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을 포함한 정부의 재생에너지·원자력 병행 기조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에너지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원자력발전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우호적이라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방향이 명확해진 만큼 불필요한 논쟁은 최소화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에너지믹스 구현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21일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의뢰를 받아 한국갤럽이 실시한 ‘제11차 전력수급계획 신규 원전 계획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48.9%, 38.0%였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방점을 찍되 원전을 함께 활용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국민 여론과 일치하는 셈이다. 원전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우호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갤럽 조사에서 원전 안전성에 관한 질문에 응답자의 60.1%가 “안전하다”고 답했다.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는 비율은 34.2%에 그쳤다.
이 같은 흐름은 기후부가 갤럽과 함께 의뢰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앞으로 확대해야 하는 발전원으로 응답자의 43.1%는 재생에너지를, 41.9%는 원전을 꼽았다. 원전 안전성과 관련된 질문에도 60.5%가 “안전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원전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정부 공식 조사에서 확인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원자력학회장을 맡고 있는 최성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신규 원전의 필요성은 물론 안정성까지 높게 평가해 고무적”이라며 “여러 조사에서 관찰되던 여론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지난해 말 실시한 ‘2025 에너지 국민인식조사’에서도 조사 대상의 59.2%가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량을 늘려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는 이날 원전 추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여론이 압도적인 만큼 신규 원전 추진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지금 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전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 아니냐”며 “이념 투쟁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의견을 수렴하라”며 사실상 신규 원전 건설을 지시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 역시 신규 원전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개최했던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정책 토론회’에서 원전 폐쇄 정책을 펼치면서 원전 수출을 병행한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정책이 궁색했다고 평가하며 신규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신규 원전을 11차 전기본에 계획된 것보다 더 많이 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11차 전기본 확정 당시 원래 3기였던 대형 원전 신설 계획이 국회 보고 과정에서 2기로 축소됐다”며 “12차 전기본을 수립하다 보면 원전 신설 수요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인공지능(AI)발 전력수요가 더 늘어나고 있는 데다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무탄소 전원인 원전의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신규 원전 추진 가능성이 높아지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11차 전기본대로 신규 원전 건설이 추진될 경우 최소 2038년까지는 국내 먹거리가 확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지 공모 절차가 1년 늦어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면서도 “이제라도 속도를 내면 11차 전기본에 계획했던 운영 시점을 맞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북 영덕·울진, 부산 기장군 등 원전 유치를 희망하는 주민 여론이 높은 지역이 많아 과거 사례에 비해 부지 선정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원전의 경우 실제 공사 기간은 7~8년에 불과하지만 부지 선정 및 환경영향평가 등 사전 절차에 5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갤럽은 12~16일 전국 1519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1%포인트였다. 리얼미터는 전국 14~16일 1505명에게 자동응답전화(ARS)조사를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3%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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