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지게차를 임대하면서 해당 임대업체 소속 기사에게 운전까지 맡긴 경우 발생한 산재 사고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지게차 기사와 지게차 임대업체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사고 당시 지게차 기사가 하청업체 직원은 아니더라도, 같은 현장에서 같은 작업을 하며 동일한 사고 위험을 공유했다면 ‘외부인’으로 볼 수 없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2일 산재 구상금 사건에서 산재보험법상 ‘제3자’ 판단 기준을 기존의 고용관계나 보험료 부담 여부가 아니라, ‘현장에서 공동의 위험을 공유했는지’로 재정립하며 원심을 파기자판했다.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은 지게차 기사와 임대업체를 상대로 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이 사건은 하청업체가 지게차를 임차하면서 해당 지게차 회사 소속 기사에게 운전까지 맡긴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사안이다. 사고로 하청업체 근로자가 다치자 근로복지공단은 산재급여를 지급한 뒤, 사고를 낸 지게차 기사와 그를 고용한 임대업체가 ‘제3자’에 해당한다며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은 지게차 기사가 하청업체 근로자가 아니고, 임대업체 역시 원청과 분리된 사업자라는 점을 들어 공단의 구상권을 인정했다.
그러나 전원합의체는 이 판단을 뒤집었다. 지게차 기사는 비록 하청업체 소속 직원은 아니지만, 사고 당시 하청업체의 지휘·명령 아래 재해 근로자와 함께 철근 운반 작업을 수행하며 동일한 위험을 공유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경우 사고는 ‘외부인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같은 현장 내부에서 위험이 현실화된 산재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상 구상권은 보험료를 누가 냈는지나 형식적 고용관계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근로자와 노무제공자가 동일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업무상 위험을 함께 떠안고 있었는지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산재보험법상 근로복지공단의 구상권 행사 대상이 되는 ‘제3자’의 판단 기준을 대법원이 새로 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제3자 해당 여부를 고용관계나 산재보험료 부담 여부가 아니라, 사고 당시 동일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업무상 위험을 함께 공유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명확히 했다.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하수급인의 지휘·명령 아래 재해근로자와 공동 작업을 하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재해근로자와 직접적인 보험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건설기계 임대인이나 운전기사에 대한 공단의 구상권을 인정해 온 판례에 대해 학계의 비판이 제기돼 왔다.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이와 같은 경우 건설기계 임대인 등은 산재보험법상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기존 판례의 입장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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