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엇이었을까? 도대체 어떻게 작동하는 것이었을까? 소련인들은 도대체 무슨 용도로 이걸 만들었을까? 그 해답은 10 여년 뒤 비로소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카스피해의 괴물로 더 잘 알려진 이 에크라노플랜(Ekranoplan)이라는 비행기는 지면효과(ground effect)라는 공기역학 현상을 이용, 수면 위를 고속으로 비행해 엄청난 무게를 운송하는 새로운 형태의 비행체(지면효과익선)였다. 이것은 구(舊) 소련 수상 니키타 후루시초프의 친구인 알렉세예프에 의해 발명됐다. 하지만 당시엔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이 비행기의 실용적인 용도를 생각해낸 사람이 있다면 그가 미국 스파이라 할지라도 소련군부에서는 그 충고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당시 소련 정치인들은 작전상의 필요와는 무관하게 연줄이 얽힌 프로젝트를 군부에게 밀어붙이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냉전이 끝난 후, 한 러시아 우주공학 엔지니어에게 당시 펜타곤에 의해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던 카스피해의 괴물과 그 후속 모델에 관해 그의 생각을 물어 보았다.
“ 돈 낭비죠” 라고 투덜거렸다. “매번 작동되지 않았어요, 설계자들이 모스크바에 보고 했지만 허사 였죠. 그건 더 컸어야만 작동될 수 있었어요. 그럴 돈이 있었어야죠.”.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정상이었는지도 모른다. 현재 보잉사의 엔지니어들은 카스피해의 괴물과 마찬가지로 큰 바다새가 물위를 스쳐 날아가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설계된 수송기를 개발중이다. 애칭은 펠리컨. 왜냐하면 보잉사의 수송기는 보기에 약간 어설퍼보이는 펠리컨이 거의 힘을 들이지 않고도 수면 위를 활공하는 원리인 지면효과익(wing-in-ground effect; WIG) 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지면효과 공기역학을 사람이 만든 비행 기구에 적용시킨다면, 이는 오랜 기간 신봉되어 온 고도와 효율의 일치라는 항공 법칙에 중대한 예외가 된다.
대부분의 장거리 비행기가 고(高) 고도 제트기인 이유는 저(低) 고도의 고밀도 공기 속에서 비행하는 것은 대개 상당히 많은 양의 연료를 소모하기 때문. 하지만 만약 지면효과익 기계처럼 15m 이하로 지면에 극도로 가까이 근접할 수 있다면, 비행기의 속도에 의해 생성된 공기의 쿠션이 비행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울 것이고, 그렇게 되면 비행기는 고(高) 고도 제트기 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순항할 수가 있는 것이다. 보잉이 개발하고 있는 지면효과익 비행기는 카스피해 괴물보다 더 크다. 이 비행체의 날개 폭은 미 국회의사당 전면 너비와 비슷하다. 보잉 엔지니어들은 거대한 날개로 인해 기계 밑의 공기들이 순조롭게 밀어올려 전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되며, 시속 480km의 속도로 수면 위 6m 상공에서 미끄러지듯 비행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물을 가득 실은 보잉 747의 7대 합한 만큼 무게가 나가는 비행기가 마치 물벌레처럼 수면 위를 부드럽게 질주해 2배가 멀리 비행할 수 있다는 개념은 어찌 보면 어거지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보잉의 최정예 두뇌집단인 팬텀웍스 엔지니어들이 지면효과익 비행기 설계에 돌입하게 된 이유는, 펜타곤이 지난 40년간 고민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했던 노력들이 모두 실패했기 때문. 그 문제란 바로 군의 기동성. 육군은 강력한 군대이지만,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전투의 페이스를 따라가기에는 장비들이 너무 크고 너무 무겁다.
