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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美메모리 팹 120조 투자해야"…최악 시나리오로 K칩 흔드는 노무라證

■한미협상 와중에 투자계획서 공표

韓반도체 대미 수출비중 7%인데

간접물량까지 40%로 부풀려 가정

'美공장 수백조 투입 불가피' 주장

현실화 땐 K칩 생태계 기반 위축

"정부 차원 대미 협상력 발휘 절실"





일본계 증권사 노무라증권이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를 향해 미국 관세장벽을 피하려면 2030년까지 최대 120조 원을 미국 현지 공장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미국 상무부가 관세 압박 수위를 높이는 민감한 시점에 일본계 증권사가 다소 과격한 수치를 근거로 한국 기업의 대규모 미국행을 기정사실화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본이 자국 반도체 산업 부활을 도모하면서 경쟁자인 한국 기업의 국내 제조 기반 약화를 부추기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해석을 내놓는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노무라증권은 19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미국 내 메모리 팹 건설에 총 100조 원에서 120조 원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의 논리는 양 사 D램 생산량 중 약 40%가 미국에서 소비된다는 추산에서 출발한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위협한 “미국 내 생산 또는 100% 관세 부과” 조건을 충족하려면 40%의 수출 물량을 모두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라는 이를 위해 D램 29만 장, 낸드 13만 장(월간 웨이퍼 투입 기준) 규모의 생산 시설이 필요하며 이는 삼성전자 평택 4공장의 2배 규모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전제 조건부터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부 자료를 종합하면 2024년 한국의 반도체 총수출액은 1419억 달러(약 209조 3000억 원)이며 이 중 대미 수출액은 107억 달러(약 15조 7800억 원)로 7.5% 수준에 불과하다. 2025년 역시 총수출 1734억 달러(약 255조 7600억 원) 중 대미 수출은 8%인 138억 달러(약 20조 3500억 원)에 그친다. 노무라가 대만이나 중국 등 제3국을 거쳐 완제품 형태로 미국에 들어가는 간접 수출 물량까지 모두 합산해 100% 관세가 적용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일반화한 것이다.

일본계 자본의 의도를 의심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아직 한미 간 협상의 여지가 다양하게 남아 있는데 일본계 증권사가 선제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투자 계획서’를 작성해 공표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이미 2000억 달러(약 295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을 약속하는 등 협상 카드를 마련해 놓고 있다. 설사 협상이 난항에 빠지더라도 한국 역시 대만과 같은 ‘최혜국 대우’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런 시점에 노무라가 초대형 투자를 통한 현지 공장 건설을 유일한 해법인 양 제시한 것은 미국 강경파의 논리에 힘을 실어줄 소지가 다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무라 전망대로 대미 투자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반도체 업계의 수익성 악화와 산업 공동화 우려도 제기된다. 보고서는 높은 인건비와 물가 영향으로 미국 내 공장 건설 비용이 한국 대비 20~30% 더 들고 운영비는 40%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로 인해 한국 생산 시 70%에 달하던 영업이익률이 미국 생산 시 58%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120조 원이 넘는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고 수익성마저 훼손될 경우 국내 재투자 여력이 급감해 국가전략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차원의 정교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미국의 통상 압박과 주변국의 견제가 거세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무라 보고서는 단순한 시장 전망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취약 고리를 파고드는 성격이 짙다”면서 “정부가 미국과 협상력을 발휘해 무리한 현지 생산 요구를 차단하고 국내 생산 기반을 지켜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 현장에서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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