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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소년

LA근교 무선조작 모형 비행기용 미니 공항에서의 어느 화요일 오후. 허리를 굽혀 자신의 모형 메사슈메트 Me-109를 내려다 보고 있는 이 사람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한참을 매만진 그는 작은 피스톤 엔진에 휘발유를 넣고는 공구상자 겸 배터리 팩을 비행기에 연결한다. 비행기가 깜찍스러워 보인다. 기체와 날개에 짙은 녹색의 뚜렷한 철십자 모양이 그려져 있다. “연료를 한번 넣으면 16분 동안 날지요.” 그는 자랑한다. 드디어 엔진이 점화되면서 얼마나 요란한 소리를 내는지 기자의 이가 덜덜 떨릴 정도이다. Me-109는 포장된 활주로 위를 내닫다가 이내 떠올랐다. 실물과 완벽하게 똑 같은 모형이다.

“30분 정도 연습해야 이걸 할 수 있어요.” 피크닉 테이블에 손가방 크기의 펠리컨 케이스 두 개를 턱 내려놓으며 데이브 갠저가 내뱉었다. 그는 케이스를 열어 1분 만에 날개 폭이 1.2m인 회색 비행기를 조립한다. 아까 매사슈메트와는 달리 기체에 아무런 표시도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좀 지저분한데다 어딘지 둔해 보인다. 갠저의 친구인 가브리엘 토레스가 세 번째 케이스를 열고는 1.8m 높이의 안테나를 세우고 노트북 컴퓨터를 케이스에 연결했다.

토레스: “오케이. 위성장치가 모두 합하여 일곱 개.”
갠저: “준비 완료?” “자, 가서 새들과 함께 날거라.”
갠저가 스위치를 켜자 프로펠러가 소리를 냈다. 그는 하늘을 향해 비행기를 날린다. 작은 병에 담아 휘발유를 넣는 일도, 활주로를 달리는 일도 없이, 모형 비행기는 날기 시작했다. 30m 정도의 상공에서 이 비행기 레이븐(까마귀)은 별 요란한 소리도 없다. 속삭이듯 조용한 모터의 힘으로 고도를 높여 간다. Me-109가 공중제비를 하며 곡예비행을 하는 동안 레이븐은 보이지 않는 높이로 올라가서는 갠저의 손에 쥔 조절기의 TV화면에 150m 아래 보이는 집들과 길들을 비쳐 보였다. 흥분한 갠저가 소리쳤다. “진짜 끝내주는 첩보 장치죠?” 그 사이에 연료가 다 되어 시끄러운 소리를 내던 또 다른 비행기가 내려온다.

레이븐과 Me-109는 둘 다 모형 비행기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 이외에도 대략 포뮬러 1 레이스카와 고카트 미니 레이스카가 서로 비슷하듯 공통점이 많다. 그러나 Me-109는 모형 비행기를 취미 삼아 날리는 아마추어들이 즐기는 대상이라면, 레이븐은 그야말로 스파이들이 사용하는 그런 품목. 레이븐은 에어로바이런먼트가 미 육군의 요청으로 개발한 소음 제로에 도전하는 리튬 아황산가스 배터리 동력의 미니 UAV(무인항공기) 모델이다. 이것은 1988년에 미군이 실전에 배치한 최초의 휴대용 포인터 UAV의 절반 정도 크기면서도, 모형 비행기광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할 여러 가지 기능들(첨단 적외선 카메라와 자동 조종장치, 한 시간의 체공시간, 일회 충전에 10km라는 긴 가항범위 등)을 잔뜩 갖춘 비행기이다.

조작법을 배우는 데는 몇 분이면 족하며, 착륙용 활주로가 필요 없다. 갠저가 버튼을 누르자 레이븐은 저 높은 곳에서 출발 지점 1m 정도 위로 내려와 멈추었다가 볼썽 사납게 여러 케블러(Kevlar) 조각으로 분산되어 바닥에 흩어진다(착륙 에너지를 분산시키기 위하여 만든 기법이다. 다시 올려 보낼 땐 이 조각들을 그저 다시 모아 올리면 된다. 다시 말해 이런 모형 비행기를 아프가니스탄의 산악지형이나 달 없는 컴컴한 밤 바그다드의 길 모퉁이에서 올려보냈다가 다시 수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기는 작지만 그 힘이나 가항범위, 경량성, 정교성 그리고 정찰 능력 때문에 이것은 신형 F-22 랩터 제트 전투기에 필적할 첨단 항공기로 인정 받고 있다.

