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구진이 개발한 초소형 위성이 올 상반기 금성 대기를 장기간 관측하는 미션을 안고 우주로 향한다. 달과 화성에 집중돼 있던 글로벌 우주탐사계의 시선이 다시 금성으로 향하는 가운데 한국은 대형 탐사선이 아닌 초소형 위성을 앞세운 전략으로 이 흐름에 합류한다. 세계적인 금성 연구 권위자인 이연주 기초과학연구원(IBS) 박사가 주도하는 ‘클로브(CLOVE) 프로젝트’가 그 중심에 있다.
금성은 인류가 가장 먼저 탐사 도전을 했던 행성 중 하나다. 1960~1970년대 옛 소련과 미국은 수십 차례 금성 탐사선을 보냈고 1990년대에는 미국의 마젤란 탐사선이 레이더로 금성 지표를 정밀하게 그려냈다. 그러나 금성은 이후 인류의 관심사에서 서서히 밀려났다. 평균 460도에 이르는 고온, 지구의 90배가 넘는 대기압, 두꺼운 황산 구름이 금성 탐사와 연구에 장애물로 작용했다. 착륙은 물론 장기간 관측도 쉽지 않았고 생명체 탐색이라는 측면에서도 달이나 화성에 비해 우선순위가 낮아졌다. 그사이 인류의 관심은 화성과 달로 옮겨갔고 금성은 30년 가까이 사실상 ‘잊힌 행성’이 됐다. 실제로 미국은 마젤란 이후 약 30년 동안 금성 전용 탐사선을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과 유럽이 잇달아 금성 탐사를 주요 미션으로 선정하면서 금성은 다시 핵심 연구 대상으로 떠올랐다. 배경에는 ‘지구와 가장 비슷하지만 가장 다른 행성’이라는 금성의 특성이 있다. 금성은 크기와 질량, 형성 시기까지 지구와 거의 같지만 강력한 온실효과로 인해 전혀 다른 환경으로 진화했다. 바다를 잃고 대기가 폭주한 결과가 오늘날의 금성이다. 지구와 비슷한 조건에서 출발한 행성이 어떻게 극단적으로 다른 기후로 변했는지를 이해하는 일은 지구의 미래를 가늠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금성이 ‘지구 기후의 반면교사’로 불리는 이유다. 이는 외계 행성 연구에서도 중요하다. 크기만 보면 지구형으로 분류되는 외계 행성 상당수가 실제로는 금성처럼 진화했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이 박사와 IBS가 이끄는 CLOVE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박사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금성을 비롯한 태양계 행성 대기 연구를 전공한 행성과학자다. 현재 IBS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에서 행성 대기 그룹을 이끄는 연구책임자(CI)다.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친 뒤 독일 막스플랑크 태양계연구소에서 연구를 수행했다. 이어 브라운슈바이크공과대에서 행성 대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내에 행성 대기 연구 기반이 거의 없던 시기에 해외에서 연구를 이어온 ‘개척자’에 가깝다. 이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도쿄대, 독일 항공우주센터(DLR) 등에서 활동하며 금성 탐사 자료를 직접 분석해왔다. 특히 금성 대기의 ‘미확인 흡수체’가 태양 복사 에너지 반사율과 대기 순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외계 행성의 대기 유무를 판별하는 연구 성과도 제시했다. 현재 그는 유럽우주국(ESA)과 JAXA의 금성 탐사 미션에 공동 연구자로 참여하는 한편 국내 최초로 행성 대기 전문 연구 그룹을 구축해 한국의 독자적 행성 과학 연구 기반을 넓히고 있다.
그가 주도하는 CLOVE는 초소형 위성을 활용해 지구 저궤도에서 금성을 장기간 관측하는 프로젝트다. 총 3년 동안 초소형 위성 1기를 운용한다. 금성 궤도에 직접 진입하지 않고 지구 저궤도에서 금성을 하나의 점광원처럼 관측한다. 반사도와 자외선 스펙트럼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해 금성 대기의 장기 변동성을 파악하는 것이 목표다. 위성이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면 한 궤도당 한 차례씩 금성을 관측하고 조건이 맞는 시기에는 수개월 동안 거의 매일 관측을 수행한다. 금성이 태양과 너무 가까워지는 시기에는 화성이나 목성 등을 관측해 장비 상태 점검과 데이터 검증에 활용한 뒤 다시 금성 관측을 재개한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3년간 반복하며 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다.
특히 CLOVE가 집중하는 대상은 금성 대기에서 자외선을 강하게 흡수하는 ‘미확인 흡수체’다. 이 물질은 금성의 에너지 균형과 대기 순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정체와 생성 메커니즘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이 박사는 “이 흡수체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장기간 관측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단기 탐사로는 포착할 수 없는 신호들이 있다”고 말했다. CLOVE의 또 다른 가치는 ‘비교 기준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있다. 대형 금성 탐사선이 아무리 정밀한 관측을 수행하더라도 그 결과를 해석하려면 장기간 축적된 기준 자료가 필요하다. 이 박사는 유럽의 금성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이러한 한계를 현장에서 경험했다. 그는 “궤도선 자료를 분석할 때마다 비교할 기준 데이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며 “CLOVE는 바로 그 기준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장기 비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 박사는 “관측과 운용 경험이 충분히 축적된다면 같은 개념의 위성을 후속으로 발사해 10년 이상, 궁극적으로는 15년에 이르는 금성 관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태양 활동 주기 전체를 포괄하는 기간으로 태양 에너지 변화가 금성 대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시간대다.
발사는 6~7월께 이뤄질 예정이다. 위성은 국제 입찰을 통해 유럽의 위성 제작 기업 나노애비오닉스가 선정됐다. 발사는 스페이스X의 팰컨9을 통해 진행된다. 이 박사는 “이번 미션의 목적은 단순히 우주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궤도에 오른 뒤 장기간 안정적으로 과학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있다”며 “과학 미션인 만큼 성공 가능성이 검증된 발사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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