육군의 장비를 운송하기에는 선박은 느리고 비행기는 너무 작다. 1개 사단은 70t이 넘는 에이브러햄 탱크를 300대 이상 보유하고 있다. 거대한 C-5 갤럭시 수송기라 할지라도 이들 에이브러햄 탱크 두 대밖에 적재할 수 없다. 그런데 공군 전체에는 겨우 126대의 C-5가 있을 뿐이다. 방어체제 전환은 결국 육군이 더 작고 더 빨라야 이루어지게 된다. 하지만 펜타곤의 목적은 현재보다 훨씬 빠르게 인력 3천 명과 8천t의 장비로 이루어진 완전편제 여단을 96시간 이내에 전세계 어디로든 이동시키는 것이다.
현재 보잉의 첨단 항공수송 및 급유부문의 책임자인 퇴역 공군 대령 존 스코루파(John Skorupa)는 전(前) 항공 기동 사령부 전투 실험실 사령관의 입장에서 이 문제에 접근한다. “ 우리에게 충분한 항공 수송수단이 없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전세계 수송 레이-다운(수송기 비행단에서 병력을 지상에 내려 놓는 것을 일컫는 전문용어)을 보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도의 병력을 이동시키기 위해서는엄청난 비행 횟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2000년 보잉의 스코루파는 이 문제를 팬텀웍스의 베테랑 설계자인 블레인 로든에게 의뢰했다. 로든은 이 문제를 엔지니어인 쟈크리 호이싱턴과 함께 중점 연구했다. 그들은 육군에서 수천 톤을 나를 수 있는 비행선과 비행선-비행기 복합체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좀더 빠른 차세대 상업용 선박에서부터 C-5의 4배 크기에 이르는 전통적인 방식의 제트 비행기형 비행선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를 연구했다. 그러면서 속도라는 측면에서 해양선박 보다는 비행기로 범위가 좁혀졌으나, 비행기의 유효하중을 수천 톤으로 확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이는 펜타곤이 책정할 수 있는 예산을 훨씬 뛰어넘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짧은 날개와 이륙용 제트 부스터를 사용하는 WIG의 일종으로서 에크라노플랜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비용도 엄청나게 쌌다. 지면효과익 항공기는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 후 미국인들에게 매우 커다란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1993년 미국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은 러시아인들이 이뤄 놓은 성과를 조사하게 되었다.
보잉의 연구 결과는 몇몇 러시아 과학자들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크기의 에크라노플랜만이 타당하다는 DARPA의 결론을 재확인하는 것이었으나, 소련의 비행체는 그 엄청난 무게로 인한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1966년 완성됐던 500t의 KM 프로토타입은 꼬리에 2개 전방 날개에 8 개, 총 10 개의 엔진을 장착했다. 이 10 개의 엔진은 엄청난 연료를 소모했고 수면 위에 뜨기 전에 시속 338 km의 속도에 도달해야 했다. 들이치는 파도를 견디기 위해 덧댄 보강 외피 때문에 무게가 상당히 늘어났으며, 이로 인해 유효하중은 줄어들었다. 그래도 러시아인들의 성과는 대단한 것이었다고 전직 DIA 분석가 스테판 후커는 평가한다.
그는 1967년 문제의 그날 그린 룸에 모인 사람 중 한 사람. 그 비행기는 동일한 크기의 다른 비행기 보다도 적은 항력을 가졌으며, 러시아인들은 안정성과 조종성에 있어 상당 부분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그렇지만, 소련 해군 지휘부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부벙적 이었다. 비록 프로토타입을 설계한 중앙 수중익 설계국에서 140t의 수륙양용 착륙기와 6기의 공대함 미사일을 탑재한 400t 비행체인 2대의 또 다른 에크라노플랜을 만들었지만, 해군에서는 이미 수륙 양용 공격용 하버크레프트와 나토 전함을 폭격할 폭격기를 건조 중이었기 때문. 더구나 에크라노플랜은 수송용으론 비행거리가 짧아 사용에 문제가 있었다. 해군은 계획된 140대의 선단 중에 5 대만을 시험용으로 받아 들였지만, 한 대도 작전에 투입되지는 않았다.
