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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이후 시민들은 어느 정도로 안전을 느끼고 있을까?

필자가 처음으로 테러를 체험한 것은 1973년이었다. 당시 18세였던 필자는 런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 당시 영국은 10대가 생활하기엔 다소 섬뜩한 측면이 있었다. 런던은 무자비한 IRA의 폭탄 테러에 시달리고 있었고, 경찰관들은 거리를 순찰하며 폭발물을 수색했다. 지하철에서는 수상한 가방을 신고하라는 포스터와 방송을 자주 접할 수 있었고 자동차와 술집, 쇼핑몰과 전화박스 등 폭탄 테러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것 같았다.

흔한 게 폭파 협박이었다. 한 번은 레이세스터 광장 영화관에서 <스팅>을 보고 있는데 폭파 협박 전화가 걸려 왔었다. 가끔 멀리서 폭발음을 듣기도 했는데, 사이렌 소리는 그보다 더 자주 들렸다. 런던은 흥분되는 곳이었다. 폭탄 테러로 흥분이 고조되기는 했지만 필자에게는 한 번도 테러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1973년 12월 21일 필자는 미국에 있는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려고 트라팔가 광장 근처의 우체국으로 가고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중 마치 북을 아주 세게 두드리는 듯이 엄청나게 큰 소리가 들렸다. 분명 폭탄이 터지는 소리였는데 필자의 귀에는 바로 우체국 밖에서 터진 것 같이 들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3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터진 것이었다. 밖으로 나와 보니 최근 몇 개월간 이스라엘 방송에서 자주 본 아수라장이 펼쳐져 있었다. 어둠을 뚫고 강렬한 푸른빛이 비치면서 경찰차들이 한 곳으로 몰려가고 사람들은 반대 방향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폭발 현장이 너무 가까워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채어링 교차로 위쪽으로 집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잔뜩 긴장 되어 주차된 차들을 예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다가 뭔가가 달라졌음을 알게 되었다.

재난을 가까이서 목격하고 난 후 발생하는 깊은 정신적 변화를 체험한 것이었다. 예전에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처럼 쉽게 지나칠 수 있었지만 이젠 두려움에 가득 차 필자도 언제든 당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2001년 9월 11일 아침 19명의 비행기 납치범들은 허술한 공항 검사대를 지나 4대의 비행기에 나눠 타고 테러를 감행했다. 이 때문에 모든 미국인들은 필자가 IRA 덕분에 경험했던 느낌을 그대로 갖게 됐다. 정부는 갑자기 기술적인 문제를 커터와 미국내 비행훈련 학교 탓으로 돌리는데 급급했다. 조종사들이 커터로 살해됐고 자동응답기는 꺼졌으며 민간항공기들은 부와 정부, 군사력의 상징인 장소를 들이받았다. 반면 미국의 첨단 방위 시스템 개발자들은 사태를 파악하려 필사적으로 애를 썼지만 헛수고였다.

그 이후 정부에서는 추가 테러가 있을 거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시민들이 긴장 상태를 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정부는 대도시의 시민 보호 수준이 형편없이 낮아 9·11 이전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것은 주로 자금 부족과 재원 확보 의지의 문제다. 지난 6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시장(市長)들 중 대다수가 시를 보호할 자원과 기술이 부족하다고 밝혔는데, 이들 중 4분의 3이상이 보호 및 비상사태 대비용 장비 구입 예산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시행정부가 각 시와 주 정부에 긴급구조 기술 및 인력 확보 비용으로 35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함에 따라 올 가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 같다. 테러 발생 후 1년이 지나서야 지원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도시마다 허술한 대비의 결과는 9·11테러의 결과로 나타났다. 홍콩 공항의 보안책임자였고 현재는 컨설턴트인 이안 길치리스트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세계의 다른 국가들은 1970년대 비행기 공중 납치와 80년대 초 비행기 폭파 사건들이 발생한 이후 보안 체계를 개선하는 데 20년이 넘게 걸렸다. 그런데도 미국은 ‘우리 나라에서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결국 다른 나라들이 교훈을 얻고 생각하며 성장하는 동안 미국은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공항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점은 도시에서는 수천 배가 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항은 상대적으로 작고 통제된 환경으로 모든 승객과 승무원들이 바늘구멍 만한 검사대를 통과할 때까지 사실상 접근은 제한된다. 안전 요원들이 훈련이 잘 돼 있고 제대로 장비를 갖추었다면 공항은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반면 도시는 규모가 크고 개방되어 있는 데다 보안 체계가 느슨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녀 예측이 어렵다.

