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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옵트아웃 도입한 덴마크…"기증자 마음 읽는 세심한 배려·적극 홍보가 효과”

[이어진 숨, 피어난 삶]

■2024년 소프트옵트아웃 도입한 덴마크

18세 이상은 기증시스템 무조건 등록

개인이 기증 확정땐 가족이 번복 못해

총리·장관까지 나서서 대국민 캠페인

덴마크 보건복지부 장기이식 담당자인 줄리 콜딩 올센 과장이 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언론 인터뷰에 나서 장기 기증의 중요성을 홍보한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코펜하겐=박지수 기자




“국민이 장기 기증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도록 만드는 것이 ‘소프트 옵트아웃’의 목표입니다.”

덴마크 보건복지부에서 장기이식을 담당하고 있는 줄리 콜딩 올센 과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덴마크 정부가 문제로 본 지점은 국민들이 장기 기증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는 점이었다”며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2024년 만 18세가 되면 장기 기증 시스템에 모두 등록되도록 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하지만 등록이 곧 기증 동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본인이 직접 시스템에 접속해 의사를 확정하지 않으면 ‘미확정’ 상태로 남는다. 사망 이후의 절차 역시 개인의 의사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본인이 생전에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고 명확히 확정한 경우에는 유가족이 이를 번복할 수 없다. 반대로 본인이 확정하지 않았다면 의료진이 가족에게 고인의 의사를 묻는 구조다.

스페인 등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달리 단번에 옵트아웃으로 전환하지 않고 소프트 옵트아웃을 거쳐가기로 한 것이다. 올센 과장은 “핵심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그 선택이 실제 결정으로 이어지도록 사회 전체가 돕는 데 있다”며 “덴마크 정부가 도입한 방식은 국민 스스로 판단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점이 차별화됐다”고 설명했다.



덴마크 정부는 제도 시행에 앞서 충분한 사회적 준비 기간을 두는 데 공을 들였다. 법이 확정되기 전 약 6개월 동안 장기 기증을 주제로 한 대규모 캠페인이 이어졌다. 정부는 단순히 법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제도가 필요한지에 대한 공론화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총리와 복지부 장관이 직접 언론 인터뷰에 나서 장기 기증의 의미와 제도 변화의 취지를 설명했다. 올센 과장은 “정부 최고 책임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은 장기 기증이 단순한 행정 사안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덴마크 정부가 진행한 대규모 장기 기증 홍보 캠페인 중 하나. 시민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인체의 뒷모습 이미지를 활용했다. 코펜하겐=박지수 기자


대국민 홍보 방식도 최대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진행했다. 의료 관련 앱을 통해 장기 기증을 한 번쯤 떠올릴 수 있는 알림이 전송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디지털 우편함을 활용해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노출시켰다. 법이 본격 시행된 후에는 만 18세 이상 국민 전원에게 편지를 발송했다. 이미 장기 기증 의사를 확정한 사람에게는 ‘결정을 내려줘서 고맙다’는 내용이 담겼고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사람에게는 ‘지금 선택해달라’는 요청이 전달됐다.

그 결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편지 발송 이후 한 달 만에 약 15만 명이 회신했고 1년 동안 총 50만 명이 장기 기증에 대한 찬성·반대 등을 포함한 의사를 시스템에 등록했다. 올센 과장은 “덴마크 정책의 성과를 단순히 기증자 수 증가로만 보지 않는다”며 “기증 여부를 실제로 고민하게 만들고 그 고민의 결과를 시스템에 남기게 한 것 자체가 정책의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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