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반도체 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상업적 합리성’을 제시했다. 정치적 득실이나 지역 균형 발전 논리보다 기업의 생존과 효율성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시점에서 실리를 챙기는 실사구시(實事求是)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21일 진행된 신년기자회견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100% 관세’ 위협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이 침몰할 위기는 아니라는 자신감이 묻어나온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통상적으로 나오는 얘기이며 불쑥 튀어나오는 요소에 일희일비하면 중심을 잡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관세 발언을 실제 이행보다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레토릭으로 규정한 셈이다.
미국발 관세 위협과
‘대만 패리티’ 전략
‘대만 패리티’ 전략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대만 패리티(Parity·동등 대우)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게 하겠다는 합의를 미리 해뒀다”고 언급했다. 이는 미국이 TSMC 등 대만 기업에 적용하는 제재나 혜택의 수위를 한국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요구하겠다는 뜻이다. 대만 패리티를 시사한 발언은 대만을 방어선 삼아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라는 설명이다.
업계는 이를 두고 정부가 감정적 대응 대신 이해득실을 택했다고 본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물밑 협상을 통해 실리를 챙기는 방식이다. 미국산 장비 구매 확대나 대미 투자 시점 조절 등이 협상 카드로 거론된다.
용인 클러스터 원안 고수
“기업 망하는 일 안 해”
“기업 망하는 일 안 해”
관심을 모았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서도 ‘원안 고수’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방 소멸 위기론을 앞세운 비수도권 지자체의 반도체 공장 유치 요구에 대해 이 대통령은 “정치권에서 부탁한다고 기업이 배치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상업적 합리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과거 진보 진영이 강조해 온 국토 균형 발전 논리를 반도체 분야에서만큼은 유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미 계획된 국가 첨단 전략 산업단지의 효율성을 정치적 이유로 훼손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는 용인 클러스터의 전력망과 용수 공급 문제 해결에 행정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기업에 지방 이전을 강요하기보다 기존 클러스터의 성공적 안착을 돕는 ‘인프라 조력자’ 역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견을 통해 현 정부의 반도체 정책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평가한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상업적 합리성을 언급하며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의미가 크다”며 “정부가 경영 간섭은 줄이고 외풍을 막는 방파제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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