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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복제 가능한가?

어느날 거울속의 자기자신과 똑같은 사람, ‘나 아닌 나’이 태어난다면? 상상속의 복제인간은 먼저 영화에서 실현됐다.

21년전 SF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블레이드 러너>(1982년, 리틀리 스콧)는 기억까지 이식된 복제인간을 소재로 다뤄 큰 반향을 던졌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최근 미 종교집단인 라엘리안 무브먼트가 “이마 부위를 복제, 기억과 경험까지 전해진 영생을 얻으려고 한다”는 발언한 것과 같은 내용을 다뤄 놀랍게 하고 있다. 라엘리언이 이 영화속의 세상을 실현하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당시에는 상상속의 복제인간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인간의 바쁜 일상을 외모와 능력이 똑 같은 복제인간들이 도와주는 상황을 코믹 터치로 그렸던 <멀티플리시티>(1996년, 해롤드 스미스 감독), ‘영생과 불멸’을 주제로 다룬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주연의 <6번째 날>(2000년, 로저 스포티스우드 감독), 과학으로 창조한 클론들을 동원해 벌이는 ‘대리전’을 상상하며, 성장 가속화 기술을 보여줬던 스타워즈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2002년, 조지 루카스 감독) 등 단지 호기심의 영역으로만 머물러 있던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영화는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호기심은 이미 실현 가능한 현실로 다가왔다. 이상으로만 생각했던 ‘달’이 이제 인간의 손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복제인간 탄생, 이어지는 윤리논쟁
지난해 12월 26일. 미 종교단체인 라엘리안 무브먼트가 이끄는 인간복제 회사인 클로네이드는 세포기증자인 한 30대 여인의 복제인간인 ‘이브’가 태어났다고 밝힌 이후 이달 초까지 5명의 복제아기가 태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로네이드는 “태어난 아기들은 현재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잘 자라고 있다”며 “다음 번 탄생할 복제아기들에는 AIDS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들의 복제아기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AIDS 바이러스를 지닌 사람들의 복제에 성공하면 복제인간의 아이들에게 질병이 유전될 위험성 없이 자신의 유전자를 지닌 자손을 가지게 될 수 있음을 뜻한다.

한편, 클로네이드가 탄생시킨 복제인간 중에는 한국인이 포함되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하지만 국내 관련자들의 진술내용이 서로 엇갈려 수개월동안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국내 생명공학업체인 바이오퓨전테크가 클로네이드측과 체세포융합기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한 점과 국내 라일리언 무브먼트 회원이 이 회사에 1200명이 근무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한국인이 복제모 또는 인간복제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클로네이드의 회장인 라엘의 방한 시, 대리모 신청 의혹을 받고 있는 모 여인의 행방이 밝혀지지 않아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복제회사, 의학적 데이터 제시 못해
그러나 클로네이드는 지금가지 태어난 아기들이 복제인간임을 증명하는 어떠한 의학적 데이터를 공개하지 있지 못하다. 전문가들도 “클로네이드가 복제된 인간임의 사실 여부를 입증하지 못한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클로네이드측은 “이브는 확실하게 태어났지만 다만 전세계적 비난 때문에 부모가 아이의 공개를 꺼리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플로리다주 법원은 클로네이드에 복제아기와 그 어머니의 소재를 밝히라는 명령을 내려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복제인간을 탄생시켰다는 것은 클로네이드뿐이 아니다. 지난 94년 로마에 있는 자신의 병원에서 인공수정을 통해 당시 63세인 할머니의 출산에 성공해 전 세계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바 있는 안티노리(56)박사도 복제인간을 탄생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티모리 박사 역시 의학적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아이의 출산 국가도 “이를 허용하는 국가”라고만 말할 뿐 구체적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있다.

인간복제 가능성은 이미 지난해 영국의 버러의 로슬린 연구소가 6년생인 암컷 양의 젖세포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복제시킨 뒤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키면서 예견된 것이었다. 이후 일본 긴키대 연구팀이 성인소의 체세포로 쌍둥이 송아지를 탄생시키고 이어 미국 위스콘신주 인피겐사가 수정된 지 30일된 소의 배아세포에서 채취한 유전자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삽입, 복제세포를 만든 뒤 암소 자궁에 착상해 복제 송아지를 탄생, 인간과 생물학적으로 가까운 원숭이, 쥐를 각각 탄생시키면서 복제인간의 출현 가능성은 더욱 높아져 왔었다.