그렇지만 장난감이 아닌 진짜 군사용 항공기인 레이븐의 계보는 Me-109와 마찬가지로 아마추어 취미용 비행기에 있다. 레이븐 제작사는 보잉이나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과 같은 대형 방위산업체가 아니라, 세계 최초의 무동력 항공기,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 자동차, 항공기, 날개를 펄럭이는 익룡, 장난감 모형 항공기 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에어로바이런먼트사와 창립자 폴 맥크레디는 지난 32년 동안 대형업체들이 실용주의적 성과를 추구하듯 줄기차게 에너지 효율이나 적은 투자로 보다 많은 것을 이루어내겠다는 것을 신조로 삼았다. 에어로바이런먼트는 언뜻 보면 우스꽝스럽고 전혀 실용성이 없어 보이는 차량이나 항공기들을 탄생시켜 왔다. 그와 같은 세월의 결실은 미치광이 과학자들이 즐비한 무너져가는 작업실이 아니라, 220명의 엔지니어와 과학자들로 이루어진 탄탄한 진용의 팀으로서 이들이 만든 항공기들은 20년 이상 동안 온갖 항공기록을 경신해 왔으며 미군용 소형 UAV들을 만들기 위한 시도에서 늘 선두에 서 왔다.

“무동력 장치들이나 익룡들은 배우기 위한 장치들입니다. 이것들 자체에 내재된 가치는 없습니다만, 우리는 이 비행기들의 기술적 문제에 집중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 회사는 새로운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습니다.” 에어로바이런먼트의 2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마틴 카울리(Martyn Cowley)의 말이다. 그는 “장난감 비행기를 가지고 놀다 보면 중요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지니게 되는 거죠”라고 덧붙였다.

올해 77세인 맥크레디는 캘리포니아 먼로비아의 사무실에 여전히 매일 출근하고 있다. 가냘픈 체구에 백발이 성성한 그는 오늘 녹색 울 블레이저 상의에 빳빳하게 풀 먹인 칼라와 단추가 달린 와이셔츠, 회색 슬랙스 바지 그리고 검정 운동화를 신은 모습이다.

그의 어조는 부드러우며 진지하고 잘 웃지 않으나 기자는 그에게서 순수한 젊은이의 체취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반항 끼 많은 10대 소년처럼 커피 탁자 위에 운동화를 신은 발을 올려놓는가 하면, 그의 마음은 핀을 향하여 굴러가는 볼링 공처럼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는 50kg 정도의 등짐을 쉽게 메고 다닐 수 있도록 할 외골격 이야기를 한다. 또, UAV를 이용하여 교통 체증이 심한 도시에서 물건들을 배달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90%의 곤충들은 살아가면서 나는 능력을 활용합니다. 사람이라고 그렇게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요.”

그의 회사가 걸어온 궤적을 살펴보면 폴 맥크레디가 그의 천재성을 처음 펼쳐 보인 분야가 모형 항공기들과 글라이더들이었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소년시절의 그는 매우 마른 체구에 독서 장애증을 앓던 소년이었다. 새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내던 그는 14세가 되었을 때 미 전국 모형 비행기 7개 분야에서 신기록을 세웠다. 예일 대학교에 진학한 1945년에 500달러를 주고 샀던 생애 최초의 글라이더 덕택에 그 이후로는 대형 글라이더에 취미를 붙이게 됐다. 마음 속으로 그는 모형 항공기와 글라이더가 본질적으로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모형 항공기와 글라이더 모두 약간의 창의력이 담긴 비행에 대한 순수한 욕구의 발로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장치들은 그와 같은 순수한 욕구를 담은 것으로 스스로 비약적인 발전을 합니다.” 대학 시절 동안 글라이더반 선배들은 그에게 “연구를 더 많이 하고 머리 속에 구상하고 있는 것을 수치로 나타내도록” 권했다.

그는 그와 같은 권고들을 늘 잊지 않고 기억했다.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 있다면 아무 쓸모 없는 짓이라 여겼을 테지만, 어린 소년이 항공기 분야에 있어 지적 추구에 바친 열정은 결국 그의 생애 전체에 걸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구체적인 결실을 맺었다. 그가 만든 샤이 앤타이 조크(shy anti-jock)는 세계 최고의 글라이더가 되어 비행 고도와 거리의 기존 기록들을 갱신하면서 미 전국 글라이더 챔피언쉽에서 3차례나 우승컵을 거머 쥐었으며, 1956년에는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도 우승을 했다.

