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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스러운 녹색의 어둠속으로

지금 기자는 길고 컴컴한 터널에 들어와 있다. 시야에 들어오는 건 좁고 명암이 뚜렷하지 않은 완벽한 녹색 원이다. 터널이 이어진 선이 눈에 들어오고 손으로 만져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쓰고 있는 야간 투시경을 벗으면 완전히 칠흑 같은 캄캄한 어둠 뿐이다. 깊고 큰 터널이라는 것 밖에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멀리 앞에는 군화를 신은 두 발이 침착하게 움직여나가고 있다. 기자도 또한 계속 더듬어 나가 결국 터널의 끝에 도달한다. 이제 밖이 좀 전보다 더 훤하지만 무엇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지 구별할 수가 없다.

그래서 크게 원을 그려 머리를 돌려보고는 더듬어 터널을 나온다. 갑자기 앞에 손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손을 움켜잡자 25세의 셰인 레빙스 하사가 기자를 주저 앉히더니 다음 장애물을 가리켜 보였다. 그 곳에는 약해 보이는 줄 사다리가 있다. ‘가만있자, 저 줄 사다리가 어디로 이어져 있는 거지?’ 다음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알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방문한 버지니아 주 퀀티코의 퀀티코 해병대 전투 실험장의 야간 통합훈련환경시 (Nite)에서 앞장 서 가는 젊은 해병대원들은 그것들을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은 놀란 민간인들, 폭발성 부비트랩, 적군이 여기 저기 깔려 있는 환경에서 벌어지는 야간 전투에 대해 해병대 전문 분야 과정의 훈련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지금 이라크에 들어간 해병대 전우들이 직면하고 있는 환경과 다르지 않다.

이 나이트(Nite) 시설에는 모든 필요한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이것은 현재 미군에서 유일하게 운영하는 복합 시설로 280평에 달하며 사막, 정글, 삼림, 도시 지형을 흉내낸 여러 방(기관총을 쏘아대는 적 시뮬레이션이 갖춰진 방도 있다)들로 이루어져 있다. 훈련은 밤낮으로 실시된다. 일기 따위는 아예 고려 대상에 들지도 못한다. 이것은 해병대가 적진에 침투하기 위해 이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인 것이다. 지금 당장 기자의 앞에는 밝은 대낮에도 쉽지 않을 코스에 불법마약 제작소, 무전시설, 학교 버스, 나무 위의 집, 물이 마른 강, 철사 울타리, 통나무 말뚝 그리고 여러 다른 장애물들이 깔려 있다.

시설관리관 마이클 핑크의 명령에 따라 해병대원들이 어둠 속으로 들어가면 그들의 앞에 어떤 것들이 놓여 있는지는 핑크 밖에는 모른다. 턱수염을 뾰족하게 기른 퇴역 해병 마이클 핑크는 앞에 어떤 것들이 놓여 있는지 대략 설명해준다. “첫번째 방에는 추락하여 적에게 잡힌 조종사가 갇혀 있다. 그를 찾아라!” 그는 또한 야간 투시경(NVG) 사용법을 가르쳐 준다. 기자와 해병대원들이 쓴 이 투시경은 이라크에 투입된 병력들에게 지급된 것 만큼 정교한 것은 아니지만 시중에서는 이만큼 정교한 것을 찾을 수가 없다 (미국 정부는 실전에서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군이 사용하는 것의 60% 수준의 NVG들만의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핑크가 내뱉는 지시는 해병대 특유의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다. “별빛, 달빛, 반사된 빛 등 주변의 빛을 잘 활용해야 한다. 활용할만한 주변의 빛이 없는 경우에는 적외선 등을 켜라. 하지만 적도 NVG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아군의 적외선 등이 적의 눈에 띄면 곧바로 표적이 된다!



우리를 투입하고 나서 핑크는 통제실로 간다. 그는 이 시설 전체에 설치되어 있는 야간투시 카메라들이 비추어 보내는 동영상 모니터를 보면서 진행상황을 체크한다. 코스 안에 들어가자 투시경에 비치는 불빛이 밝아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이것은 렌즈를 통해 통과하는 광자 수를 늘리는 화상 증폭기가 작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훤히 보인다. 자갈 하나하나의 윤곽이나 나무 결까지 자세히 눈에 들어온다. 인식이 깊게 잘 되지 않고 시야가 좁아 이것은 단일경(鏡)이 상을 양쪽 눈으로 보내서 생기는 결과이다-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약간 걸린다.“지난 주에 대위 한 사람이 로프를 타고 내려오다가 갑자기 탁 손을 놓아버렸지 뭡니까? 바닥 바로 위까지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는 1.2m나 남아있었습니다.

바닥에 발에 닿을 때까지 로프를 놓지 마세요.” 핑크가 말한다. 높이 올려진 널빤지 길과 줄 사다리를 지나자 적군 복장을 한 마네킹이 갑자기 가까운 오두막으로부터 사격을 한다. 해병대원들은 센서가 장착된 총으로 레이저 태그 스타일로 응사한다. 기자 손에 든 것은 고무총이다. 적은 ‘꽥’하는 비명 소리를 내며 쓰러진다. 우리는 지뢰밭을 지나 나무 위의 집으로 기어올랐다가 3m 길이의 로프를 타고 습지로 내려간다. 해병대원들은 능숙한 솜씨로 엉덩이를 흔들며 내려갔지만 기자는 돌처럼 툭 떨어졌다. 다음 차례는 6m 높이의 벽을 기어올라야 했다. 투시경으로 가까운 물체(다음 손 잡을 곳)와 먼 물체(등 뒤의 다른 병사) 사이에서 초점을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므로 그 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주안점이었고 벽을 기어오르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사막에 들어선다. 해병대원들은 학교 버스에서 마네킹 인질들을 구출하고 마지막 시나리오로 향한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도시전이다. 우리는 한 사람씩 계단을 오르며 줄곧 서로 엄호를 해준다.

이제 비행학교로 향할 준비를 하는 라사드 자말 (Rashad Jamal) 소위에게 있어서 이 훈련은 기술이라는 요소만큼이나 신뢰감이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야간투시 장비를 쓸 때는 주변시야를 갖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옆에 누가 있는지 계속 살피는 것이 어렵습니다. 몇 초 마다 옆에 있는 것이 아군이라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없도록 우리는 훈련을 합니다. 전우가 옆에 있다는 것을 알고서 안정된 마음으로 목표에 집중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의 말이다. 야간투시 장비에는 나름대로의 단점이 있지만 다른 경우 그것이 제공하는 중요한 이점을 깨닫는 데는 몇 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특히 대개 미국의 적대 세력들이 조잡한 야간투시 장비를 갖고 있거나 아예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특히 더 그렇다. 자말 소위는 그래서 이 훈련이 중요한 것이며 병사들도 그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전투를 야간에 하고 싶어합니다. 적이 우리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가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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