보잉사의 엔지니어들은 지면효과익 항공기의 이처럼 길고도 굴곡 많은 역사와 여러 근본적 문제점을 인식하고, 핵심적인 변화를 통해 개념을 재정립하였다. 그들이 설계하고 있는 비행체는 보통 비행기와 소련의 지면효과 사이의 교차점에 있는 것이다. 이 것은 지면효과 개념을 이용하지만, 비행기처럼 공항의 지형과 지대를 따라 비행할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은 에크라노플랜의 두껍고 무거운 보트 외피와, 물에서 이륙하기 위한 보조 동력이 필요없다. 때문에 넓고 축 늘어진 날개로 캘리포니아 해안을 급강하하는 새인 펠리컨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현재의 예상으로는, 펠리컨은 터보프롭(프로펠러에 제트 엔진이 기어 연결된 것)으로 동력을 얻는 기존의 다른 항공기와 같은 속도와 고도(시속 483 km, 고도 6천m)로 비행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차이점이라면 펠리컨은 수면을 끌어안듯 비행해 지면효과의 이점을 사용, 더 멀리 비행할 수 있다는 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데에는 두 가지의 요인이 있다. 날개의 생김새와 전진 이동 결과로 날개 아래 쪽의 압력이 날개 위쪽의 압력보다 높기 때문에 날개에는 양력이 생긴다. 날개 끝쪽에서는 날개 아래 쪽 높은 압력의 공기가 날개 윗면의 주위에 흐른다. 이것은 회오리를 생성하게 되고, 회전하는 공기 흐름은 날개의 양력을 빼앗게 된다.
그렇지만 만약 비행기가 표면에 아주 가깝게 비행을 하게 되면, 회오리가 생길 만큼 충분한 공간이 없게 되어 소용돌이는 약해지게 된다. 지면 효과에서의 날개는 극도로 낮은 고도 때문에 회오리가 생길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고, 따라서 양력을 빼앗는 회오리가 생기는 것이 방지된다. 이에 따라 항공기 아래에 공기 쿠션이 생성된다. 이러한 지면효과는 수면에 가까이 갈수록 커진다. 펠리컨은 주로 6m에서 15m 사이에서 운용되게 되는데 이때 고 고도 항공기 연료의 절반밖에 소모하지 않는다.
지면효과익의 두 번째 요소는 램 압력 이라고 하는 것이다. 날개 밑의 높은 압력은 고고도에서와는 다르게 아래 쪽으로 빠져 나갈 수 없고, 날개 아래에는 갇힌 공기의 쿠션이 생기게 된다. 지면 효과에 있는 비행기는 저 적은 동력으로 날 수 있고, 높은 고도에서 보다 적은 연료를 소모하게 된다.
지면효과의 강도는 비행기의 날개폭과 비행 고도에 의해 정해진다. 생성되는 공기역학 지지(항공계 속어로는 베네핏)는 날개 폭을 높이로 나눈 것과 비례한다. 증가된 공기역학지지는 펠리컨과 러시아 에크라노플랜 사이의 엄청난 차이다. “이는 날개폭의 함소로서 지면효과익이 타당성이 있는 이유”라고 로든은 설명한다. “날개 폭이 152m인 펠리컨은 30m 상공에선 베네핏이 적다. 15m 상공에선 가능하다. 6m가 되면 매우 훌륭하다. 만약 6m 상공에서 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다.”
만약 펠리컨이 건조된다면 현재 대형 선박에서 사용하는 가스 터빈 엔진과 비슷한 크기의 4쌍의 8만 마력 터빈엔진을 사용해 구동될 것이다. 이 엔진들은 역사상 어떤 프로펠러보다 2배 이상 큰 길이 15m, 회전날 여덟 개가 달린 회전 프로펠러 네 쌍을 움직이게 된다.