인간복제 기술의 현주소
인간복제는 복제할 사람의 귀나 피부 등 개인의 체세포를 떼어낸 후, 난자를 추출해 핵을 제거하고 이 탈핵난자와 복제를 원하는 인간 세포의 핵을 융합(핵치환)시켜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핵치환을 하게 되면 1개의 수정란이 복제인간이 된다. 핵치환을 할 때는 세포핵이 잘 융합될 수 있도록 직접주입하거나 전기충격을 가하는 방법, 그리고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방법 등이 쓰인다.
핵이 융합된 후에는 난자내에 정자가 활성화되어 배아성장에 필요한 칼슘이온이 가장 활성화되는데 일반적으로 복제의 경우 난자의 활성화가 일어나지 않아 화학적인 방법을 이용하는 인위적인 방법을 써야만 한다.

말하자면 ‘자연의 섭리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일단 이러한 방법을 통해 난자가 활성화되면 체외에서 1∼2일간 배양을 하게 된다. 자궁에 착상하기 전인 배반포(胚盤胞)단계까지 가게 되면 이를 자궁에 이식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다. 발달된 난자가 정상 난자인가는 유전자 검사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유전자가 발현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인간복제의 방법은 두 가지. 생식세포를 이용한 복제와 체세포를 이용한 복제가 그것. 생식세포는 간이나 외, 유방세포 등으로 될 수 있는 ‘미결정 세포’인데 반해 체세포는 이미 세포의 특성이 이미 결정된 세포기 때문에 현재 복제인간을 만드는 방법은 모두 체세포를 이용한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자궁이식전인 배반포단계까지 세포분열하는데 성공해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경희대병원은 지난해 말 산부인과 불임클리닉의 김승보·이보연 교수연구팀이 시험관아기 시술에 사용되고 남은 30대 여성의 난자를 기증 받아 이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여기에 체세포 핵을 융합시킨 뒤 세포분열을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핵치환된 난자세포가 자궁속의 수정란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세포분열을 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병원이 복제에 이용한 방법은 지난해 7월 5세대 복제쥐를 탄생시킨 것과 같은 방식을 이용한 것이다. 배반포단계는 불임부부의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정자와 난자를 수정한 뒤, 세포분열을 확인하고 자궁에 이식할 수 있는 바로 전단계로 이 과정을 지나면 복제성공의 가능성은 조금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연구에 의하면 체세포 복제의 성공이 인간복제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수정란이 착상될 확률은 4분의 1 정도. 그러나 복제된 수정란이 착상될 확률은 이보다 현저하게 낮다. 서울 영동제일병원의 노성일 원장은 “체세포 복제기술은 국내 일부 연구소와 병원에서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루어질 확률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복제과정의 데이터가 제시된 경우는 한번도 없다. 복제인간이라고 주장해도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으면 복제대상이 누군지를 모르게 된다. DNA유전자 방법을 이용하지 않으면 복제인간을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클로네이드의 경우도 복제인간의 신분과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동물데이터 공개된 반면 복제인간은 데이터 없어
반면, 동물의 경우는 복제를 목표로 한 종마다 모두 태어나게 했고 형질전환에서 생산까지 모두 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인간복제 과정과 똑같은 과정을 거치지만 동물은 복제과정이 매우 어렵고 따라서 실패율이 높다.
국내 최초로 복제소를 탄생시킨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동물의 경우 복제성공율은 실제로 1∼2%에 그치고 있어 동물복제가 인간복제보다 훨씬 어렵다”며 “설사 인간복제가 성공한다 하더라도 정상인으로 태어나거나 성장할 지는 의문”이라고 말한다.

생명공학연구소 발생·분화연구실 선임연구원인 구덕본 박사는 이에 대해“동물은 태반 형성이 잘 안되고 따라서 임신이 잘 되지 않는다”며 “실험조사 결과 유전자 발현과 관련된 메틸화 현상이 문제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즉, 유전자 발현량이 적어 복제가 쉽지 않은 것이다. 소의 경우가 대표적. 임신확인은 되지만 초기 60∼90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자연유산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쥐의 경우는 복제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미 하와이대의 야나기마치 류즈오 교수 연구팀은 복제생쥐를 5세대까지 재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류즈오 교수 연구팀은 성숙한 암컷생쥐의 난자를 둘러싸고 있는 난구세포에서 핵을 채취, 핵을 제거한 다른 생쥐의 난자에 주입해 제3의 생쥐에 착상시키는 방식을 이용했다. 이 방식은 복제양 돌리와 그 방식이 달라 ‘호놀룰루 테크닉’이라는 이름이 붙었었다.

