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발행어음 사업자를 9곳으로 늘릴 경우 발행어음 잔액이 최대 90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자금이 금리가 높은 발행어음으로 이동할 경우 은행 조달금리가 오르고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드는 등 연쇄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발행어음 사업자가 9개사로 늘어날 경우 발행어음을 통한 조달 가능 금액이 지난해 9월 말 75조 원에서 139조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발행어음 잔액은 한도 소진율 64%를 적용해 48조 원에서 90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증권사가 만기 1년 이내로 발행하는 원리금 확정형 어음이다. 자기자본 대비 200%까지 발행할 수 있다.
최근 발행어음 금리는 3% 중후반 수준으로 만기 1년인 은행 평균 정기예금금리(2.45%), 저축은행 평균(2.9%), 중소형 증권사의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2.5%)보다 높다. 따라서 은행의 경우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 일부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 입장에서는 연 0.1~1.0% 수준으로 원가가 낮은 예금이 발행어음으로 이동할 경우 예적금 비중이 하락할 수 있다. 이에 자금 이탈을 막는 과정에서 예금금리를 올리거나 부족한 자금을 은행채 발행으로 조달하면 결국 조달 원가가 높아지면서 NIM이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저축은행도 파킹통장을 중심으로 타격이 예상된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하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차입 부채 절반을 RP로, 나머지 일부를 주가연계증권(ELS) 등 매도파생결합증권으로 조달하는 등 단기 자금시장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발행어음이 높은 금리를 줄수록 RP 금리도 높일 수밖에 없는 만큼 자금 조달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증권사의 발행어음 시장 활성화는 단순히 개별 증권사의 조달 기능 확대 차원을 넘어 금융권 전체의 자금 흐름과 경쟁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요인”이라며 “예금 취급 금융기관에서 수신이 이탈할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발행어음 사업자는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 등 4개사에서 지난해 말 하나증권·키움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 등 3개사가 새롭게 인가를 받아 추가됐다. 현재 심사 중인 삼성증권·메리츠증권까지 인가를 받을 경우 9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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