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입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3000선을 밑돌던 코스피 지수가 이제는 5000선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과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에 따른 반도체 초호황, 조선·방산·원전 등 국내 대표 수출 산업의 실적 개선이 맞물리면서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파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증권사들은 물론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코스피가 오천피를 넘어 추가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실적 가시성이 높아졌고 글로벌 자금 유입 환경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제 코스피의 바통이 코스닥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연초 가파르게 달리고 있는 코스피 장세를 다시 한 번 짚어보려 합니다. 이 흐름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살펴보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뒤처진 코스닥 시장 전망은 어떤지도 함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올해 11거래일 연속 상승한 코스피…오천피까지 160포인트 남아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6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3.19포인트 오른 4840.74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올 들어 11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에 성공하며 지난해 말 대비 상승률은 14.9%까지 올라왔습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은 물론 일본과 중국 등 주요국 증시를 크게 웃도는 상승 폭입니다. 이제 코스피는 꿈의 5000까지 불과 159.74포인트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3.29%입니다.
국내 대형 수출 기업들의 주가가 번갈아 오르며 코스피 상승세를 이끌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이어지며 가격이 급등하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로 글로벌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24% 상승하며 15만 전자를 눈앞에 두고 있고 SK하이닉스 역시 16% 오르며 70만 닉스를 넘어 80만 닉스 달성 기대를 키웠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조선·방산·원전 이른바 ‘조방원’ 업종 역시 다시 힘을 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방산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대표 방산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주가는 올 들어서만 36% 급등하며 130만 원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조선 업종도 한미 협력 기대와 글로벌 발주 회복 전망이 맞물리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 주가는 각각 22.57%와 29.46% 오르며 코스피 지수를 웃도는 성과를 기록 중입니다. 여기에 전력 수요 증가와 맞물린 원자력 산업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올 들어 24.72% 상승했습니다.
여기에 올해는 지난해 코스피 고공 행진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도 다시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 피지컬 AI 사업 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지수 상승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주가는 올해 40% 상승했으며 기아 주가도 25% 넘게 올랐습니다.
골드만삭스도 오천피 전망…슈퍼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계속
연초 가파른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지수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입니다. 무엇보다 반도체 초호황이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는 15일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성적표였습니다.
수익성 지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매출총이익률(GPM)은 역대 최고 수준인 62.3%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였던 60.6%를 넘어섰습니다. AI 수요 확대 속에서 가격 결정력과 공정 경쟁력이 동시에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결과입니다.
실적보다 더 눈길을 끈 건 TSMC가 제시한 향후 가이던스였습니다. TSMC는 올해 매출 가이던스로 전년 대비 30% 증가한 1591억 달러를 제시했습니다. 견조한 AI 수요와 압도적인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 성장률(14%)을 크게 웃돌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셈입니다. 설비투자(CAPEX) 역시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인 520~560억 달러를 제시하며 반도체 초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습니다.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되자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실적 기대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한 단계 올라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유안타증권은 TSMC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18만 7000원과 106만 6000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현재 주가와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약 30%, SK하이닉스는 40%를 웃도는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시각도 비슷합니다. 지난해 JP모건에 이어 최근에는 골드만삭스도 국내 증시가 5000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골드만삭스는 15일(현지시각) ‘다양한 업종의 눈부신 성과 이후에도 강세’라는 제목의 2026년 한국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 시장에 대한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을 유지하며 향후 12개월 코스피 목표치로 5000을 제시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상승 배경으로 AI 설비투자 붐뿐 아니라 범용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강한 수요가 확인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여기에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제도 개선 노력과 해외로 유출됐던 개인 투자자 자금을 다시 국내로 유도하기 위한 세제 혜택 등 정부 정책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제 시선은 코스닥으로…증권가도 낙관 전망
코스피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코스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대형주 랠리가 이어진 만큼 이제는 중소형주로 온기가 확산될 수 있느냐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연초 성적표는 부진합니다. 올해 코스닥 상승률은 3%에 그치며 같은 기간 14.9% 오른 코스피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시가총액 증가율 역시 코스닥은 3.1%에 그친 반면 코스피는 15.1% 늘어나며 격차가 크게 벌어진 모습입니다.
부진한 성적에도 증권가는 여전히 코스닥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코스닥이 벤처·혁신 기업 육성 기조에 따른 정부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시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당분간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만 코스피가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구간에서는 코스닥에서 기회를 모색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습니다. 특히 지수 전반보다는 종목별 장세에 대비할 필요가 있으며 로봇·바이오 등 정책 방향성과 맞닿아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접근이 유효하다는 설명입니다.
개인들도 코스닥에 관한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조 2628억 원어치의 개별 주식을 순매도한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1조 3123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코스피 대비 코스닥 상대 강도가 역대급으로 악화된 상황”이라며 “정책 기대와 함께 코스닥의 가격 매력도가 주목을 받는다면 반등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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