캘리포니아 공대(Caltech)에서 항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 정부와 협력하여 대기난류, 구름 씨 뿌리기, 기상 조절 등을 연구하는 회사를 설립하였다. 그는 지금도 자기 회사 에어로바이런먼트의 항공기 프로젝트들과 글라이더 분야 사이에는 명확한 구분이 없다고 말한다. “우리 회사의 모든 프로젝트들 - 15cm 길이의 UAV(무인항공기)로부터 75m의 태양열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 은 효율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효율성이야 말로 글라이더와 모형 항공기의 진수이지요.” 그는 또한 크레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상은 영국의 사업가 헨리 크레머가 최초의 무동력 장기 체공 항공기를 제작하는 사람에게 5만 파운드의 상금을 수여한다는 것이었는데 맥크레머 이전에도 20년 동안 과학자들은 이 상을 받고자 노력하였다. 1976년 어느 날 맥크레디는 1파운드가 2달러와 교환된다는 것을 알았다. “영국에서 어떤 팀이 아주 정교한 프로젝트에 매달려 연구를 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저는 그 때 뭔가 기발한 방법을 찾아내려고 애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하필이면 내가 찾아내려고 애쓰던 그 방법을 이 영국 팀이 연구하고 있지 뭡니까.”

포기한 그는 아들들과 함께 반 장난 삼아, 반 연구 삼아 프로젝트 하나에 매달리게 되었다. 어느 여름 날 시골길로 드라이브 나섰다가 문득 시작하게 된 일이었다. 그는 하늘로 치솟는 새의 날개 경사각을 추정하고 새들이 몇 초 만에 원 그리기를 완성하는지 계산하면 새들의 양력을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점에 착안하자 그 때까지 생각하던 것과 다른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행글라이더의 날개 폭과 길이를 3배로 늘리면서도 무게를 늘리지 않을 수 있으면 소요되는 마력을 3배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저 필요한 것은 0.4마력이었는데 이 정도라면 꽤 잘 타는 자전거 선수가 낼 수 있는 힘이었죠.” 이제 문제는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주말을 이용하여 친구들과 아들들을 동원하여 일을 하면서 맥크레디는 고써머 콘도르를 완성하였다. 날개를 1인치의 1,600 분의 1 정도 두께의 마일러 필름으로 싼 모양새도 엉성하고 약해 보이는 항공기였다. 이것의 중량은 고작 3kg이었고 속력은 사람이 걷는 정도의 속력을 냈다.

그러나 맥크레디가 받은 10만 달러의 상금으로는 들어간 비용을 갚을 수 없었다. 그 때 크레머는 다시 영국 해협을 횡단하는 최초의 무동력 항공기에 20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다. 당시 상황을 놓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크레머는 그러한 항공기가 등장하는데 18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맥크레디가 한 일은 그저 고써머 콘도르의 항공역학 부분을 좀 더 가다듬은 것 뿐이었다. 1979년에 사이클 선수 브라이언 앨런이 고써머 알바트로스 호를 몰고 2시간 49분 만에 영국 해협 횡단을 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하여 관련 비용을 모두 갚을 수가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맥크레디는 느리지만 효율성이 높은 항공기 부문에 있어 이제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무동력 항공기 문제가 해결되자 태양열을 이용한 항공기의 등장도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1981년의 콘도르 호 보다 작지만 비슷한 모양을 한 솔라 챌린저 호가 태양열 만을 에너지원으로 하여 1만 1천 피트 (3,330m) 고도로 파리에서 영국까지 비행하는 데 성공하였다.

