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로 뒤덮인 화성에서 이런 장비를 착용할 경우 엄청난 사태가 생길 수 있다. 우주비행사복에 달라붙은 먼지가 거주실로 흘러들어와 압력 실(pressure seal)을 침식시키고 컴퓨터 디스크 드라이브를 손상시키며, 전자제품을 누전시키고 심지어는 승무원에게 질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적절한 재료의 샘플은 약 4년이 지난 지금도 마샬의 연구실에 먼지가 뒤덮인 채로 남아있다. 이들 샘플은 화성탐사 연구진의 마음을 떠나지 않는 그 예상치 못한 문제를 상기시킨다. “우리가 화성에 대해 몰랐던 사실에 늘 겸손한 태도를 가지게 됩니다”라고 NASA 화성탐사 수석과학자인 제임스 가빈은 말한다.
30년 전 아폴로 계획으로 달에 착륙하는 것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당시, 태양계 전체가 인간 항해를 위해 열려 있다고 상상하기란 쉬운 일이었다. 1981년까지 일류 우주항공 엔지니어들은 화성으로 유인비행을 희망했다. 이제 와서 보면 성급한 탐사는 대재앙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1970년의 엔지니어들은 유해한 방사선을 막기 위해 동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들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고에너지 우주선(線)이 알루미늄 원자로부터 강력한 2차 폭발을 일으킨다고 한다. 알루미늄 “보호막”이 승무원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성탐사-최대 3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반대로 달을 탐사하는 데는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 - 가 해결해야 될 당면과제 중에는 승무원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보호하는 것, 대용품과 수리 장비 등 적절한 장비를 개발하는 것, 그리고 지구로부터 재공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한 식량과 물, 기타 공급품을 보장하는 것 등이 있다.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화성을 탐사하려는 과학적 충동이 사그라지지는 않았다. 사실, 최근 발견으로 그 충동은 오히려 더욱 커졌다. 화성 인공위성에 탑재된 분광계에 의해 수집된 자료는 화성지표 아래에 물이 존재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물은 생물체가 있음을 암시한다. 적어도 과거 생물에 대한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지질학자들은 화성이 어떻게 메마르게 되었으며, 먼지로 뒤덮였는지, 또 화성이 지구의 운명에 대한 단서를 안고 있는지를 알고자 한다. 또한 화성탐사는 지구 이외의 환경에서 인간의 생존능력을 실험할 것이다.
유인우주비행의 비용에 대해 컬럼비아호가 던진 질문을 고려해 볼 때, NASA는 유인 화성탐사를 대대적으로 선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계획은 2020년까지 (사람이 아닌)인공위성, 로봇탐사선, 그리고 가능하다면 샘플채집 장비를 화성에 보내려 한다. 하지만 NASA는 2004년도 예산 중 40억 달러를 우주과학에 책정하고 있는데 이는 2003년보다 5억3,200만 달러가 늘어난 수치다. 이 예산 중 상당부분이 화성탐사를 위한 필수 사전준비작업을 실시할 여러 실험 프로그램을 지원하게 될 예정이다. “우리는 소위 ‘알려진 미지(未知)’를 연구하고자 합니다”라고 존 찰스 NASA 우주생명과학이사회 선임연구원은 말한다. “이를 통해 진정한 경이(驚異), 미지의 미지를 직면했을 때의 전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주요 조사 영역을 살펴보자.
화성착륙//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로 갈 때 육중한 새턴 V로켓-109m 높이에 무게는 2,718t 이상-을 타고 발진했다. 이런 로켓은 인간을 화성으로 수송하는 데는 실용적이지 못하다. 달보다 200배나 더 먼 거리를 작은 아파트 크기의 우주선으로 여행하는데 필요한 연료가 너무 무거워 지구궤도에서 우주선을 이탈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NASA는 새로운 동력 및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계획된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에 대해 향후 5년간 30억 달러의 예산을 요청했다. 두 기의 무인 우주선이 첫 대상자가 될 것이다. 한 기는 2011년 이후 목성탐사에 사용될 핵·전기 동력의 우주선이고 다른 한 기는 2009년 화성탐사를 위한 신형 방사성동위원소 추진 우주선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NASA의 개량우주추진연구소(ASPL)에서 개발 중인 가변 비추력 자기플라즈마 로켓(VASIMR)시스템이다. 잠정적으로 베쿠오(Beku?라고 명명된 우주선에 설치될 이 시스템은 수소연료를 사용하여 90일-현재 기술로 소요되는 시간의 1/3~1/2 정도-안에 화성에 도달하게 한다(50페이지 참조).
