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를 실행에 옮겨 스캔 검사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플로리다주 보카 레이톤의 한 병원에서 목에서 골반까지 컴퓨터 단층촬영(CT) 진단을 받아 보았는데 이런 식의 진찰을 하는 병원은 이곳만이 아니다. 리서치 회사인 IMV의 미치 골드버그씨 말에 따르면 대개 질병 자각증상이 없는 사람들에게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CT 촬영센터는 현재 수십 개 정도가 영업 중이라고 한다.
정부나 의료업계 모두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의사를 찾는 대신 800달러에서 1,300달러에 달하는 CT 촬영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환자들의 꿈이 이루어진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보험회사가 의사의 처방 없이 시행되는 이런 진단행위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내과의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CT 촬영이 위험한 질병을 조기 진단하는 데 효과적인지에 관해 의문을 품고 있으며 CT 촬영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 효과 또한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이 분야 관련 감독기구인 미 방사선학회는 특별한 증세가 없는 사람에게 시행하는 CT 촬영을 합리화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만 언급하면서 ‘질병에 대한 지나친 조급증’과 ‘돈 낭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필자는 골프수업에 800달러라는 돈을 소비하고도 골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질병의 조기발견을 위한 CT촬영이 병원 치료를 겁내는 필자에겐 고통이 수반되지 않는 진단 절차임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신문 광고를 보고 의료기관을 선택한다는 것도 다소 무모한 짓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게다가 필자는 병원보다 차를 수리할 정비소 선택에 더 관심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의료기관은 의학박사들이 운영하고 있고 조금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X레이 장치로 신체를 검사하는 의사들이 포르쉐를 수리하는 기름투성이 차림의 정비공처럼 거짓말을 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카드로 비용지불을 하고 간단히 병력을 조사하는 절차를 거친 후 촬영에 소요된 시간은 약 20분. 필자는 요상한 모양의 병원 가운만 걸친 채 좁은 테이블 위로 올라가 부드러운 베개 위에 머리를 뉘었다. 120만 달러 짜리 GE 라이트스피드 플러스 모델의 CT 장비가 다리를 벌리며 다가왔다. 이 장비는 낮은 직사각형 형태로 중간에 사람, 즉 환자 크기 만한 구멍이 나 있다.
필자를 태운 테이블이 스캔 장비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자 몸 속의 뼈와 내장 기관이 모든 각도에서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촬영되었다. 몸에 주사 바늘을 꽂는 진단 방식이 아니라고 해서 반드시 편한 것만은 아니다. 몸을 움직이면 안되고 때에 따라서는 숨도 멈춰야 한다. 팔꿈치도 함께 회전식 출입구를 통해 들어갈 수 있도록 두 팔을 머리 위로 비좁게 뻗어 올려야 했다. CT촬영을 하는 동안 필자는 ‘숨을 들이 쉬라’는 지시와 30초간 숨을 멈추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런데 이런 지시에 따르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가 건강에 무슨 이상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무사히 검사는 마쳤지만 필자는 이 후 3일간을 초조함 속에 보내야 했다. 3일이 지나 마침내 나온 검사 결과는 내 몸의 횡단면을 촬영한 172장의 흑백 사진 CD 1장과 서면 보고서. PC 모니터 상에서 본 신체 촬영 사진들은 마치 싸구려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고 신체 장기에 대한 로르샤하 심리테스트의 추상 이미지처럼 느껴졌다. 매혹적이면서도 필자에겐 마치 토막난 시체 해부 사진처럼 보였다. 스캔 검사 보고서에 나와 있는 전문 의료용어를 통해 심장 혈관이 모두 원활히 소통되고 폐도 깨끗한 상태며 척추와 뼈도 정상이었다. 간과 신장, 비장(脾腸) 및 췌장도 모두 놀랄 만큼 양호한 상태였다. 필자처럼 화를 잘 내는 사람의 비장이 정상이라니, 잘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목 전체에 걸쳐 몇 개의 비특이성 혹이 퍼져 있다 진단이 내려졌다.
그 다음날 있었던 의사와 환자간 면담을 통해 안심이 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의사는 필자에게 목 주변의 혹들은 별 문제가 아니며 예전의 목 감염이나 치과적 문제일 수 있다고 말해 주면서 심장이 너무 튼튼하다며 “저녁식사로 기름기 많은 스테이크를 드세요”라는 농담까지 던졌다. 필자가 의사에게 자발적으로 CT 검사를 받는 사람들 중에서 정말 나쁜 병이 발견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일 주일에 두 세 명 정도의 종양 환자를 발견한다”고 대답했다.
이 모든 검사는 필자에게 신체적으로는 정상임을 알려줬지만 동시에 심리적으로는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사실 스스로의 건강관리의 책임을 떠 안는 동시에 의료업계의 판매 전략에 농락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CT 검사는 때때로 생명을 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신 CT 촬영 없이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장수할 수 있으며 아마 일 년에 한 번 정기 검진을 받고 감자튀김을 덜 먹는다면 훨씬 더 좋아지게 될 것이다. 독자들은 만약 건강한 자신의 비장을 보고자 돈을 낼 의사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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