복제 왜 하나
엄청난 윤리적인 논란 불구하고 인간복제는 왜 시도하는 것일까. 인간복제 찬성론자들은 가장 대표적인 이유로 난치병의 치료를 꼽고 있다. 사고로 죽은 자식을 복제를 통해 살리고, 불임인 부부에게 아이를 갖게 하며, 암에 걸린 사람을 살려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미스터(Mr) 죽음’을 퇴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클로네이드를 소유하고 있는 종교단체 라엘리안 무브먼트는 인간복제가 사람의 삶을 영원히 이어지게 할 수 있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또 복제기술이 현재 턱없이 부족한 장기부족문제 해결에도 공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장병이나 백혈병, 신부전증, 파킨슨씨병, 알츠하이머병, 당뇨병 등 난치병 환자 등에 새로운 장기를 부여해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고 한다.
복제기술이 장애인들에게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2년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불구의 몸이 된 인기가수그룹인 클론의 멤버였던 강원래씨는 최근 언론인터뷰를 통해 “교통사고 이후 마비상태에 하반신 마비상태에 놓여있는 자신을 복제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법적, 사회적, 기술적인 문제가 없을 경우 하반신 마비를 탈출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2세를만들기 위해 인간복제를 하고 싶다”고 밝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과학기술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에는 어떻게 대비하며 복제인간에 대한 인권침해 등을 들며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실험용 수정란을 폐기하는 것부터가 ‘살인’이라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또 인간과 다른 동물을 합성한 제 3의 생명체가 만들어졌을 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큰 논란거리다. 이들은 현실적인 반대로 자아의 개체성이 말살되고 특히 범죄에 복제기술이 이용될 때 걷잡을 수 없는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생명안전윤리연대의 박병상 사무국장은 “복제기술이 장기부족문제를 해결하는데 이용되더라도 그 혜택을 받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게 돌아갈 것”이라며“복제기술은 특성상 상업주의와 결탁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동물의 경우는 형질환체세포 복제기술을 이용해 의약품의 대량생산이나 식량문제 등을 해결할 수는 있다. 현재 동물복제기술은 단백질생산연구 등에 이용되고 있다. 영국의 Theraputic사나 국내의 ACT사는 서로 유전자 타깃이 다르지만 체세포에 직접 유전자를 도입해 복제하고 형질전환복제동물이 태어나면 이를 이용해 단백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속 기술 현실화 땐 논란등 문제 일으켜
복제인간은 간단하게 말하면 태어난 시점이 다른 ‘또다른 자지자신’즉, 한 사람을 둘로 나누는 것이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된 수정란을 정상적으로 세포분열된 어느 한 시점에서 인위적인 방법을 통해 분화시키는 복제 쌍둥이와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시점만 다를 뿐 복제인간은‘자신’이다. 복제인간이라고 해서 생김새까지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다.

복제에 성공한 소의 경우 복제대상소와 외모는 유사했지만 무늬에서 차이가 난다. 이는 핵치환을 할 때 세포핵만을 치환하기 때문에 핵을 제외한 부분(미토콘드리아)은 복제대상의 유전자와 다르게 된다. 따라서 복제대상과는 외모뿐 아니라 어디에선가 분명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복제된 인간도 마찬가지. 외모가 다를 수도 있고 복제인간이 자라면서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을 수도 있다. 종교계를 비롯한 인간복제 반대론자들은 이를 두고 복제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문제삼고 있다. ‘동일한 인간’의 개체로서의 인격체를 두고 말이다.

여하튼 1982년 복제인간의 이야기가 처음으로 영화<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단순히 영화를 즐기는 재미로 봤지만 영화속 첨단기술이 막상 현실로 다가오면 많은 문제를 야기 시킨다. 복제기술은 과연 21세기 첨단시대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박세훈기자 <isurf@sedail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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