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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조류로 자리 잡아

사무 복합기, 카메라 폰, PDA 폰 등 이름 붙이기도 쉽지 않는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개중에는 이미 너무 친숙해 이것이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인지 아닌지도 구별되지 않는 제품들도 있다. 디지털 카메라가 대표적이다. 기존 아날로그 광학기술에 일종의 센서인 고체촬상소자 CCD(Charge-Coupled Device)와 메모리 카드, 컴퓨터 기술 등이 결합해 필름 없이 사진을 찍고 저장하는 것이 디지털 카메라다.

95년 일본에서 첫 선을 보인 후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대표 제품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디지털 컨버전스에 성공한 제품들이 많다. 바로 지난 2000년 삼성전자가 세계 처음으로 출시한 ‘DVD콤보’가 그것이다. 기존 VCR플레이어와 DVD플레이어를 결합한 이 제품 하나로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세계 DVD시장 점유율을 14%에서 18%로 끌어 올렸다. 이제는 국내 가전회사 대부분이 DVR콤보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사무 복합기, 카메라 폰, PDA폰, 다기능 DVR, 다기능 MP3, 디지털 셋톱박스, 디지털TV, 인터넷TV, 인터넷 게임기 등 많은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들이 알게 모르게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모든 형태의 정보를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는 ‘0’과 ‘1’의 비트 단위로 변환하는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아날로그 제품간, 아날로그 제품과 디지털 제품간 또는 개별 디지털 제품간 결합 및 융합을 통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탄생시키는 것이 디지털 컨버전스다. 그리고 이를 적용한 제품들이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이다.

국내업체, 광고시장에 몰두하다 주 소비층 놓쳐
디지털 컨버전스의 의미를 보다 확대하면 네트워크의 확장으로 모든 산업이 IT화되고 IT산업으로 수렴되는 것을 말한다. 가전업계의 홈네트워크화, 자동차업계의 텔레메틱스화, 건설업계의 인텔리젼트화 등이 모두 일종의 디지털 컨버전스화다. 그래서 디지털 컨버전스는 IT기업은 물론 모든 산업계가 지향해야 하는 하나의 큰 디지털 트렌드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IT인프라와 기반이 강한 우리나라가 집중하기에 유리한 부문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는 부문이 디지털 컨버전스다.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외에 중소기업이나 벤처들도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들을 속속 개발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 벤처 1호인 메직아이(www.mesdigital.com)는 지난 5월 MP3와 동영상 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를 결합한 ‘엠키비키’를 내놨다. 9월말까지 50억원을 수출 및 내수 판매했으며 올 연말까지 1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엠키비키의 각종 디지털 기능과 운영체계(OS)를 담는 칩, 소위 시스템온칩(SoC)을 자체 개발해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벌써 버전업된 새로운 SoC 개발을 마치고 세계 유수 IT기업에 공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연스런 화상채팅과 동영상 압축률이 뛰어난 디빅스(DivX) 영화는 물론 MPEG4 캠코더 기능을 갖춘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이 곧 나온다는 뜻이다.



테라벨류테크놀로지(www.teravalue.com)의 ‘뉴젠’도 디지털 컨버전스 추세를 반영한 제품중 하나. 뉴젠은 디지털녹음기(DVR)에 MP3, 디지털카메라, 휴대용 저장장치 등의 4가지 기능을 통합했다. 독일, 중국 등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각종 디지털 제품을 연결, 복합화해 사용하는 디지털 커넥터도 출시됐다.
에이치아이씨네트웍스(myzone.hic.co.kr)가 개발한 ‘마이존’은 휴대폰과 각종 휴대음향기기를 간단하게 연결,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콤보 커넥터’다. 이렇게 다양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은 ‘멀티언즈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하나의 기능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각종 디지털 휴대기기를 동시에 즐기려는, 주로 젊은 소비층을 부르는 말이다.

기능 복합화보다 소비자 폭 넓히는 기회 포착해야
그렇다고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TV, 인터넷 전용단말기는 지금도 대표적 실패 제품으로 손꼽힌다. 인터넷이 확산되고 필수화되면서 인터넷 소외계층을 포섭하기 위해 고안된 인터넷TV, 인터넷 전용단말기는 이제 제품 조차 구경하기 힘들게 됐다. 저렴한 가격과 사용의 편리성을 강조했지만 PC에 비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적 확장성, 게임·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기능이 너무 떨어져 소비자들이 외면한 것이다.

가정용 인터넷 전화도 비슷한 경우다. 기업용 인터넷 전화는 이미 상당히 보급됐다. 미국에서는 사무실의 절반정도가 VoIP 기술을 이용한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초고속통신망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조차 가정용 인터넷 전화는 초기 반향에 비해 보급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음성통화 만큼 우수한 통화품질을 확보하지 못한 기술적인 측면도 있지만 초기부터 목표시장을 일반인을 상대로 했다는 점, 무료통화 대신 광고수익에 집중한 점, 매번 PC를 부팅해야 하는 불편함 등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DVD콤보는 비디오테이프에 비해 훨씬 비싸고 DVD 렌탈시장이 아직 열리지 않은 단계에서 VCR과 DVD플레이어를 복합화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요구를 잘 반영, 히트한 상품이다.

즉 비디오테이프에 대한 후방호환성(Backward Compatibility)을 DVD플레이어에 끼워 잘 상품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의 성공도 비슷한 경우.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사진이라는 아이템을 아날로그 시대에는 불가능했던 효용, 즉 간단한 인화과정과 편집기능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가정용 PC와 프린터, CD라이트기 등의 보급확대를 잘 이용한 사례다. 단순복합이 아닌 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성공한 제품이 카메라 폰이다. 디지털카메라가 내장된 이통단말기는 이제 정체 상태에 빠진 이통단말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단순히 찍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찍어서 바로 보낸다’는 것이 새로운 시너지와 수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컨버전스 환경으로 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제품들이 시행착오와 경쟁을 겪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소·벤처기업들의 경우 단순 복합화보다는 한가지 기능이라도 소비자들의 폭 넓은 지지를 확보하고 부가적인 시너지를 줄 수 있는 기능을 부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경제 성장기업부 조충제기자 c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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