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파인더가 학계와 일반 대중에게 놀라운 파노라마 사진들을 제공하며 순수하게 ‘발견의 기쁨’을 위해 뛰어 다녔다고 한다면, 이 ‘미니 로버’는 느리게 움직이면서 그야말로 ‘작은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패스파인더호 덕택에 우주 탐사에 대한 열망이 높아진 것은 차치하고 이 탐사선은 착륙 방법에 있어서 주요한 업적을 남겼다. 이것은 혁신적인 에어백을 사용한 최초의 착륙선이었다. 또한 패스파인더는 타 행성에 보낸 최초의 무인 이동 탐사선으로 기록되고 있다 (물론 아폴로 계획에도 달 탐사선이 있었지만 이 때는 운전자가 탑승했다).
2대의 새로운 MER는 유럽 항공우주국에서 5월 23일에 발사할 예정인 비글 2라는 탐사선과 함께 보다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화성의 물과 관련한 과거의 역사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이 탐사선들은 사진 촬영을 하고 표면을 탐사하거나 땅에 구멍을 내게 될 것이다. 또한 화성의 표면을 가로질러 움직이면서 실마리를 찾기 위한 여러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이것은 기본적인 지질학 현장 조사죠.” 이 프로젝트의 운송 담당인 스티브 스쿼레스는 말한다. “현장 지질학자들은 범죄 현장의 탐정들처럼 활동합니다. 즉 이 위치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났었는지를 조사하는 거죠. 이게 바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과거의 물 흐름을 이해하는 일은 화성의 커다란 비밀을 푸는데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스쿼레스는 “예전에 화성이 생명체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었는지에 대한 증거를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국에서 제작한 유럽 항공우주국의 비글 2는 이 임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170년 전에 다윈을 태우고 갈라파고스섬으로 떠났던 배의 이름을 단 비글 2는 현재 혹은 먼 과거의 생명체의 증거를 찾아서 굴착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비글 2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으며 로봇 팔과 작은 줄이 달린 굴착용 탐침을 사용해서 지표면 아래 1.5m까지 파 내려 갈 수 있다.
얼음이 존재하는 이 깊이는 고생물 학자들이 연구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곳으로 탄소 동위 원소 비율까지 측정하게 된다. 혹시 운이 좋다면 화석화된 고대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할 가능성도 있다. 비글 2는 ‘마르스 익스프레스’와 함께 러시아의 소유즈-프레갓 로켓에 실려서 유럽 우주국의 포괄적인 화성 임무 중 하나로 발사된다. 화성에 착륙하기 5일 전에 마르스 익스프레스는 비글 2 착륙선을 방출하고 로켓을 점화시켜 우주선을 회피시켜서 화성과의 충돌을 방지하면서 안정된 궤도에 진입시킨다. 마르스 익스프레스는 NASA의 화성 전역 조사선과 화성 오디세이가 1997년과 2002년부터 각각 수행해 온 기능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장착된 센서들은 지하수의 표면의 흔적을 찾게 되고 동시에 이 궤도선은 화성 표면과 지구와의 무선 통신을 중계하게 된다. NASA 비용 절약 계획과는 대조적으로 MER 임무가 총 8억 달러가 소요되는 데 비해 놀랍게도 이 마르스 익스프레스의 전체 임무에는 궤도선과 비글 2 착륙선을 포함해서 1억 6,500만 달러 밖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글 2와는 달리 MER은 화성 표면을 광범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모든 도구와 통신 장비들을 싣고 다니는 달리는 과학 실험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것은 패스파인더의 경우 지구와 정보를 중계하던 역할을 수행하던 고정 착륙 모듈에 의존했던 탐사선의 방식과는 매우 다르다. “소저너 탐사선은 착륙선 주위로 원형으로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NASA 제트 추진 연구소에서 MER 임무 매니저를 맡고 있는 마크 아들러는 이렇게 말했다 “MER은 보다 향상된 운동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루 만에 소저너가 3개월 동안 꼬박 이동해야 했던 거리를 이동하니까요.”
이 설계에서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각 탐사선은 소저너보다 무게가 훨씬 더 많이 나가며 이렇게 증가한 무게로 인해 안전하고 느린 착륙이 어렵게 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엔지니어들은 착륙선 주위의 에어백을 강화하고 낙하산 시스템에 특별한 추진 장치를 추가했다. 착륙선이 지상에 가까워짐에 따라 추진 장치를 신속하게 분사함으로써 하강 속도와 바람의 효과를 상쇄시키게 된다.
착륙 위치는 과학적인 필요성과 탐사선의 안전을 함께 고려해서 결정된다(삽지 참고). 물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몇몇 흥미로운 지역은 거센 바람과 급경사와 많은 먼지 때문에 선정에서 탈락되었다. “화성 표면에는 먼지가 너무 많아서 먼지 속에 파묻히게 되는 지역들도 있습니다.” JPL의 착륙 담당 연구원인 매트 골롬벡은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이런 먼지들은 태양 전지판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패스파인더의 영광스러운 날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2003년 12월 후반부터 2004년 1월까지 착륙선을 실은 3대의 우주선이 화성으로 날아 갈 순간을 매우 기대하게 될 것이다. 골롬벡에 따르면 가능성이 높은 네 곳의 지역을 면밀하게 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성 위에서 가장 분명하게 이미지를 전송할 수 있고 가장 잘 연구된 착륙 위치’는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NASA는 화성 탐사에서 쓰라린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1999년에는 화성 극 착륙선이 착륙 로켓 고장으로 실패했고 화성 기후 궤도선은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영국식 단위를 미터법으로 잘못 환산해서 화성의 대기 중에서 산화해 버렸다. “패스파인더의 파노라마 사진에서도 착륙할 수 없는 바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JPL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피트 시징거의 설명이다. 그는 착륙 직전 10m의 상공은 ‘통제불가능한’ 영역임을 인정했다. NASA는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이러한 위험은 기꺼이 감수해야할 몫이다. 인류에게 있어 행성탐사는 선구자적인 개척정신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