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를 넘긴 그가 최첨단 스파이 기술을 선도하는 인물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실 20년 전 만해도 제시 준이 스파이 기술 분야에서 일한 것은 아니었다. 사설탐정 회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그는 22년 간을 구 소련에서 미국의 스파이로 지냈다.
오전 9:15 준은 자신의 일을 “나는 첨단기술을 따분한 탐정 일에 접목시킨다.”고 설명했다. 모든 일을 인터넷으로 하는 듯했다. 사무실에 설치된 적어도 십 여대의 컴퓨터로 범죄기록과 신용정보, 재산 파악, 고용 상태와 같은 정보에 접근하고 있다. 그는 “FBI 요원의 신상 파일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오전 11:05 준은 여러 장비를 꺼냈다. 그 중에서도 벽시계에 장착하는 초소형 카메라와 한 블럭 떨어진 위치에서도 속삭임 소리까지 잡아내는 ‘바이오닉 이어’라는 도청장치를 아낀다고 한다. 그가 자랑하는 비밀장치를 보기 위해 밖으로 함께 나왔다. 비밀 장비는 평범한 흰색 밴 스용차로 망원경과 비디오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망원경은 밴의 지붕을 통해 몰래 외부로 나가게 되어 있는데 이 평범한 밴 안에서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비디오와 사진 촬영을 한다고 한다.
최근 한 사건에서 밴이 한 역할은 실제로 대단했다. 밴을 이용해서 남편이 처가집 소유의 보석 가게에서 훔친 물건들로 애인들에게 선심을 쓰고 마약으로 탕진하는 사건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오후 1:20 이혼사건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다. 준은 컴퓨터 캅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가동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피의자의 압수 컴퓨터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것으로 FBI도 아동 포르노나 불로 소득자들을 체포하는데 사용한다. 컴퓨터 캅은 하드웨어와 캐치 메모리를 수색하여 이메일과 웹 서핑 흔적은 물론 은폐하거나 삭제한 파일까지 찾아낸다. 또한 범죄 관련 단어 7천 500개를 샅샅이 훑는다. “범죄 용의자는 자기 컴퓨터를 마음대로 쓸 수 있을지 몰라도 이 기술이면 범죄에 이용된 컴퓨터 안에 숨긴 것은 남김없이 찾아낼 수 있다.”며 “이제 오십 블록을 뛰어 얻는 정보가 자판을 오십 번 두드려 얻는 정보와 같다.”고 준은 말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