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세 미만 아동에게 매달 10만 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자동 지급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현재 아동수당은 자산 기준 등과 관계없이 신청자에 한해 지급하고 있어 도리어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출생아동에게 200만 원을 지원하는 ‘첫만남이용권’과 부모급여 등도 자동 지급 방식으로 변경된다.
18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영아기 돌봄 지원 사업 중 아동수당과 첫만남이용권·부모급여 등 3종을 자동 지급 방식으로 시범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정부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저소득층의 최저 생활 보장을 강화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복지급여를 단계적으로 자동 지급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사업은 부모의 소득·재산 규모와 관련 없는 보편 지급이 원칙인 데다 사실상 현물이 아닌 현금 지급 방식이어서 자동 지급 전환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편이다. 조만간 법 개정을 통해 자동 지급을 위한 제도 정비를 마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부모급여는 0~23개월 아동의 출산과 양육으로 손실되는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부모에게 △0세 월 100만 원 △1세 월 5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첫만남이용권은 출생아 1인당 200만 원어치의 바우처를 국민행복카드에 충전해 지급한다. 아동수당은 현재 8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매달 10만 원씩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아동수당 지급 상한 연령을 매년 1세씩 높이고 낙후 지역에는 월 최대 2만 원씩 얹어주기 위한 아동수당법 개정을 국회와 논의하고 있다.
문제는 출생신고를 할 때 부모의 실수 등으로 아동수당·부모급여를 함께 신청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신청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는 점이다. 출생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신청했다면 미지급분을 모두 받을 수 있지만 61일째 되는 날에 신청했을 때는 출생월 한 달 치는 못 받는 구조다. 아동수당법에 소급 지급 가능 기간을 60일로 못 박고 있는 탓이다. 신청주의를 전제로 설계된 현행 아동수당법에는 신청이라는 단어가 59번이나 등장한다.
지방자치단체의 한 관계자는 “아동수당 등을 자동 지급하려면 법상 용어부터 손질해야 한다”면서 “신청주의에서 자동 지급으로 전환될 경우 소급 지급이 가능한 기간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와 지자체가 수급권자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생기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신청주의에 대해 “매우 잔인한 제도”라고 비판하면서 시작된 자동 지급 전환 움직임에는 국민연금도 가세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국민의 수고를 덜어주고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게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이라며 “앞으로 공단은 연금을 신청하지 않아도 바로 지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어보려 한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보험료는 신청하지 않아도 꼬박꼬박 빼가면서 정작 연금 지급은 신청해야 주는 게 이상하다”면서 “정부와 공공기관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공단에 따르면 연금 개시 연령에 도달하고도 지급 신청을 하지 않아 미지급 상태인 이들은 5% 안팎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세금 체납과 대출 연체에 따른 추징 등을 피하고자 의도적으로 연금 수령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공단 노동조합 등은 자동 지급 시 민원 증가 등을 우려하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한편 정부는 또 다른 복지 사각지대 해소 방안으로 고독사 예방을 위한 인공지능(AI) 심리 케어 서비스, 24시간 자립 생활을 지원하는 AI 스마트홈 등의 내용이 담긴 복지·돌봄 AI 혁신 계획을 올 상반기 발표할 예정이다. 2030년 900만 가구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1인 가구에 대한 지원 제도를 원점에서 점검해 효과를 높일 개선 방안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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