다음 해에 맥크레디는 환경 보전과 기술발전을 조화시킨 사람에게 수여하는 린드버그 상을 받았다. 그는 수상 수락 연설을 준비하면서 자기가 추구해온 일들에 관하여 그리고 그 이유에 관하여 더 깊이 생각을 해보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린드버그는 말년에 환경운동가로 헌신적으로 일했습니다. 케냐를 찾아가 거기서 매가 하늘로 치솟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과연 앞으로 자기가 살고 싶은 세계가 어떤 것인가 - 새들이 없는 세상인가 아니면 비행기는 없더라도 새들이 많은 세계인가 - 를 자문하였습니다. 그는 결국 비행사였지만 차라리 비행기가 없어도 새들이 많은 세상을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린드버그가 느낀 바는 그때부터 결국 맥크레디가 회사를 경영하는 좌우명 같은 것이 되었다. “물건을 만들어 팔아 돈을 버는 세상보다는 인류가 힘을 합하여 화합하여 가는 세상이 내가 바라는 세상입니다. 우리 회사는 적은 동력을 사용하여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진기한 제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에어로바이런먼트 사는 판매에 지장을 받지 않고 있다. 1987년 그의 회사는 GM과 제휴하여 2,990 km 거리의 호주 횡단 레이스에 참가할 태양열 차를 설계하였다. 이 선레이서는 다른 참가 차들을 이틀 차로 따돌리고 우승하였다. 이에 고무된 GM은 맥크레디에게 전기 차를 만들도록 요청하여 결국 혁명적인 전기자동차 EV-1이 등장하게 되었다. 또한 에어로바이런먼트는 아이맥스 영화용으로 5.5m 날개 길이의 기계 익룡을 만들기도 했다. 날개 짓을 이용해 불안정한 모습의 이 거대한 새를 날게 하려니 정교한 자동조종 시스템 개발은 필수였다. 여기서 개발된 컨셉이 결국에는 에어로바이런먼트사가 개발한 미니 무인 항공기의 핵심 기술이 되었다. “전자 장치들은 복잡다단한 것이었고 그 당시에는 마침 우리 회사에 전자 장치의 귀재들이 그리 많지 않았지요. 결국 어려웠지만 해내고 나서 그 분야에서의 우리 발언권이 세졌습니다.” 맥크레디는 말한다.

효율성이 높은 항공기와 차들, 배터리(그리고 팩), 소형 전자 장치들 그리고 정교한 비행조종 장치들 … 맥크레디는 이것들을 모두 하나의 시도, 즉 모형 항공기와 글라이더들을 더 오래 체공하도록 만들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시도로 여기고 있다. “우리는 비행물체와 지상의 물체 사이에 특별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항공기, 보트, 차 등은 모두 유체를 통하여 움직이며, 그것이 지상이든 공중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을 모두 하나의 범주로 생각하는 점에서 우리 팀은 독특한 팀일 것 같습니다.”

물론 폴 맥크레디는 한 사람이지만, 그는 작업실을 한 가득 채운 열정적인 모형 항공기, 행글라이더, 글라이더 작업자들과 함께 창조적인 사고에 대한 갈망과 그 스스로를 조직화 해왔다. 맥크레디는 이들에게 근무 시간 후 에어로바이런먼트 사의 사무실과 작업실들을 마음대로 사용하도록 하고, 이들이 옆에서 보기에는 허황된 듯한 프로젝트에 매달려 무슨 일을 하든 내버려 둔다. 이러한 과정에서 전혀 엉뚱한 방향에서의 지적 자본이 창출되고 그와 같은 데서 결국은 실용적이고 돈이 될만한 일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NASA에서 주문을 받아 만든 헬리오스는 중량이 700kg에 불과한 항공기로, 길이 75m의 태양열 날개를 장착하고 있다. 이것은 글라이더나 무동력 태양열 항공기들의 직계 자손이라 할 만하다.

헬리오스의 소형 모터들에 동력을 제공하는 태양전지의 효율적 사용, 저속에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경량 날개들의 디자인, 유체역학적으로 볼 때 효율적인 프로펠러들… 이것들은 모두 무동력 태양열 장치들로부터 발전을 거듭한 것들로서 헬리오스에 활용되었다. 2001년, 헬리오스는 고도 2만9,350m까지 올라가 SR-71 블랙버드 첩보용 항공기가 수립했던 비로켓 분야 고도 기록을 갱신했다. 야간에는 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헬리오스가 6개월 간 한 도시 상공에 체공하면서 1만9,650m의 궤도 비행을 할 날도 멀지 않았다. 에어로바이런먼트는 헬리오스가 비용이 많이 드는 위성을 대체할 저렴한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헬리오스의 시장 판매를 위해 스카이 타워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우리는 늘 남들이 해보지 않은 매우 어려운 일들을 찾아 다닙니다.” 1977년에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이 회사로 옮겨 온 바트 힙스(Bart Hibbs)의 말이다. 힙스는 손목에 15cm 길이의 동(銅) 팔찌를 바이킹 마냥 차고 있다. 그의 사무실에는 비단뱀의 가죽들이 널부러져 있다. 그는 책상 위의 부양자석을 손가락으로 돌려보며 말한다. “우리처럼 태양열 항공기 제작에 전념하는 회사들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기술적인 도전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라 여기에 매달리다 보면 사업 상 일반적인 경쟁에서는 멀어지게 마련이죠. 잘못하면 이런 현실적인 부분에서 방향 감각을 잃을 수도 있어요.”

