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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활용난치병 치료 연구 활발

줄기세포(stem cell)를 이용해 손상된 근육·신경·관절연골조직·장기 등을 재생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줄기세포란 혈액·근육·뼈·신경은 물론 심장·췌장·간 등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만능세포. 따라서 심근경색·간경변 환자에겐 건강한 심장근육ㆍ간세포로 분화할 줄기세포를, 당뇨환자에겐 췌장세포로 분화할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자들은 척추신경을 다쳐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지체부자유자들에겐 두 발로 설 수 있는 ‘기적’을 연출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말한다.
줄기세포의 무한한 잠재력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포천중문의대와 가톨릭대·성균관대·연세대·한양대 의대, 생명공학 벤처기업들이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시장 선점경쟁에 나서고 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동향과 쟁점
줄기세포는 정자·난자가 만나 형성된 수정란이 분열을 거듭해 만들어진 세포 덩어리인 배아(胚芽)나 사람의 골수·장기·탯줄혈액 등 성체(成體)에서 얻을 수 있다. 이 중 난자와 정자가 합쳐져 수정란이 생긴지 5~6일 뒤 나타나는 세포들은 주변 환경에 따라 뼈·혈액·근육 등 온갖 세포로 분화할 수 있어 만능세포로도 불린다.

포천중문의대 세포치료연구소, 마리아바이오텍과 마리아불임치료연구소, 미즈메디병원과 서울의대 인구의학연구소는 지난 2월 초 냉동배아에서 분화시킨 6개의 인간 배아줄기세포주를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가등록했다.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난치병 치료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이들 기관은 NIH 등록을 통해 세포주에 대한 국제공인도 받고, 등록 배아줄기세포주 1개당 5억원 가량의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자격을 확보했다.

특히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나 아세틸콜린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파괴돼 생기는 파킨슨병, 헌팅톤병 치료 연구가 활발하다. 발병원인이 단순한 데다 신경세포의 경우 다른 사람의 배아를 사용해도 면역거부반응이 없기 때문이다.
포천중문의대 세포치료연구소는 쥐 실험에서 줄기세포를 이식해 두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경세포 분화유도에 성공했으며, 간경화·당뇨·퇴행성관절염 치료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포천중문의대를 설립한 차병원은 오는 5월께 경기 분당에 질병진단·세포이식시설과 수술환자를 위한 재활센터 등을 갖춘 줄기세포치료센터를 착공하고, 2~3년 안에 임상시험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마리아바이오텍 박세필 박사팀은 인간 배아줄기세포주를 생쥐 배아세포(섬유아세포)가 없는 배양용기에서 배양, 순도를 높인 줄기세포주를 만들어 신경세포로 분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올해 초 파킨슨씨병을 대상으로 동물실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생쥐 배아세포서 분비되는 성장인자·분화억제인자를 활용해 배양한 인간 배아줄기세포는 생쥐세포가 섞일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의 질병 치료에 써선 안된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건강한 사람의 골수나 탯줄혈액에서 혈액세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를 추출해 이식하면 치료할 수 있다. 지난 1972년 미국 프레드허친슨 암센터의 도널 토마스 박사가 처음 성공한 이래 대중적으로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백혈병 환자가 골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으려면 면역반응 조절에 관여하는 조직적합성항원(HLA)의 6가지 유전자형이 공여자와 모두 같아야 한다. 그러나 탯줄혈액 조혈모세포는 4개만 일치해도 비슷한 성공률을 보인다. 원시세포에 해당하는 배아줄기세포는 더 좋은 성공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2~3년 사이 과학자들은 조혈모세포나 피부줄기세포 등 성체줄기세포도 배아줄기세포와 마찬가지로 근육·신경·간(肝)세포 등으로 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속속 밝혀내고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와 달리 생명윤리 논란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상용화에 유리한 입장이다. 다만 배아줄기세포 만큼 대량증식이 쉽지 않고, 병든 조직을 신속히 대체하는 능력도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다.

생명공학 벤처기업 안트로젠과 탯줄혈액은행을 운영하는 메디포스트·히스토스템·라이프코드는 올해 골수나 탯줄혈액 줄기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심장근육·관절·뼈 등을 재생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 보스톤에 연구소가 있는 안트로젠은 심근경색 환자의 골수 줄기세포에서 심장근육으로 분화할 모세포를 분리·배양해 괴사된 심장근육 주변에 주입, 심장마비를 예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벨기에 O.L.V 병원에선 오는 6월께, 국내에선 연말께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외국의 경우 지난해 미국 국립보건원(NIH) 도널드 올릭 박사팀이 심근경색을 일으킨 쥐의 심장에 다른 쥐의 골수에서 분리한 조혈모세포를 주입, 60% 가량의 심장근육을 회생시키는데 성공했다.

메디포스트는 삼성의료원 조직공학센터 하철원 교수팀과 공동으로 탯줄혈액 줄기세포를 이용해 골관절염(퇴행성관절염)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토끼 등 동물실험에서 줄기세포액을 젤처럼 말랑말랑한 폴리머에 스며들게 한 뒤 손상부위에 부착해 괜찮은 결과를 얻었다.

한국화학연구원 이해방 박사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이일우(신경외과)·전북대 강길선(고분자공학과) 교수팀은 골수줄기세포에서, 서울대 수의대 강경선 교수팀은 유방 유선줄기세포에서 신경세포를 분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서울경제 사회부 임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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