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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학교는 학교밖에 있다

길거리에서 컴퓨터를 배우는 인도의 아이들
아라비아해의 어촌에서부터 가난에 찌든 사람들이 우글대는 뉴델리의 빈민가에 이르기까지 어린아이들이 컴퓨터를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물론 교사는 없다. 이 실험적 현상을 ‘최소 간섭교육’이라고 명명한 수가타 미트라는 “어디서나 교사가 필요하다는 가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만일 이 말이 옳다면, 전체 6∼14세 아동중 학교에 못 다니는 아이들이 전체의 40%(약 7천 9백만 명)가 넘는 인도로서는 커다란 은혜가 아닐 수 없다.

'니트’라는 뉴델리 소재 소프트웨어 교육회사에서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는 미트라는 1999년 그의 생각을 시험삼아 실행에 옮겼다. 그는 회사 건물 바깥벽에 고속 인터넷망과 연결한 컴퓨터를 설치해 놓았다. 그러자 몇 시간이 채 가기 전에 근처 빈민가에서 몰려든 아이들이 아이콘을 끌어다 놓거나 파일을 여는 방법 등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곧 이어 자기들이 좋아하는 힌디 음악을 다운 받거나 마이크로소프트 페인트 사용법을 스스로 깨우쳤다. 심지어 용어까지 만들어내는 아이도 있었다.

커서는 힌두어로 ‘바늘’을 뜻하는 ‘수이(sui)’가 되었고 모래시계 아이콘은 힌두교 신 시바가 애용하는 장고 모양의 북을 뜻하는 ‘담루(damru)’가 되었다. 발음도 제멋대로며 뜻 역시 컴퓨터 사용과 관련된 것만 파악하는 정도였지만, ‘열기(open)’, ‘저장(save)’, ‘파일(file)’과 같은 영어 낱말들을 익힌 아이들도 있었다.



이런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미트라와 그의 동료들은 아이들의 활동에 일체 간여하지 않고 그저 아이들의 학습을 비디오카메라에 담기만 했다. 이어 이와 비슷한 시설을 인도 각지의 40여 군데에 설치해놓고 8∼13세 아동을 대상으로 관찰하였다. 역시 결과는 비슷했다.

컴퓨터는 벽 속에 집어넣었고, 모니터는 판유리로 막아놓았으며 키보드는 콘크리트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미트라는 어느 해안 부락의 아이들이 마우스의 쓰임새를 알아내는데 고작 한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감탄했다). 미트라는 정부와 민간 기금의 도움을 받아 앞으로 3년 안에 컴퓨터 수를 68개로 늘리고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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