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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반도체 새만금 이전론'…'물'도 없이 노 젓는 정치권

반도체 웨이퍼 1장 당 1톤 '초순수' 필요

용인 산단, 총 필요용수 日 76.4만 톤

새만금 용담댐 여유 물 10만톤도 안 돼

정치권 흔들기 지속 땐 美 이전 가능성

2023년 8월 전북 군산시 새만금 산업단지 부지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경제DB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반도체 공장을 전라북도 새만금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이 거세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공업용수 여유도 없는 지역의 황당한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 시대에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는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하루 76만 톤 규모의 공업용수가 필요한데 정치권이 이전을 요구하는 새만금 지역은 여유 용수량이 하루 10만 톤도 안 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머리카락 굵기(약 10만 나노미터·㎚)보다 10만 배 얇은 반도체(1㎜·10억분의 1미터)를 만들기 위해 고도로 정제된 ‘초순수’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의 현실을 외면하고 지방선거를 앞세워 국가 제 1의 수출 산업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용인 산단 총 필요용수 日 76.4만 톤
전북 전주시 일일 물 사용량 3배 달해
전북 이전 땐 지역 가정·산업 ‘초가뭄’


19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의 하루 공업용수 사용량은 가동시점인 2035년 76만 4000톤이다. 정부는 이 같은 계획에 맞춰 1단계인 2031년까지 일일 31만 톤, 2단계 2035년까지 76만 톤의 용수를 공급하는 계획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공급 사업(일 107만 2000톤)’에 반영했다.

수자원을 쓸 곳은 한강 수계다. 한강 수계는 금강, 영산강·섬진강, 낙동강 등 4대강 유역 가운데 공급 여건과 안정성 측면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된다.

정부는 계획에 맞춰 현재 총 연장 46.9km의 관로 공사를 설계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1개 공구를 착공하고 연말까지 2차 관로 공사를 설계를 완료하고 내년 공사를 시작한다.

정치권이 용인 반도체 산단을 새만금으로 이전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같은 용수 계획을 볼 때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전북 진안군 용담댐. 연합뉴스


새만금은 전북 진안에 위치한 용담댐 용수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전주·익산·군산 등 전북지역 에 물을 대는 용담댐의 연간 용수공급량은 4억 9300만톤, 하루 135만 톤이다.

문제는 용담댐의 공업용수 시설 총량은 전주 지역(일 70만 톤)과 금산·무주권(일 2만 7000톤) 등 72만 7000톤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용인 반도체 산단이 하루 쓸 양의 공업용수 사용량도 밑도는 시설이다.

여기에 용담댐은 전주시(일 25만톤) 등 전북 지역에 하루 약 50만 톤 이상의 생활용수도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용담댐의 여유 물량은 10만 톤도 안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세운 2040년 용담댐의 여유 물량도 5만 톤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 반도체 산단이 새만금으로 이전하면 전북 지역의 모든 공업용수를 다 사용해도 모자라고 생활용수까지 끌어다 써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강 수계에서만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가 요구하는 공업용수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웨이퍼 1장당 1톤 ‘초순수’ 필요
낙동강 수계도 분산돼 공사비 4조 추가
바닷물 사용한 공정 아직 검증도 안 돼
정치권, 지방선거 겨냥 ‘반도체 흔들기’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2026년 1월 임시국회 1차 본회의에서 2차 종합특검법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수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도체 ‘영남 이전론'도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여유량이 100만톤이 넘는 낙동강을 활용하면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낙동강은 소규모 댐 20여 곳의 여유량을 단순 합산한 수치다. 낙동강은 취수원이 분산되어 있어 반도체 산업단지와 같은 대규모 단일 수요처에 대한 안정적 용수 공급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공급을 하더라도 최소 7개 이상의 댐에서 공급 배관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공사비가 늘어난다. 추산 결과 용인 반도체 산단보다 최소 4조 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수재이용수'나 '해수 담수화' 등 '대체 수자원' 활용 방안이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아직 기술력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해수담수화 기술은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 공업용수 단가는 톤당 400원에 불과하지만 해수담수화는 톤당 1500원으로 생산비용이 3.75배 높아진다.

머리카락보다 수만 배 얇은 회로를 새겨야 하는 반도체는 미세먼지, 세균 등 외부 오염 물질을 극도로 제거하고 온도, 습도, 압력 등을 정밀하게 제어해 미세한 입자 하나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클린룸(Cleanroom)을 이용할 정도로 정밀한 공정이다.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물도 무기질과 미립자는 물론, 이온, 염소, 이산화규소까지 제거된 고도로 정제된 '초순수'를 사용한다. 통상 6인치 크기의 웨이퍼 하나를 만드는데 1 이상의 초순수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사용할 경우 공정 불량을 초래해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 美 테일러 부지에 팹 9개 확장 가능
최악 땐 용인 반도체 산단 계획 수정 우려


지난 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반도체 산업은 정확한 시기에 ‘연구개발(R&D)-착공-준공-양산'을 해야 경쟁력이 유지된다. 정치권이 ‘반도체 지방 이전론’을 앞세워 정부의 용인 반도체 산단 계획이 흔들릴 경우 반도체 공장 착공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005930)가 투자 지역을 미국으로 옮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를 통해 미국 투자를 압박하는 동시에 막대한 세제 혜택도 내걸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보유한 테일러 팹 부지는 약 500만㎡(150만 평) 규모에 달한다. 이는 기존 미국 오스틴 공장보다 4배 이상 넓은 면적으로 향후 반도체 팹을 최대 9개까지 추가로 건설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이곳을 파운드리 중심 기지로 육성하려 했으나 미국의 메모리 제조 요구가 거세지며 필요에 따라 전략 수정도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계획된 6기 팹 중 일부를 떼어내 테일러 유휴 부지로 돌리는 방안은 충분히 검토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이미 부지가 확보된 데다 용수와 전력 인프라 지원이 확실한 테일러가 용인보다 리스크가 적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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