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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용인산단 지방이전 떼쓰기…메모리 공장 원하는 美에 빌미줄수도

美 관세·정치권 흔들기에 기업만 한숨

마이크론 내년 美 아이다호팹 본격 양산

삼성·SK 관세 부과시 경쟁력 뒤처질 수도

용인 산단 착공 못한 삼성, 미국 선택 가능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지어질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부지의 모습. 뉴스1




미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미국 내에 지을 것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지방 이전 요구에 따른 소모적 논쟁만 가열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논란이 정리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압박이 현실화하면 국내 기업들이 밀리듯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거리를 만들지 말고 국내에 들어서는 반도체 핵심 시설을 지원할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은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발 반도체 관세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팹)을 짓고 있으며 올해 완공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 7000만 달러를 들여 인공지능(AI) 반도체 패키징 팹과 연구개발(R&D) 기관을 2028년 하반기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문제는 두 회사 모두 메모리반도체 생산 공장은 미국 현지에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 의도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현재로서는 두 회사가 진행하는 미국 투자 규모 내에서 메모리 수출 관세 면제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세부 협상에서 메모리 수출 관세 면제는 현지 메모리 공장 투자로 국한하겠다고 선언할 경우 두 회사는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선 정부의 관세 협상 추이를 살피며 세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지금은 ‘슈퍼 갑’의 위치에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경우 경쟁자인 마이크론에 시장을 뺏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다. 미국 마이크론은 현재 아이다호주에 1·2호 팹을 건설 중이며 2027년 중반께 첫 웨이퍼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뉴욕주에서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메가팹 착공에 돌입했다. 마이크론이 미국 내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해 엔비디아 등 빅테크에 공급하고 한국 기업 제품에는 100% 관세가 붙는다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기술 격차가 좁혀진 상황에서 고객사들은 가격이 저렴한 마이크론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미국 내 생산 시설을 완공하게 되면 미국 내 메모리 수요를 상당 부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메모리반도체 공장의 현지 투자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정치권에서 시작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방 이전 요구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15일 정부의 용인 국가산업단지 계획 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일부 환경단체의 소송 심리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음에도 이번에는 시민단체들이 나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이번 주 집단 행동을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용인 산단의 정상적인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들이 최악의 경우 미국행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인프라 지원이 지연되고 지방 이전을 요구하며 흔드는데 미국은 관세 폭탄까지 예고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차라리 미국에 짓는 게 낫다는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정치권이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용인 클러스터의 조속한 가동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 안보 자산인 반도체 생산 기지를 국내에 확고히 묶어두기 위해서는 기업이 초격차 기술 확보에만 전념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 핵심 공장을 국내에 유지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국가 안보상 최우선 과제”라며 “최적의 입지에 공장을 짓고 지키는 것이 중요한 시점에 현실성 없는 지방 이전론을 말할 한가한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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