또한 걸리버 여행기 소인국에나 등장할 듯한 소형 무인 비행기와 같이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일면 기묘하고 비현실적인 프로젝트들의 가치에 대해 언제 수요가 발생할지도 알 수 없다. 겉으로 보면 정교한 모형 항공기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으나 이 무인 항공기들은 훨씬 더 복잡다단하다. Me-109는 16분 동안 체공이 가능하며 숙련된 조종자의 시야 안에서 조종자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카메라를 장착하거나 여분의 연료를 실을 수 있는 여유가 없으며, 저쪽에 보이는 산 너머의 전투 지역 상공을 날아다닐 수 있는 가항범위를 갖추고 있지 않다.

반면에 군사용 무인 항공기 UAV는 그저 기본 교육만 받은 병사가 휴대하고 다니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작고 단순한 구조여야 하지만, 카메라, 자동 조종장치, GPS (위성항법 시스템), 자이로, 항법장치를 장착하고 한 두 시간 체공하면서 활동할 수 있는 가항범위를 지녀야 한다. 하지만 실제 이러한 목적으로 운용되는 항공기를 그저 축소만 할 수는 없는 법. 소형이 되면 될수록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5cm 세스나 모형기의 날개로는 이륙할 수 있을 만한 양력이 생기지 않는다. 또한 프로펠러가 아주 비효율적이 되기 때문에 동력의 반이 그저 희박한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린다.

적은 동력을 사용하여 항공기를 멀리 오래 체공하도록 하려는 시도는 바로 에어로바이런먼트의 전문 분야 - 즉, 더 적은 것을 가지고 더 많은 일을 해내도록 하는 것 - 인 것이다. 이 회사는 레이븐과 그 앞서 개발되었던 포인터 말고도 세계 최초로 15cm 길이의 초소형 무인 항공기(UAV)를 비롯해 탑재용 기관포가 발사되는 25cm 길이의 UAV, 미 해병대용 레이븐과 비슷한 조립식 쌍발 UAV, 마션 글라이더, 오니솝터(ornithopter) 등을 개발했다.

“이것 좀 보세요. 오늘 완성했어요.” 15cm 길이의 블랙 위도우를 만들어낸 모형 항공기광 매트 키넌(Matt Keennon)이 말한다. 그는 배터리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30cm 길이의 플라스틱 헬리콥터를 붙들려고 몸을 자기 자리 칸막이 너머로 굽힌다. 작은 조종기에 연결된 헬리콥터이다. 헬기는 윙윙 모터 소리를 내더니 그의 작업실 공중에서 선회한다. “이제 갓 나온 장난감치고는 썩 괜찮지요.” 그는 덧붙인다.

치과의사의 장비 같이 보이는 것들, 현미경, 무선 조작의 모형 항공기들이 그의 책상을 온통 덮고있다. 그는 헬기를 카페트 바닥에 사뿐 내려 앉혀 놓고는, 한쪽 끝에는 5cm 크기의 프로펠러, 후미에는 3개의 소형 수직안정장치, 창 안에서 밖을 삐죽이 내다보고 있는 연필 지우개 크기의 카메라 같은 것들이 장착된 커피잔 받침처럼 보이는 항공기 블랙 위도우를 집어 든다. “DARPA (국방고등연구기획청)가 우리 회사한테 중량이 85g 밖에 나가지 않는 15cm 짜리 UAV를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도대체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았죠.” 키넌은 말한다.

