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히드로 국제공항은 3월부터 사람의 홍채로 신분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 2월말부터 2,000명의 단골 고객을 대상으로 홍채인식을 통해 입국심사를 대체하고 있다. 당초에는 입국심사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개발했지만 9ㆍ11 뉴욕 테러사건 이후 위조여권을 이용한 테러범의 입국을 차단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공항측은 기대하고 있다. 잘 하면 이제 여권 대신 눈만 가지고 다니며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국내에서도 홍채를 이용한 보안시스템을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게 됐다. 여의도의 한 PC 및 서버 보안업체 사무실 입구. 입장을 원하는 사람은 출입구 자동문 옆에 부착된 홍채 센서 앞에 눈을 뜬 상태로 가까이 다가가면 출입이 허가된 사람에 한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누구 언제 출입했는지 DB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근태 및 출퇴근 관리까지 해준다.
국내 굴지의 전자회사 한 연구실. 연구원들은 모두 지문인식 센서가 달린 노트북이나 PC를 사용한다. 지문을 통해 사용이 허가된 사람이 아니면 전산장비를 사용할 수도 없고 사용내용이 고스란히 남는다.
최근에는 얼굴인식 시스템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렇게 지문ㆍ홍채ㆍ얼굴ㆍ정맥ㆍ땀샘, 음성ㆍ손금ㆍDNA 등 사람의 신체적 또는 유전적 특성을 보안시스템과 접목 또는 응용하는 기술이 생체인식 기술이다. 지난해 9ㆍ11 미국 테러 사건, 패스21 사건 등에 이후 더욱 주목받게 됐지만 이름표 대신 자기 신체의 고유한 특성을 빌어 자기 자신임을 증명해야 하는 달갑지 않은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 근본 이유다. 여기에다 컴퓨터 등 인식 장비의 기능과 성능이 좋아지고 인터넷 등의 확산으로 원격지에서도 인증이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생체인식 기술분야가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생체인식 기술은 우리 생활 곳곳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 ‘본부, 본부’ ‘우리∼집’한때 인기를 끌었던 말로 거는 휴대폰. 이것도 일종의 생체, 즉 음성을 이용한 인식기술의 적용 사례다. 이미 경찰청 본부에는 지문인식, 홍채인식, 얼굴인식 출입문 통제 시스템 등이 시범설치돼 운영되고 있으며 대검찰청, 연구소 등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지문인식 마우스에 이어 최근에는 지문인식 금고는 물론 노트북까지 나왔다. 생체인식 시스템을 갖춘 사무실, 아파트 등도 등장했으며 심지어 미아 찾기운동에까지 생체인식 기술들이 사용되고 있다.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시장 잠재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시장참여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가장 많이 대중화된 지문인식부문에만 약 60여개사. 그리고 홍채, 얼굴, 정맥, 음성 등 다른 분야를 합치면 최소 100여개 이상 회사가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업체수는 많지만 실제 매출 10억원 이상인 기업이나 기술의 핵심인 자체 알고리즘을 갖고 있는 업체들은 15개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대부분은 기존 모듈을 가져다 응용기기를 만들거나 자체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완성도가 낮은 상태가 대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내 생체인식분야중 가장 앞선 부문은 지문인식분야. 지문인식 분야는 상대적으로 빠른 지난 96년부터 관련 연구가 진행되어 와 기술수준이나 상용화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국내 생체인식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생체인식 시장의 약 60% 정도가 지문인식 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10만원대의 지문인식 제품들이 나오고 있는 점 등이 지문인식 제품의 시장확대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현재 지문인식 분야에서 자체 알고리즘을 갖고 두각의 나타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니트젠(www.nitgen.com), 휴노테크놀로지(www.hunno.com), 씨크롭(www.cecrop.com), 디젠트(www.digent.co.kr), 패스21(www.pass21.co.kr), 시큐아이티(www.secuit.com) 등이다.
지문인식이 지문별로 약 40가지 특징을 인식한다면 홍채인식은 250가지 이상의 특징을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식의 정확도 지문인식 보다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체 알고리즘을 갖고 있는 회사도 적고 워낙 고가이어서 강력한 보안을 요하는 시설물 등을 제외하곤 매출을 크게 일으키기가 다소 어렵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국내에선 세넥스테크놀로지(www.senextech.co), 아이리텍(www.iritech.com), 알파엔지니어링(www.ialpha.co.kr) 정도가 자체 알고리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빠른 속도로 제품을 개발,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부문이 얼굴인식 부문이다. 얼굴인식의 가장 큰 장점은 피감시자의 거부감이 덜하다는 점이다. 지문이나 홍채 등은 피감시자가 일일이 센서에 직접 노출해야 하지만 얼굴인식 제품은 카메라만 잘 설치하면 피감시자 모르게 자연스럽게 감시와 통제를 할 수 있다. 특히 공항, 항만 등 유동인구가 많고 통제 대상이 많은 지역이나 시설물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다. 정확성은 지문이나 홍채 보다는 다소 떨어지지만 오락ㆍ영상ㆍ장난감 등 그 적용범위가 넓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빛이나 조명, 표정, 화장 등에 따라 오차가 다소 커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이 분야에선 비전인터랙티브(www.vi21.co.kr), 프라임테크테크놀로지(www.primetech.co.kr), 블루닉스(www.bluenics.co.kr)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는 각 생체인식 분야의 특징과 장점을 살린 복합 생체인식 제품도 나오고 있다. 이중ㆍ삼중 체크로 정확성을 높이고 장애자 등 어느 한쪽 시스템만 사용할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시큐아이티, 블루닉스 등은 지문인식과 얼굴인식을 결합한 시스템을 개발, 시제품을 내놓은 상태다.
생체인식협의회 안도성 박사는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안시스템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국내 생체인식 기술의 진보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기대가 되지만 생체인식 부문이 보다 빨리 성장하고 안정적인 자리를 잡기 위해선 알고리즘 및 성능의 표준화, 정책ㆍ제도적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9·11 테러 사건이후 실제로 미국에선 공항 이용객들의 출입통제 뿐만 아니라 공황 근무자들도 철저히 통제토록 하는 등 관련 법률이 강화되고 있다.
런던 히드로 공항 같이 생체인식 기술을 이용한 더 많은 공공시설 등이 국내외에서 필요해지고 있다. 문제는 국내 업체들이 제마다 각자의 기술이 최고라고 주장만하고 있지 이를 검증해줄 관련 자료나 절차, 인증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업체간 기술분쟁이 잦고 시장확대가 잘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시장의 반응. 국내 시장이 아직은 적지만 생체인식 시스템을 도입한 각 기업이나 기관들이 객관적인 자료를 적극적으로 표시해야 기술발달에도 도움이 되고 시장도 확대된다는 것이다.
서울경제 성장기업부 조충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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