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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도 주목하는 '가상발전소'…韓은행은 "고신용 업체 껴야 대출"

■금융권 ‘보신주의’ 여전

중개사업자 사업성·재무역량 부족

신용등급 'AA-' 이상만 대출 허용

중소·벤처는 사업 참여 쉽지 않아

‘적극 행보’ 해외 은행들과 대조적





은행들이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짓기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발전 중개 사업자의 신용도가 높은 경우에만 대출을 해주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발전업계에서는 은행권이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과도하게 위험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1일 금융계와 전력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발전업계에 중개 사업자 역할을 하는 가상발전소(VPP·Virtual Power Plant)의 신용등급이 ‘AA-’ 이상인 경우에만 발전 사업자에 PF 대출을 내주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개 사업자 130여 곳 중 AA- 이상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VPP는 12곳 정도밖에 안 된다”며 “해당 사업이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중요한 산업으로 꼽힌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시중은행들이 생산적 금융에 역행하는 결정을 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발전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발전 공기업들만 사업을 하라는 취지”라며 “이렇게 되면 업계의 벤처기업·스타트업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VPP는 정보통신기술(ICT)로 기상 상황과 같은 정보를 분석해 소규모 태양광이나 풍력의 생산을 통합 조절하는 발전소다. 전력망에 연결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예비전력을 충전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테슬라도 VPP를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보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서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를 구축하려면 VPP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전력 당국은 제주에서만 시범사업으로 실시하던 VPP를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반적인 발전 사업자는 전력거래소와 직접 거래를 한다. VPP는 중개 사업자인 만큼 거래소와 발전 사업자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게 된다. 문제는 중간에 VPP가 끼다 보니 지금까지 거래소의 신용을 믿고 PF 대출을 해줬던 은행들이 이를 꺼리게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발전 사업자들이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PF 대출을 받을 때 전력 대금 계약에 질권을 설정해왔다. 전력거래소가 발전 사업자에 대금을 직접 정산하는 일반적인 경우에서는 이 같은 질권 거래가 문제될 일이 없었다. 질권 설정을 통해 사실상 전력거래소가 보증을 서준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VPP는 다르다. VPP가 가운데에 들어가 있어 대금 정산 주체가 VPP 사업자가 된다. 전력거래소 대신 VPP 사업자가 사실상의 보증을 서는 구조다.

은행들은 VPP 사업자는 전력거래소와 비교해 신용도가 낮고 재무 상황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VPP 사업자 중에는 LG에너지솔루션 같은 대기업도 있지만 상당수는 중소·벤처기업이다. 이 때문에 전력거래소와 직거래를 하지 않는 형태의 VPP 사업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발전 사업자는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는 게 전력업계의 시각이다. 금융권에서도 VPP 사업자가 낀 상태에서는 사실상 PF 대출을 집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당장 올해 전라도 지역에서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정부 VPP 사업에 신규 대출을 끌어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전력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안심 대금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문제를 개선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제3자 보증을 VPP 사업자가 서는 것에 은행들이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발전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은행들이 에너지 관련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한국은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고 짚었다.

실제로 시장조사 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는 전 세계 VPP 시장 규모가 2025년 62억 8000만 달러에서 2035년 456억 7000만 달러로 7.3배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PF에 안전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구조를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생산적 금융을 한다면서 사업에 대한 평가나 분석 없이 누구와 거래하느냐를 핵심적인 판단 요인으로 따진다는 것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실질적인 보증 업체의 신용도만 따지는 것은 문제”라면서도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의 경우 조금 더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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