수도 워싱턴의 대중안전 및 치안 담당 부시장으로 이 지역의 소방, 경찰, 긴급구조대를 관장하는 마그렛 켈렘스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이나 출입을 막을 수 없다”며 “항상 감시를 하고 있지만 영화처럼 누군가가 자기 가슴에 다이너마이트를 붙이고 시내를 활보하더라도 이를 포착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싱턴 시는 재원과 의지만 있다면 도시에서도 조직적인 기술력을 발휘해 테러리스트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워싱턴 시는 12명의 사망자와 수천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도쿄 지하철역에서의 사린가스 살포 사건을 보고 1995년 워싱턴내 교통 체계의 취약성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후 워싱턴 시는 안전개선비용으로 1억 700만달러의 추가예산을 포함, 연방정부에 2억 9천 700만 달러를 요청했다. 현재까지 지원 받은 재원은 4,900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워싱턴 시는 안전개선계획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고 있다. 시간지연 폭탄 설치에 대비해 움직임 탐지기를 구입, 기차와 버스 차고들에 투입했으며 버스가 예정 운행로를 벗어나거나 차량의 도난시 경보를 울리는 GPS 기반의 차량 위치추적장비도 설치했다. 버스에 디지털 카메라를 설치해 운영하는 시범 프로그램과 CCTV의 설치방안, 모든 대규모 환승역의 주소를 업그레이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워싱턴역의 직원들은 지하철 이용객들에게 안전개선계획에 대한 제안을 받고 있다.

워싱턴역은 지하철역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화학무기 센서를 갖추었다(도쿄 역에도 아직 이런 센서는 없다). 9·11 테러 이전에 이미 2개 역이 이런 센서를 갖추고 있었다. 추가로 10개 역에 센서 설치가 추진중이며, 1억 700만 달러의 추가 예산 중 2,000만 달러는 15개 역에 센서를 설치할 비용으로 책정돼 있다. 결국 모든 전철역에 이 센서를 설치하고 후에 생물학적 오염 측정장치가 나오면 이로 대체될 것이다. 전철역의 비상대응팀은 물론 일반 직원들에게도 이스라엘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마스크를 포함한 보호장비가 공급되고 있다.

물론 워싱턴은 정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비교적 작은 도시이다. 반면 뉴욕은 거대하고 통제가 어렵다. 올 초 뉴욕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는 해군 중장 출신으로 국토안전부 특별보좌관이었던 프랭크 리부티를 뉴욕시의 신설 테러방지 위원회 부위원장직에 임명했다. 뉴욕경찰국은 전염병 전문가를 채용하고 생화학 위협에 대해 조언을 해 줄 의료진을 구성했다. 리부티의 조직이 하는 일은 대부분 극비사항이다.

