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1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올해 누적 수익률이 15%에 육박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글로벌 증시 상승률 1위를 기록 중이다. 미국 증시가 정책 불확실성과 빅테크 고점 부담 속에 횡보하는 것과 달리 한국 증시는 풍부한 유동성과 기업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감에 따라 양국 증시 간 디커플링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3.19포인트(0.90%) 오른 4840.74에 마감했다. 11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사상 처음으로 4800 선을 돌파했다. 올해 누적 수익률은 14.87%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이 약 76%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1거래일 만에 지난해 상승 폭의 약 5분의 1을 달성한 셈이다.
특히 전날 밤 미국 증시에 연동돼 코스피가 움직였던 현상과 달라진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미국 증시는 올해 들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독립성 훼손 우려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베네수엘라 공격과 이란 군사 개입 등의 지정학적 긴장 확대, 빅테크 주가 고점 부담이 겹치며 상승과 하락을 연일 반복하고 있다. 최근 11거래일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4거래일, 나스닥은 5거래일 하락했다. 연초 이후 누적 상승률도 각각 1.44%, 1.24%에 그쳤다.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은 다음 날에도 코스피는 거침없이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는 상호관세 대법원 판결을 둘러싼 경계감과 생산자물가지수(PPI)발 인플레이션 우려, 지정학적 긴장 확대, 금융주·기술주 부진이 겹치며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다. 다우지수 0.09%, S&P500은 0.53%, 나스닥은 1.00%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다음 거래일 코스피는 1.58% 상승했다. 삼성전자(005930)(2.57%), SK하이닉스(000660)(0.94%)를 비롯해 업종 전반으로 순환매가 확산된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한때 미국 증시에 동조됐던 한국 증시가 최근 독자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는 것을 두고 산업 구조의 차이를 지목했다. 미국 증시는 인공지능(AI) 섹터 비중이 높아 AI 고점 우려가 지수에 강하게 투영되는 반면 한국 증시는 반도체 기업 비중이 크지만 그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경우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하이엔드 반도체가 주가 상승을 주도하는데 한국 증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외 범용(레거시) 반도체 업종의 비중이 높아 업황 개선 시 주가 변동성(베타)이 더 크게 나타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내의 경우 원전·방산 등 미국 증시에 없는 업종들이 코스피 내에서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정책 변화나 산업 사이클에 따른 지수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크기도 하다.
풍부한 유동성도 코스피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기관은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으며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계속해서 늘며 15일 기준 92조 6030억 원을 기록했다.
양국 증시의 디커플링은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연초 대비 주가 흐름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에서는 시총 1위 삼성전자가 연초 이후 24.19% 상승했고 SK하이닉스도 16.13% 오르며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6.11% 상승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도 14.87% 오르며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현대차(005380)는 39.29% 급등하며 시총 5위 내 기업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올렸다.
미국 증시에서는 시총 1위 엔비디아가 연초 이후 0.2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알파벳(5.94%)과 아마존(3.09%)은 소폭 상승했지만 애플(-5.29%)과 마이크로소프트(-5.90%)는 오히려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 가운데 절반 이상이 떨어져 지수 전반의 상승 탄력이 제한된 모습이다.
상장사들의 실적에 대해서도 양국 간 기대는 엇갈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전체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453조 원으로 3개월 전보다 34% 상향됐다. 이 가운데 시총 톱 2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 증가분만 약 106조 원에 달한다.
이에 반해 최근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7(M7)’은 성장 정체 우려가 커졌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M7이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까지 높아졌지만 성장 정체가 예상된다”며 “나머지 S&P493 기업의 이익 개선 없이는 지수의 추가 상승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여기에 3차 상법개정안에 따른 자사주 의무 소각이 현실화할 경우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추가로 재평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 확대에 따라 코스피 주식 수는 연평균 1% 감소하게 되고 이는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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