어떤 유형의 엔진이 선택되든 거대한 화성 우주선은 우주공간에서 건조되어야 할 것 같다. 지상에서 발사되는 것보다는 지구 궤도권에서 발사되는 것이 훨씬 용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우주정거장의 건설로 이런 접근방법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 드러난 상태다. 하지만 우주공간에서의 조립비용을 감안할 때, NASA는 적은 비용으로 안전하게 부품을 궤도까지 수송할 수 있는 우주왕복선의 대체물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리고 화성에 도착하였다 하더라도 생명 유지 장치와 실험 장비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원이 필요하다. 만약 경량 태양전지 기술이 급격한 진보를 이룩하지 못한다면, NASA는 원자력발전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방사능// 2년 동안 화성궤도를 선회하고 있는 2001년 화성 오딧세이호가 수집한 최근 자료에 의하면, 화성 지표상에서 우주비행사들은 하루에 20~25밀리래드(mrad)의 방사능에 노출될 것이라고 한다. 이 수치는 원자력발전소의 근무자에게 허용된 수준의 두 배다. 게다가 화성으로 착륙하거나 이륙할 때 방사능 수준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우주방사능-대개 태양이나 다른 항성에서 방출되는 에너지와 입자-은 인간세포내의 DNA 가닥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그것을 단절시킨다. 더욱이 시간이 경과하면서 백혈병이나 다른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세포변이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인체는 DNA 자동복구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과도하게 방사능에 노출될 경우 자연치유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유전자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또한 고에너지 우주선(線)-화성이나 지구보다 우주공간에 더 많이 유포되어 있다-이 중추신경계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만큼 높은 수준의 방사능을 함유하고 있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중추신경계가 손상되면 탐사기간 동안 우주비행사의 운동신경과 인지능력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2년 전, NASA의 연구결과, 우주공간에서 장기간 체류하면 백내장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한다. 아마도 방사능 노출이 원인일 것이다. 이런 방사능 위험으로 인해 NASA는 우주비행사들이 우주공간에서 한 번에 250일 이상을 체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250일로는 화성여행을 하기 힘들다. 한 가지 대안은 태양폭풍으로부터 비행사를 보호하기 위해 화성 탐사선 내에 방사능 흡수 재료로 차단벽을 설치한 지정 대피소를 만드는 것이다(56페이지 참조).
기타 의료문제// 장기간 우주비행을 하게 되면 우주비행사들은 마치 골다공증을 앓기라도 하는 것처럼 매달 1-2% 비율로 뼈가 줄어든다 (51페이지 참조).
과학자들도 무중력 상태에서 장기간 활동할 경우 이런 과정이 얼마나 천천히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 최악의 경우, 3년간 화성탐사에 참여한 우주비행사는 골량의 1/2이 소실되어 뼈가 부러지거나 뼈의 조골 작용이 느려질 수 있다.
게다가 인체의 면역반응이 우주비행 동안 약화될 수 있다는 증거도 있다. 우주왕복선 비행사의 비행전과 후의 건강상태를 비교하는 연구에서, 병균에 대한 1차 세포방어라인인 호중구(neutrophil) 활동이 50%나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실험이 지상에서 실시되었기 때문에 우주공간에서 장기간 체류할 경우 인간면역체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이를 밝혀내기 위해 NASA 과학자들은 면역세포의 수를 계산하여 면역반응을 모니터하는 유동세포분석법과 같은 표준 면역학 기법을 마이크로 중력에 맞게 개조하고 있다. 면역반응이 약해지면 정상 상태에서 퇴치할 수 있는 병균에도 쉽게 감염된다. 또한 잠복성 바이러스가 활동을 개시할 수도 있다. 어린 시절 수두를 앓았거나 수두-대상포진 변종인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는 우주비행사의 경우 대상포진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잠재된 문제를 조기에 발견한다면 - 우주비행사의 세포내에 정주하여 조기경보시스템으로 작용할 극소형 “분자 경보기”를 이용하지 않을까? - 병이 발생하기 전에 적절한 약물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심리 질환// 밀폐된 선실에서의 장기간 감금이 지나면 억누를 수 없는 화성-지구와 교신에서 20분의 시차가 있을 정도로 먼 거리다-의 고독과 고립감이 엄습해 온다. 이로 인해 승무원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우울증과 불안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68페이지 참조). 러시아 생물 의학 문제 연구소에서 실시된 1999-2000년 고립실험에서, 두 승무원 사이에 벌어진 싸움은 결국 피를 부르게 됐고 캐나다 출신의 여성승무원은 러시아 동료로부터 성관계를 강요받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NASA는 존슨우주센터에 설치될 화성시뮬레이션 시설에서 그런 속박상태를 연구할 예정이다.