뉴욕 시민들은 정기적으로 강화된 보안 체계에 관해 이따금씩 교량과 터널이 폐쇄되었다거나 차량 검문이 강화되었다는 식의 뉴스를 접하고 지난 1월말 세계 경제 포럼이나 7월 4일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같은 행사에 대규모 경찰 병력이 투입되는 것을 보아 왔다. 뉴욕 경찰은 고자세를 취하지도, 시민들에 사전안내를 하지도 않았다 (신설된 반테러 핫라인 광고는 지난 6월에 신문에 게재되었지만 경찰은 별로 적극적이지 않았다). 본지는 올해 초 리부티와 인터뷰를 가지려 했지만 접촉할 수 없어 대신 다른 사람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위원회의 대변인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블룸버그 시장실의 직원들도 인터뷰를 거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시와 주, 연방정부가 테러방지 신기술에 대한 자금지원에 동의하고 인력 충원을 검토할 때까지는 별로 할 말이 없다”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뉴욕의 교량과 터널 관리 기관인 항만공사는 안전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만공사 대변인인 스티브 콜맨은 “폭발물 탐지견을 확보하고 있지만 그 역할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 “현재 무작위로 검문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늦은 봄 필자는 이틀간 뉴욕을 돌아다니면서 9·11 테러 이후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할 기반 시설물들을 조사했다. 필자와 동행한 폴 켈린은 영국인 컨설턴트로 맨체스터 공항에서 10년간 안전훈련을 지도했고 현재는 미 에너지부를 대상으로 교육을 시키고 있다. 뉴욕의 안전 체계상 변화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쓰레기통 문제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워싱턴의 전철역에서는 폭탄을 넣어둘 가능성이 있는 컨테이너를 없애버렸다. 하지만 뉴욕에서 켈린은 지하철 플랫폼에 있는 검정 금속통을 가리키며 폭탄 파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즉각 지적했다. 켈린은 “금속은 폭탄을 의미한다”며 “이곳에 폭발물을 충분히 넣으면 강철 파편이 초당 200m를 날아갈 수 있다”고 필자에게 말하면서 쓰레기통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쓰레기통은 테러의 기본 재료다. IRA가 수년 전부터 쓰레기통에 폭탄을 넣어두는 곳으로 이용해왔던 영국에서는 옥외에 설치된 대부분의 쓰레기통에 5cm 폭의 강화 유리섬유 플라스틱을 대서 폭발력을 흡수한다. 작년 에이지스 엔지니어링 솔루션사는 내부에 폭발 흡수 화합물을 담고 외부에는 물과 공기층을 이용해 폭발력을 증기로 변환하는 옥내 쓰레기통 TARBE의 판매를 시작했다. 워싱턴 시는 1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이와 같은 내폭성 쓰레기통을 대량 구입, 지하철역을 비롯한 공공장소에 설치했다.

도심의 대규모 사무실 빌딩을 보호하는 복잡한 문제를 한 번 생각해 보자. 뉴욕에서조차도 9·11 테러 이후 강화되었던 빌딩 보안이 다시 느슨해졌다. 한 빌딩 관리인은 필자에게 “9·11 테러 이후 한동안 가방을 불시에 검색하곤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휴대폰이나 호출기에라도 폭탄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검색방법도 합리적이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심에서는 완벽하게 안전한 곳은 찾을 수 없다. 현재 도심 고층빌딩의 안전 책임자로 근무하는 전 마약단속국의 한 베테랑 직원도 “누구나 안전을 갈구하지만 영원히 안전한 곳은 없다”고 말한다.

켈린과 필자가 조사한 사무실 빌딩의 보안 상태는 대체로 주먹구구식이거나 아예 보안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한 유명한 건물에서는 ‘모든 손가방과 서류가방, 짐을 검사한다’고 안내문을 내걸어 놓았지만 필자가 지켜보는 동안 단 한사람도 검사를 받지 않았다. 건물내 보안조치라는 것들이 기껏해야 운전면허증이나 직원용 신분증을 확인하는 데 불과했다.



하지만 이안 길치리스트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공항이나 건물 내에서는 사진이 박힌 신분증이라면 곧이곧대로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걸 보안의 기준으로 여기는 거죠. 하지만 그건 전혀 보안 효과가 없어요”. ID 카드는 위조나 교환이 용이한데다, 대부분의 빌딩내 보안 검사시 ID 카드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 데이터베이스가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드물다. 운전면허증과 주에서 발급하는 다른 ID카드들도 미심쩍기는 마찬가지다. 정확한 검사를 위한 정교한 신체 분석 시스템은 수년이 지나야 도입될 전망이다.