펠리컨을 비행하는 것은 일반 항공기를 조종하는 것보다 조금 복잡하다. 전직 DIA 분석가 후커는 아무리 잔잔한 바다 위라 할지라도 펠리컨을 다루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그는 보잉사가 짧고 뭉뚝한 날개를 버리고 길고 얇은 날개 폭을 선택한 결과 펠리컨이 엄청나게 제어하기 힘들고, 비행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고 요동이 매우 심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보잉은 조종상의 복잡한 문제를 예상하고 자동조종기능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수동으로는 15m 높이에서 시속 480km 이상으로 펠리컨을 조종할 수가 없다. 고 해상도 레이더가 바다에 떠 있는 배들을 탐지하면 자동 조종 시스템이 이를 피해 우회하거나 고도를 높이게 한다. 지상에서는 펠리컨 몸체 아래 77개나 되는 지네발 같은 바퀴들을 운전하는 것이 큰 도전이 될 것이다. 기존 비행장의 유도로는 그 폭이 절반 밖에 미치지 못한다. 후커는 보잉이 이 부문에 대해 연구 진행상황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대형 에크라노플랜 설계 연구를 이끌었던 그는 수천 톤의 비행기가 기존의 공항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연구도 수행했었다.
후커는 “ 활주로에선 안된다. 대부분의 공항은 지면에 가까운 지하수면 위에 자리잡고 있으며 유도로와 격납고는 자갈층 위에 건설되어 있다 ”면서 초대형 비행기는 장기간 경미한 지진을 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터미널 건물의 화장실이 갈라지고 , 몇 달 후면 모든 게 붕괴되기 시작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펠리컨은 날 수 있을까? 엔지니어들에 따르면 다음 단계는 3개년 프로그램으로 이 단계에서 축소형 펠리컨을 건조해 테스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개념을 군사용으로만 국한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보잉의 상용기 부문 팀원들은 비공식적으로 상용 화물 운반기와 함께 펠리컨을 논의하고 있다. 이 비행기는 현재의 비행기들이 운반할 수 있는 최대 하중의 열 배에 달하는 화물을 운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선박보다 열 배나 빠르다. 또한 배와는 달리 주요 도시들 사이에 화물을 직접 운송할 수 있어 해안에서 육지로 운송하는 번거로움도 제거할 수 있다.
Looking Back
날아다니는 야적장
하워드 휴즈가 만든 자작나무 거물
1947년 12월 파퓰러 사이언스는 무게 약 136t에 날개 길이가 97m에 이르는 비행기 H-4에 대해 보도했었다. 이 비행기는 LA항구위를 약 1.6km 가량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독설가들은 알려진 대로 이 가문비나무 거위(Spruce Goose)가 땅에서 절대로 이륙할 수 없을 거라고 조소했는데, 그 때문에 H-4의 비행이 성공했던 순간 만큼은 설계자와 파일럿, 그리고 무엇보다 별난 백만장자인 하워드 휴즈에게는 승리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었다.
펠리컨과 마찬가지로 H-4는 군대와 무기들을 장거리 이송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휴즈의 동업자인 선박업자 헨리 카이저는 2차 대전 중에 나찌의 U-보트가 해군의 수송선을 공격한데서 이를 고안해 내었다. 당시 알루미늄의 공급이 제한되고 있었기 때문에 카이저와 휴즈는 이 거대한 괴물을 나무로 만들었다(대부분 가문비나무가 아니라 자작나무였음). 정부는 전쟁 후 시들해진 H-4를 지원했다. 한 상원의원은 이것을 나는 적재창고 라고 불렀다. 여전히 휴즈는 이에 집착했으며(이후 카이저와는 각자 길을 달리함) 이 프로젝트에 개인 재산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그러나 1947년 가문비나무 거위가 처녀비행을 한 후 오래지 않아 정부 보조금은 끊겼으며 이것은 지나간 유물이 되었다. 그 후 다시는 날지 못했다. 현재 H-4는 오레건 주 맥민빌의 에버그린 비행기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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