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Sci: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물의약을 식물학과 연계하고 연구하는데 선생께서는 왜 동물들을 연구하십니까?
테리 프레데킹: 인간과 딴 동물들이 걸리는 병들 가운데는 서로 같은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동물들의 면역체계에서 알아낼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는 여러 의약에 대하여 저항력을 가진 박테리아들에 대한 항생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코모도 왕도마뱀에게서 얻어낸 약입니다. 이 도마뱀의 입에는 악성 박테리아가 득실거립니다. 그런데도 녀석들은 절대 병에 걸리지 않거든요.
PS: 말씀을 듣고 보니 코모도 왕도마뱀에게 물렸다가는 약도 없겠군요. 그런데 어떻게 녀석들을 잡나요?
테리 프레데킹: 숲에 들어가 로프의 한쪽 끝에 물고기를 매어달고 다른 한쪽 끝을 사람의 몸에 묶고는 달리게 합니다. 숨어있다가 물고기를 노리고 쫓아가는 녀석을 잡습니다.
PS: 희한한 동물들 부근에 사는 현지인들은 적응을 잘 합니까?
테리 프레데킹: 한 번은 멕시코에서 현지인 하나가 말을 타고 정글에서 나오다가 날 보더니 얼굴이 백지장같이 하얗게 질리더군요. ‘악마의 동굴’ 입구에서 방독면과 장갑을 낀 채 양손에는 찍찍거리는 흡혈 박쥐들을 잔뜩 움켜쥐고 서 있었는데 발치에서는 15kg의 드라이아이스가 허연 안개를 만들고 있었으니 꼭 꼬락서니가 염라대왕 같았을 겁니다.
PS: 그렇게 어렵게 구하신 박쥐의 침을 가지고 무얼 하십니까?
테리 프레데킹: 우리는 박쥐의 침이 혈액의 응결을 막는 성분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수집한 박쥐들의 침을 가지고 실험실에 돌아오면 미생물학자들의 그것을 분해하여 중요한 단서가 될만한 것을 찾습니다. 우리는 또한 천연두, 에볼라 출혈열, 마버그열에 대항하는 면역체계를 자극하는 사이토킨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후천성 면역결핍에 대한 백신을 공동개발 중이기도 합니다.
PS: 지금까지 이 분야에 종사하시면서 가장 어려우셨던 점이라면?
테리 프레데킹: 지난 번 원정에서 3m 길이에 160kg이나 나가는 왕도마뱀을 잡았습니다. 단단한 테이프로 녀석의 주둥이를 묶으려고 했는데 그러면 물고기를 잡아먹지 못하게 되서 그런지 녀석이 단단히 화가 나 마구 덤빕디다. 셋이 덤벼들어 겨우 녀석을 붙잡기는 했는데 하마터면 물려 죽을 뻔했습니다.
PS: 아찔하셨겠군요. 앞으로의 계획을 좀 말씀해주십시오.
테리 프레데킹: 우리는 마다가스카르에 가서 여우원숭이들을 잡을까 생각 중입니다. 여우원숭이들은 일종의 대나무 순을 먹고 사는데 그 때문에 화학독성에 면역이 됩니다. 일단 다른 동물들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왕도마뱀 연구에서 좀 진척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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