기간은 5년, 비용은 200만 달러나 들었지만 그래도 키넌은 30분간 체공이 가능하며 생중계가 가능한 깃털처럼 가벼운 항공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포인터나 레이븐과 마찬가지로 이 항공기는 비디오 모니터를 조종하는 지상 조종자의 지시대로 움직인다. “이걸 움직이며 비디오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기구를 타고 붕 떠 있는 기분이지요.” 키넌의 말이다. 그 비좁은 공간에는 배터리, 나침반, 자이로스코프, 컴퓨터, 자동조종 장치, 여러 가지 센서들이 들어차 있다. 자동으로 방향, 고도, 속도를 조절한다. 양력을 최대화하기 위하여 전체가 마치 날개처럼 움직인다. 200 시간의 컴퓨터 및 풍동작업의 산물인 프로펠러는 실물 항공기의 프로펠러 못지않게 효율성이 높다. 장거리를 날면서 마치 소중한 시주를 축 내지 않으려 애쓰는 착한 스님처럼 동력을 아껴 사용한다. “처음에는 항법장치라는 것이 없어서 아주 애를 먹었습니다. 이와 같은 극소형 항공기의 유체역학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었지요.

하지만 우리 회사는 무동력이나 태양열을 이용한 항공기와 익룡의 경험에서 막대한 지적 재산을 이루어냈습니다. 그와 같은 바탕이 없이는 이런 장치를 만드는 것이 아예 불가능했을 겁니다.” 키넌이 덧붙인다. 이제 블랙 위도우가 실전에 배치되어 저 능선 너머의 알카에다 게릴라 대원을 포착하는 임무를 수행하려면 아직 다듬어야 할 것이 있다. “100% 확실한 기술이 되기에 앞서서 험한 지형이나 기후 조건 따위에 견딜 수 있는 탄탄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조작 방법도 지금보다 훨씬 간편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걸 좀 보세요!” 키넌이 와이어와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든 20cm길이의 물건 하나를 들어보이며 말한다. ”실제로 날개를 펄럭이는 초소형 박쥐입니다.” 무선 조작되는 UAV로서 새처럼 날개를 펄럭이며 앞으로 나아가거나 위로 솟는다. 방향 회전을 위한 키도 장착되어 있다. 이와 같은 UAV의 비행의 실효성을 시험하기 위하여 DARPA의 요청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런 장치들이 소형화 되면서 펄럭이는 날개를 장착하는 것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덩치가 큰 독수리는 위로 날려면 얼마간 앞으로 달려야 합니다. 공중에 뜬 채로 있으려면 상승 온난기류를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기나 파리를 보십시오. 떼를 지어 공중에 뜬 채로 있지 않습니까? 공중에서 날개 짓을 요란하게 해대야 하긴 하지만 공중에 뜬 채로 있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종일이라도 말입니다.

이것에 착안하여 25분간 체공할 수 있는 전기동력의 날개 짓이 가능한 비행체를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해도 참 대단합니다. ” 말을 하다 말고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더니 키넌은 죽은 채 천장에 실로 매달려 있는 매미와 나비를 가리키며 다시 말을 잇는다. “저 매미에 비하면 우리가 만든 것은 아직 그저 초보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는 말을 멈추고 잠시 매미와 나비에 시선을 던지고는 다시 말을 계속한다. “덩치나 하는 일에 비하면 정말 우아하게 완벽한 생명체들입니다.” 그는 다시 헬리콥터의 모터를 켜 사무실 공중에 띄운다. “이렇게 띄워놓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영감이 생길 때가 있어요.”

얼마 후 기자는 키넌과 점심 약속을 하여 다시 만났다. 그의 혼다 전기 자동차-혼다가 그에게 선물로 기증한 것-를 타고 가다가 다른 사람은 엄두도 못 내는 무동력 항공기 같은 것을 어떻게 이루어냈는지 묻자 그의 대답은 이렇다. “휴가를 얻어 노닥거리며 새들을 바라보고 몽상에 잠겨 있다 보니 영감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때 바로 영감이 떠오르지요.” 그가 모는 차는 소음이 전혀 없어 이상하게까지 느껴진다. “막상 영감을 얻어내고 보면 그냥 쉽게 얻어진 것 같아서 왜 그런 생각을 전에는 못했을까 의아해지기도 합니다. 하기는 새로운 각도에서 문제를 볼 때에야 해결책이 생긴다는 건 당연한 것이지요. 그리고 새로운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자세야말로 새로운 제품 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요.”

필자 칼 호프만 (Carl Hoffman)은 워싱턴 DC에서 활동 중인 프리랜서로서 <잃어버린 새들을 찾아서>(제2차 세계대전 중 실종된 전투기들에 대한 끈질긴 추적에 관한 이야기)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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