테러 방지시 발생하는 사생활 문제에 대해 미국과 영국 사이에는 뚜렷한 시각 차가 존재한다. 켈린의 시각에서 보면 뉴욕 같은 도시에서는 CCTV를 통해 시민들의 안전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 뉴욕시 지하철은 터널과 플랫폼의 규모와 길이가 엄청나기 때문에 워싱턴시에서와 같이 화학무기 센서를 설치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작업도 까다로운 반면, 맨해튼의 넓고 곧게 뻗은 도로는 런던의 꼬불꼬불하게 굽이치는 도로에 비해 TV 카메라를 설치하기에 훨씬 더 적합하다. 켈린은 “맨해튼은 카메라를 덜 설치해도 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낮아진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CCTV 기술에 대한 호응도 대단하지만 올 여름에는 이 기술의 효과에 대한 논쟁이 일기도 했다. <가디언>지는 1996∼98년 사이에 CCTV 기술이 가정과 사무실 범죄 예방 전체 예산의 4분의 3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통계에 따르면 CCTV는 1990년대 초 처음으로 설치되었는데, 부분적으로는 IRA 폭탄 테러에 대한 대응책이기도 했다. CCTV 설치로 어느 정도 범죄 억제 효과가 있자 영국인들은 점점 더 많은 CCTV를 설치했다.

런던에는 약 15만대의 CCTV가 있어 시민들은 대부분 매일 300회씩 포착된다. 런던 사람들에게는 사실 감시 카메라가 생활의 일부로 많은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준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에서는 시민들이 공공장소에서 감시 받지 않고 돌아다닐 권리가 당연시되고 있지만 많은 시에서는 감시카메라를 설치했고 사람들은 이런 감시카메라를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1998년 뉴욕시민 자유연맹은 맨해튼에서 2,397대의 감시카메라를 찾아내고 이를 표시한 지도를 인터넷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후 감시카메라는 더욱 증가해왔다. 켈린은 문 위와 지붕, 분수대, 스케이트장과 경기장 등 곳곳에서 카메라들을 발견했다.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택시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뉴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샌프란시스코는 30년 된 CCTV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바트(BART)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미 한 역에서는 컬러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중이며 다른 역에도 곧 설치될 예정이다.

CCTV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인력부족 문제 때문이다. CCTV는 순찰대의 업무를 기술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다. 이스라엘 회사인 마갈 보안시스템사의 부사장인 존 쉬제판스키는 “옥외 보안은 대개 차량이나 사람의 통행이 별로 없는 장소를 지키는 경우”라며 “사람이 많은 뉴욕의 5번가 같은 곳은 수많은 카메라들을 설치해놓고 전담인력이 24시간 내내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특정 상황의 경우 방사능이나 폭탄 탐지 장비들을 배치할 수 있지만 일상적인 공공장소 순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인디애나폴리스 비상계획 국장도 중요한 행사장에서 휴대용 센서를 보강하기 위해 화학물 탐지 장비를 갖춘 로봇을 투입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공기를 샘플링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공기 샘플링 장비를 계속 사용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작년 12월 31일 저녁 뉴욕경찰국은 미 세관에서 빌린 휴대용 방사능 모니터기를 이용해 타임스퀘어 광장에 모인 군중들을 조사했다. 하지만 일상적인 치안은 거리를 순찰하며 경찰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52명의 보안 요원들이 담당한다.

요즈음의 CCTV들은 녹화만 할 뿐 지켜보는 사람은 없다.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테이프 검토가 이루어진다. 미국인들은 모하메드 아타 같은 또다른 테러범의 범행 현장이 녹화된 내용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범죄 용의자나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즉각적으로 색출해 내는 게 과제이기 때문이다. 카메라 감시를 위해 채용된 직원들은 금방 지루해한다. 따라서 용의자나 사고를 인식해 직원에게 이를 알려 줄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이런 기능을 갖춘 소프트웨어로는 미네소타 소재 생체 분석 기술 회사 아이덴틱스가 개발한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미 독립기념일에 자유의 여신상을 찾은 군중들을 검색하는 데 사용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미 시민자유연맹(ACLU)은 아이덴틱스사의 실험을 미국의 자유정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하면서 위험 인물들이 변장을 하고 다닐 경우 이 소프트웨어로도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에서는 지난 6월 ACLU의 한 변호사가 경찰과 지하철, 학교 CCTV망의 통합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시의회 회의에서 “영국에는 15만대나 되는 감시카메라가 있지만 테러리스트를 단 한 명이라도 체포했다는 얘길 듣지 못했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1993년 해러드에서의 폭탄테러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범인을 검거한 적도 있다.