화성 여행에서 나타날 수 있는 극도의 사회 심리적 환경과 동일한 조건을 형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우주비행사들이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힘들다. NASA는 이런 실험이 전형적인 우주비행사 유형 A를 포함한 다양한 인성 유형을 유발함으로써 선내에서의 유해한 충돌을 제한할 수 있을 지를 검토 중이다. 옵션 사항에 부부를 팀으로 편성하는 것과 서로 다른 행동 유형-독단적인 성격과 유순한 성격- 을 가진 우주비행사들을 선별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훨씬 더 큰 문제는 화성 여행 동안 심각한 우울증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승무원들의 중요 임무 수행 능력이 저하되어 탐사 임무와 다른 승무원들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NASA는 화성 여행 동안 스트레스 수준의 상승과 정신적 장애의 발현을 포착할 수 있는 컴퓨터 모니터링 장비를 고안할 예정이다(54페이지 참조).
화성의 환경// 화성은 기온이 매우 낮다. 1997년 착륙지에서 패스파인더호가 24시간 동안 측정한 온도는 최고 영하 13℃, 최저 영하 93℃였다. 또한 매우 건조하다. 계절별로 화성 전체를 뒤덮는 먼지 폭풍은 8kV의 정전기 전하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 정도면 컴퓨터를 파괴하고 퓨즈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화성의 대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구성돼 있어 호흡하기에 부적당하고 지표면에는 물도 없다. 수년 간의 탐사동안 필요한 물과 공기를 우주 비행사들에게 가지고 가라는 것은 실용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화성의 이산화탄소와 저장된 수소를 반응시켜 메탄 연료와 물을 생산할 수 있게 하는 컨버터를 가지고 갈 것이다. 전기분해를 통해 물은 산소와 수소로 분리되고 수소는 다시 이 시스템으로 재순환된다(52페이지 참조).
위험은 예측할 수 없다. 비록 NASA가 화성여행을 지원할 기술을 개발 중이기는 하지만, 일부 위험은 예측하기 힘들다. NASA를 위해 행성 탐사의 위험을 평가해 온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엔지니어 데니스 펠라치오는 초기 화성탐사에서 안전하게 귀환할 확률이 75% 미만이라고 한다. 이는 4명 중에 한명은 여행 도중에 사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폴로 시대의 위험율 평가도 이와 비슷했다. 최초 화성탐사는 달 탐사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리며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컬럼비아호 추락사고 이후 국회의 일부에서는 우주왕복선의 98%에 이르는 성공률도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화성탐사의 위험은 공론화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펠라치오는 그의 위험 평가가 현실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화성탐사는 단순한 우주왕복선 비행이 아니라고 그는 경고한다. “위험의 양을 X라 하고 자원의 양을 Y라고 할 때, 연구와 새로운 장비로 그 위험을 줄이려고 하겠죠. 하지만 아무런 확실성은 없습니다. 확실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웃음거리가 되겠죠. 진정한 우주탐험을 하기 위해서는, NASA와 국민들이 더 높은 수준의 위험도 감당해야만 합니다.”
이런 장애물과 위험에도 불구하고, 화성탐사는 NASA의 핵심목적-인류를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을 대변하는 노력 그 자체다. 화성탐사는 최고의 모험이며, 가장 혁신적인 과학적 연구물이다. 이제 문제는 인류가 화성에 가야만 하느냐가 아니라 NASA가 인류를 화성으로 안내하기에 충분한 비전을 가지고 있느냐다.
우주비행 컨설턴트이자 작가인 제임스 오버그(James Oberg)는 휴스턴에 있는 우주탐사 통제센터에서 22년간 근무했다. 또한 그는 NBC 뉴스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사건의 진상조사 분석가이기도 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