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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하기 짝이 없는 F(포뮬러)1 레이스

데이먼 러니언은 요트 경주 관람이 풀이 자라는 것을 보는 것만큼이나 지루하다고 쓴 적이 있다. 올해 이탈리아 산마리노 그랑프리를 지켜본 결과, 초스피드의 F1 경기도 그보다 나을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매우 빠르고 순간적으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지만 결국은 매우 따분했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미해진 이유는 터빈 속도장치에서 회전하는 10기통 엔진 소리 때문이었다. F1참가 레이싱카는 상당히 높은 엔진 회전수 1만 8천 rpm에서 티타늄 연접봉이 실제로 상당히 늘어나므로 작은 찻잔 크기의 피스톤이 기어를 부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약간의 탄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연료는 각 연소실에서 매초 150번씩 폭발한다. 녹색신호를 기다리며 회전하고 있는 그 엔진들이 절정에 달해 ‘부르릉’ 거리는 소리를 한번 듣기만 해도 아마 2년 간 보청기를 착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TV 레이싱 채널에서 F1 경주 방송을 시청하는 것은 실제에 비하면 웅얼거리는 속삭임 정도일 뿐이지만 말이다.

고급 스포츠카가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에, F1 레이싱카는 240㎞까지 가속하며 도로 직선 코스 주행시에는 최고 370km까지 질주한다. F1 최고의 팀들은 곡선 주행 풍동(風洞)에서 자신들의 차를 가속시키는데, 이 때 공기역학 현상으로 발생하는 하강력(downforce)이 최고 2,270kg에 이를 정도로 매우 커져 코너가 너무 완만하지 않다면 경사진 트랙을 돌 때 뒤집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2G의 가속력보다 훨씬 더 인상적인 것은 F1 차량의 제동력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4G에 이른다는 점이다. 만약 6절 벨트식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 몸무게 77kg의 레이서가 급제동 할 때 안전밸트가 없다면 500kg 이상의 힘으로 핸들에 부딪히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F1 레이스는 지겹다. 필자가 볼 때 이것은 유럽식 문화행사다. 미국인들은 좀 더 극적인 것을 원한다. 45 대 42의 박빙의 슈퍼볼을 볼 때 그야말로 재미를 느낀다. 그런데 유럽 사람들은 1시간 반 가량의 축구 경기 끝에 1 대 0을 기록하는 월드컵에 더 열광한다. F1 애호가들은 가장 우수한 차가 폴 포지션(pole position)을 차지해야 하며, 첫 번째 트랙도 1등으로 통과해야 하고 절대 추월 당하지 않고 1등으로 경기를 마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이탈리아 도시 이몰라에서 열린 F1레이스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기를 흔들고 나팔을 불어대는 수천 명의 유럽인들이 약간의 액션(전체 경기 중 딱 두 번 중대한 위기가 있고 그 중 하나가 첫 번째 트랙을 통과하고 난 수백미터 일 경우)을 더 바랐을지 모르지만, 본질적으로는 고속 퍼레이드에 불과한 경기 결과에 여전히 만족한 듯 보였다.

결과는 매우 막강한 홈팀인 페라리 두 팀이 출발할 때와 같은 순서로 1,2위를 차지했고, 약간 질이 낮은 타이어를 장착한 윌리엄즈 BMW팀이 함께 3,4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그 외 모든 레이서들은 조역이었다.

배기량 3.0리터, 800마력의 600kg짜리의 F1카를 모는 레이서들은 고소득자들이다 (미하엘 슈마허는 최고의 페라리 레이서로 1년에 약 3,200백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동시에 1천 유로짜리 수표에 마구 사인을 해대는 괴팍한 인간들이기도 하다. 이들 대부분이 피위 허만(Pee-wee Herman-80년대 어린이 쇼인 의 주연배우로 꽉 끼는 양복에 나비 넥타이, 흰 구두, 기름으로 넘긴 짧은 머리를 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함-역자 주) 같은 현란한 러셀 크로우 패션을 하고 다닌다.



미국인들에게는 레이서가 가장 중요하다. 윈스턴컵 팬은 “리키 루드는 나의 우상”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들은 마크나 러스티, 제프에게 지지를 보낸다. 그들이 닷지를 모는지 포드나 쉐비, 폰티악을 모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미국인들은 자동차 경주가 국가나 기업간의 싸움이 아니라 선수 대 선수의 대결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윈스턴컵 경기마다 시작하기 전에 레이서는 각각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오픈카에 자기 고향의 미인대회에서 우승한 여왕과 나란히 서서 트랙을 돌며 퍼레이드를 한다.

그러나 F1에서 레이서는 1인용 경주차에 박혀 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의 경우는 커다란 국가적 자존심이 F1에 걸려있다. 벤츠와 르노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차들이 영국에서 만들어지고 도요타의 신차와 엔진 모두 독일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이것은 우습기 짝이 없다. 이 경기 이면에는 사라지지 않는 ‘계급’의 힘이 도사리고 있다. 폴로 경기가 평등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그랑프리 자동차 경주는 거의 절대적인 유럽 상류계급의 자만(自慢)을 반영한다. 일반인은 지붕도 없는 관람석에서 보는 반면 귀족들과 귀부인들은 맨 앞좌석과 패덕(그랑프리에서 귀빈이나 스폰서 게스트, 모터 스포츠 VIP만을 위해 마련된 곳-역자 주)에 앉는다.

필자를 초대했던 사람들은 이몰라에서 임시 패덕 클럽의 회원자격을 위해 거의 4천 달러를 지불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4천 달러를 주어도 입장권을 구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입구에서 패덕 입장권을 살 수 있는 윈스턴컵과는 달리 F1에서는 팀이나 스폰서의 초대를 받은 사람만이 살 수 있다.

한 F1 경주에서는 극성팬들이 패덕클럽 자동 회전문 주위로 벌떼같이 몰려들었다. 운전자를 가까이 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에 패덕클럽에서 괴로운 홍보성 인사를 마치고 나오는 레이서를 잠깐이라도 보려는 것이었다. 마지막 예선이 있던 날 오후에 필자가 클럽 밖으로 나가자 이탈리아 사람들이 갑자기 술렁거리면서 필자를 가리키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어디서 옛날 F1에 출전한 구닥다리 차에서 내린 것 같은 백발 노인네라도 본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F1 규칙은 잘 알고 있었는지 사인해달라는 부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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