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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화폐, 21세기 결제수단을 바꿀 수 있을까

전자화폐, 21세기 결제수단을 바꿀 수 있을까
지난 92년 영국 런던의 낫웨스트(NatWest) 사무실 6,000여명의 직원들은 IC칩이 내장된 카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것이 90년 낫웨스트, 히타치 등 많은 기업들이 참여해 만든 몬덱스 카드, 세계 최초의 전자화폐다. 그후 3년뒤인 95년 7월 런던 근교 인구 19만명의 스윈던(Swindon)에서의 공식적인 시험이 이뤄진 이후 지금까지 몬덱스는 80여개국에 관련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이 지난 2000년 5월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화폐를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거나 확산중인 국가는 15개국, 시범운영중이거나 계획중인 국가는 24개국, 총 39개국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확산의 속도나 정착의 단계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평가다.

관련 정보통신 인프라가 다른 어떤 선진국 보다 빨리 확산됐기 때문이다. 하기야 전반적인 교통 인프라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지하철, 버스, 심지어 마을버스 까지 카드 한 장으로 사용가능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있을까. 이런 교통카드 한 장쯤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로 전자화폐는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이런 전자화폐들이 과연 우리생활 어디까지 파고들 수 있을까. 기존의 화폐를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까. 전자화폐는 21세기 돈의 흐름은 바꿔 놓을 수 있을까. 한번쯤 생각해 보고 싶은 주제다.

‘사이버머니’‘디지털머니’‘사이버패스’‘전자지갑’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는 전자화폐(Electronic Money)는 화폐가치 또는 화폐가치에 대한 정보를 내장했다가 물품 및 서버스 구매시 활용하는 결제수단, 즉 돈이다. 어떤 정보의 저장이나 처리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똑똑한 카드’바로 ‘스마트 카드’의 일종이다. 다시 말해 전자화폐는 화폐가치 또는 화폐가치에 대한 정보를 내장하고 있고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카드의 한 종류다. 전자화폐외 다른 스마트카드의 예를 들어보면 양자의 차이를 더욱 쉽게 알 수 있다. 유럽, 중국, 인도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GSM 핸드폰에 삽입되어 있는 조그만 카드, UIM(User Identification Modules) 또는 SIM(Subscriber Identification Modules) 카드가 대표적인 스마트카드다. 사용자의 고객정보를 정확히 담고 있어 이 카드만 교체하면 어떤 휴대폰을 사용해도 자신에게 사용료가 정확히 부과된다.

전자화폐는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와도 다르다. 신용ㆍ직불카드가 은행의 결제계좌를 통해 자금을 이전시킨다면 전자화폐는 매체나 네트워크을 통해 저장된 가치를 이전시킨다. 저장가치가 일회성이고 용도가 제한적인 상품권과도 다르다. 전자화폐는 재충전이 가능하고 용도가 제한이 없는 범용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표와도 다르다. 가치가 부여됐다는 측면에서는 같지만 전자화폐는 전자적 매체를 이용할 뿐만아니라 발행인이 지급인에게 지급을 위탁하는 후불식인 수표와는 달리 선불식이다.

전자화폐는 화폐가치의 저장방식에 따라 IC카드형과 네트워크형으로 나눠진다. IC카드형은 기존 플라스틱 카드에 IC(직접회로)를 내장하여 화폐적 가치를 저장하고 또 재충전도하는 카드다. 온오프라인에서 사용되며 특히 오프라인 가맹점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에선 몬덱스, K케시, 비자케시, e포켓 등이 대표적인 IC형 전자화폐다. 반면 네트워크형 전자화폐는 정보통신망과 연결된 컴퓨터 등을 이용, 디지털 신호로 화폐가치를 저장하였다가 인터넷 등 네트워크를 통해 결제하는 것으로 국내에선 e코인 e머니 등이 그 종류는 IC카드형 보다 훨씬 많다.

전자화폐는 또 전자화폐 소지자간 자금 이전성을 기준으로 폐쇄형과 개방형으로도 구분된다. 폐쇄형은 신용카드와 같이 일반적으로 발행자->소지자->가맹점의 형태로 가치가 이전되는 것으로 대부분의 전자화폐가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개방형은 전자화폐 소지자간 금융거래, 즉 화폐가치의 이전이 가능한 것으로 몬덱스카드가 대표적이다.

전자화폐의 사용이 점차 확산되면서 전자화폐를 통한 전세계 지불규모는 2005년 2조2,000억달러(Ovum 전망)까지 커질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우리나라 전자화폐 지불규모는 올해 말까지 1조9,000억원에 이르고 2004년에는 4조3,000억원, 2008년에는 7조4,000억원으로 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돈이나 신용카드 보다 편리한 점이 많고 관련 인프라가 지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네트워크를 이용해 충전하고 사용, 결제함으로써 시간ㆍ공간적 제약을 뛰어넘고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인터넷 등 앞으로 네트워크 수단이 발달되고 보급이 확대될수록 이 장점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최근 사회문제가 돼 미성년자 발급이 규제된 신용카드와 달리 전자화폐에는 발급대상에 제한이 없는 것도 장점중 하나다. 이용자에 대한 자격제한이나 규제가 없어 미성년자, 주부 등 경제적 신용도가 낮은 계층도 이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소액결제에 편리하다. 현금, 특히 동전 소지에 따른 불편함을 실제로 크게 들어준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전자화폐는 네트워크형이나 신용카드와 연계운영중인 후불식 교통카드 등을 제외하고 대략 5종류가 있다. 금융결제원과 18개 은행, 7개 카드사가 출자한 ‘K-Cash’, 국민은행, 조흥은행, 마스터카드 등이 출자한 ‘몬덱스’, 삼성카드, 국민카드, LG카드 등이 출자한 ‘A-Cash’, 비자카드, SKT, 삼성물산, 롯데캐피탈 등이 출자한 ‘V-Cash’, 한국기술투자, 한국투자신탁 등이 출자한 트래블러스카드의 ‘e포켓’이다. 모두가 한 번에 최고 20만원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이중 e포켓을 제외하고는 모두 금융기관이 출자한 전자화폐들이다. 전자화폐에 대한 가능성을 금융기관들이 인정하고 미리 미리 투자해 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전자화폐에는 단점이 전혀 없을까. 국제적 표준화가 미흡하여 보편성의 확보가 어렵다는 점, 익명성에 의한 위변조 및 부정이용 등 안전성이 아직 약한 점, 군소 발행업자의 난립으로 지불보장 등 신뢰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 등을 제약요인으로 갖고 있다. 무엇보다 신용카드의 보급 및 이용확대, 그리고 신용카드 업체의 적극적인 시장유지 및 확대전략에 따라 전자화폐가 신용카드의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는 대단히 현실적이다.

그래서 국내 관련업체와 금융결제원, 전자화폐 단말기업체, 통신업체 35개사는 한국전자화폐포럼을 공식 출범시켰다. 지불전자화폐의 안전성 확보와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호환성 확보를 위한 표준화를 마련하자는 것이 출범 목적이다. 올해 들어 이들 대부분 전자화폐 업체들이 온오프라인 가맹점 확보나 개인용 충전단말기 보급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결국 전자화폐만의 아니 기존 화폐나 신용카드가 담당했던 결제시장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e포켓의 정순임 홍보팀장은 “결국 관건은 수익구조 확보며 수익구조 확보의 시작은 사용자를 확대시키는 것이다”며 “이를 위해 최근 업계간 편의점, 패스트푸드, 영화관 등 전자화폐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 확보와 개인 충전단말기 보급확대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성장기업부 조충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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