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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현금부자 서학개미만 웃게된 환율정책

■윤지영 마켓시그널부 차장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를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인하기보다는 오히려 ‘현금 부자 서학개미’의 배만 불려주게 된 것 아닌가요.”

최근 기자와 만난 한 금융투자 업계 임원은 정부가 내놓은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 신설을 놓고 이같이 평가했다. RIA를 보유한 투자자는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 낮아진 원·달러 환율 덕분에 다른 계좌에서 더 좋은 조건에 해외 주식을 다시 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대하는 국내 증시 유턴 효과는 나타나기도 전에 세금 감면만 해주는 셈이다.



관련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정부도 부랴부랴 재검토에 나섰다. 세제 혜택만 노리고 ‘자금 돌려막기’ 방식으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RIA를 보유한 투자자가 일정 기간 내 해외 주식을 재매수할 경우 혜택을 축소하는 방법 등도 거론되지만 부작용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RIA에 묶어둔 자금 외에 다른 종잣돈(시드 머니)이 많은 서학개미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가 내놓은 환율 안정화 대책이 오히려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1분기 내 증권사의 RIA 출시가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 업계는 RIA 관련 세부 가이드라인조차 공유가 안 된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RIA 상품을 출시하려면 관련 시스템 개발 등 시간이 필요한데 지난해 12월 외환 안정 방안이 발표된 뒤 구체적으로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부의 ‘증권사 해외 주식 관련 마케팅 자제령’으로 인해 무료 주식·환전 수수료 혜택만 누리지 못하게 됐다.

업계는 이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 원인으로 ‘땜질식 처방’을 꼽는다. 고환율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깊은 고민 없이 단시간 내 원·달러 환율 진화에만 급급한 결과라는 것이다. 잠시 안정된 듯 보였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1500원 선에 근접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또 다른 임원은 “미국 주식 투자자 탓으로 돌리기 전에 애초에 고환율 등을 고려한 정책 마련이 안 된 게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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