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부시 대통령은 관련 연구를 금지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과학적인 이유로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연구덕분에 인류가 얻을지도 모르는 혜택은 다분히 “추론일 뿐”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세계 각지의 저명한 생명공학 학자들은 이 기술에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미 국립 위생 연구소 소장으로 임명한 엘리아스 저후니 조차도 지난 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지원만 있으면 이 기술은 뭔가 대단히 중요한 해결책을 찾아줄 것이므로 이를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왜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은 달리 생각하는 것일까?
그 중 한 가지 이유는 인디애나 주립대의 줄기 세포 전공 생물학자인 데이비드 프렌티스의 설명을 들으면 알 수 있다. 프렌티스는 복제 반대 의안을 공동으로 발의한 캔자스주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샘 브라운백과 가까운 친구 사이이자 그의 자문역할을 맡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 미 의회는 물론 영국과 캐나다의 의회에 출석하여 증언한 일이 있다. “지금까지 출판된 자료, 특히 과학 자료를 모두 훑어보려 했다”는 그는 배아 줄기세포가 인간의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이란 증거를 거의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선 인간 배아 줄기세포 발견자 중 한 사람인 매디슨 소재 위스콘신대 소속 제임스 톰슨은 실제로 “복제가 임상과 관련해 아무런 중요성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그는 생쥐의 배아 줄기세포는 1981년 발견된 이래 계속 연구되어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세포를 배양실에 넣어 봤지만, 여태껏 몸 속에 있는 모든 세포 유형을 생성할 수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줄기세포 전공 학자들은 프렌티스의 주장에 별로 찬성하지 않는 듯하다. 제임스 톰슨 같은 학자는 “‘복제에 아무런 임상적 중요성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응수하면서 “사실 리프로그래밍의 이해는 현대 생물학의 중심 문제 중 하나일 뿐더러, ‘재생 의학’이라고 부르는 분야에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시 이 분야의 걸출한 학자인 존스홉킨스대의 존 기어하트도 “생쥐의 배아 줄기세포가 발견된 지 20년이 지난 것은 사실이지만, 주로 연구용으로 유전인자를 변경한 생쥐를 만드는 데에만 썼을 뿐”이라고 말한다.
기어하트는 성숙한 줄기 세포 연구가 가져올 밝은 전망에 대해 구태여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동일한 치료법이 모든 질병에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성숙한 것은 물론 배아 단계의 줄기세포도 이용해야 질병에 따라 쓸모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프렌티스는 이런 연구가 “윤리적으로 긴요하지도 않거니와 실행 가능한 치료법으로 이어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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