카메라 제조업체들과 옹호론자들은 사생활 문제는 기우일 뿐이라며 일축한다. 아이덴틱스사의 대변인 메어 카탄은 “카메라는 시민들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면서 “카메라가 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감시 대상 목록에 올라 있는 용의자들이며 일치하는 자료가 없으면 카메라는 다른 곳을 향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다른 방법은 CCTV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런던 킹스턴 대학 디지털 이미지처리 연구소의 크로마티카 프로그램은 보행자들의 흐름에서 오랫동안 가만히 있는 사람이라든가 달리는 사람, 서로 부딪히는 군중들과 같은 이상 행태를 찾아낸다.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직원에게 통보되고, 직원은 해당 부분을 확대해 경찰이 개입해야 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또 이 프로그램은 버려진 이상한 짐, 이를테면 폭발물을 찾아내 메모리 기능을 이용, 짐을 놔두고 간 사람을 추적한다. 이 프로그램은 런던의 리버풀가 기차역에서 사용된 적이 있는데 결과 처리가 신속했다고 개발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러한 방법들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 자살테러다. 이스라엘에서는 경찰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살테러가 상당히 많았다. 내폭용 쓰레기통도 테러리스트 스스로가 폭탄이 될 경우에는 소용이 없다. 야심에 찬 맥베이 식의 극렬분자나 조직들로부터 도시들이 받고 있는 위협을 막을 마술 같은 기술적 해결책은 없다. 마치 영화 <스타워즈>처럼 접근해 오는 모든 생물학적, 화학적 폭발 위협을 조기에 경고해주면서 도시 전체를 막아주는 통합 경보 시스템 방어막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직 마약단속국 요원으로 현재 세계적 보안전문회사인 디씨즌 스트래티지스에서 일하고 있는 로버트 스트랭은 “만약 그런 게 가능하다면 이스라엘이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 목표이자 해답은 테러 조직들의 동태 파악 정보”라고 말한다.
따라서 당국은 9·11 이전의 정보수집 실패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항구나 공항들, 도심으로의 진입 지점들에서 아무리 보안을 철저히 해도 곧 많은 허점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반드시 정보 수집력을 개선해야 한다.

필자가 만나본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기술 못지 않게 훈련과 탐문 수사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간단한 방법도 상당히 효과적인 억제, 방지 및 대응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폭탄 탐지견(워싱턴시 지하철역 순찰용으로 훈련중인 8마리를 포함 총 11마리), 향상된 쌍방향 통신수단(인디애나폴리스의 통제실 직원용 이메일 호출기가 달린 양방향 무선 라디오), 보다 강화된 정보망(산호세의 의사들에게 유포된 공격성 질병에 관한 정보)과 대피 훈련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런 방법들은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나 공기 성분 분석 로봇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스트랭이 지적하듯 9·11 테러에서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건 경보가 울렸을 때 사람들이 책상 앞에 그냥 앉아 있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런던에 사는 친구들에게 가스 마스크를 보내는 이스라엘 사람들과는 달리 미국인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생소하다. 스트랭은 “향후 10년 동안 미국 사람들에게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분명히 테러는 미국에서도 계속될 것이고 불행히도 우리는 이런 세계적인 문제를 겪으며 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9·11 테러는 도시들의 강점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남겼다. 미국의 도시들은 규모가 크고 무질서한데다 활기가 넘치기 때문에 보호하기가 어렵지만 그만큼 회복력도 강하다. 끔찍한 테러에도 불구하고 워싱턴과 뉴욕의 활기는 멈추거나 둔화되지 않고 여전하다. 보안 시스템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지만 비상 사태에 대한 대응은 훌륭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런 도시들에 테러가 가해졌다는 점이 아니라 테러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들이 건재하다 는 점이다. 과연 우리 도시는 테러로부터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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