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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존슨! 어디 한번 겨뤄 볼까?”

시속 157km의 초구가 뒤 그물에 빠르게 꽂혔다. 공을 노리던 오른쪽 어깨 위의 배트를 휘두를 틈도 없었다.

“원 스트라이크!”

선발 투수는 ‘아브너’였다. 아브너는 17만 5,000달러 상당의 최첨단 피칭 머신. 시애틀의 패스트볼 디벨럽먼트사가 개발한 이 ‘기계 투수’는 컴퓨터에 프로그램 된 메이저리그의 한 투수의 투구내용과 속도, 릴리스 포인트를 그대로 재연한다. 아브너가 작년 봄 처음 선을 보인 후, 지난 가을 패넌트 레이스(우승을 가르는 경기) 동안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팀과 메츠팀, 인디언스팀이 임대해 사용했다. 특히 다이아몬드백스는 월드시리즈 일곱 게임을 치르면서 뉴욕 양키스의 구원투수 대비 훈련용으로 활용했다.

현재 메이저급 최강 투수로는 다이아몬드백스의 왼손잡이 투수 랜디 존슨을 꼽는데 이견이 없다. 기자는 리틀 리그에서 세미프로 수준까지 십 여대의 기계 팔이나 스피닝 휠 피칭머신을 상대해 봤다.



이 피칭머신들은 한결 같이 오직 한 가지 구질만 구사하는 투수와 비슷하다. 다시 말해 어떤 볼이 어디에서 오는지 예측 할 수 있기 때문에 타자는 정확한 스윙을 하기가 쉽다는 얘기다. 하지만 신제품 아브너는 오버핸드 강속구에 이어 사이드 핸드 슬로우 슬라이더까지도 구사한다. 스크린 상의 구멍이공을 쏘아내며 구멍 위치도 조절 가능하다.

‘제2구, 136km의 위력적인 슬라이더!’.
아브너의 투수 시뮬레이션 과정은 우선 초저속 동작 인식 장비로 실제 투구를 분석하여 컴퓨터에 입력하여 이루어진다. ‘제 3구 강속구’. 정확하게 타점에 맞춘 공은 머리속(?)에서 오른쪽 센터 필드의 허를 찌르며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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