여억원(글락소 스미스클라인측의 비용 포함)의 비용과 12년의 기간이 소요됐다.

양흥준 LG생명과학 사장은 “선진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인력과 연구비 모두 턱없이 부족한 국내 제약사들은 항암제나 항생제 등 자신 있는 분야만 특화하는 집중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나갈 것임을 밝혔다.
박세훈기자 <isurf@sedaily.com>

12년 동안의 우여곡절 끝 이룬 쾌거
지난 91년. 신물질 발굴과 합성 분야의 홍창용 박사와 신물질 합성과 공정분야의 남두현 박사, 동물실험의 김인철 박사, 임상시험과 제품허가의 추연성 박사, 해외파트너 선정과 마케팅의 연구진이 뭉쳤다. 각 분야의 권위자로 이루어진 연구팀은 개발 시작 2년만에 팀장이 사망하고 예기치 않은 독성문제 등이 튀어나오면서 연구중단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집에도 거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개인시간을 쏟아가며 연구한 끝에 304번째 화합물질인 LB304a에서 뚜렷한 약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게 되면서 프로젝트는 다시 시작되었다. 이후 97년 글락소 스미스라인과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신약개발은 본궤도에 올랐다. 순탄한 임상시험을 거쳐 지난 99년 FDA에 신약승인을 신청했으나 날아온 것은 승인실패.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4월에는 글락소가 공동개발 포기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난관에 부딪혔으나 진소프트를 새로운 제휴회사로 선정하고 지난해 10월 재신청했고 6개월 뒤인 지난달 5일 최종승인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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