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000880)그룹이 그룹 지주사인 ㈜한화를 인적 분할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복합 기업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의도다. 한화그룹은 크게 방위산업과 조선, 화학·에너지, 금융, 리테일 서비스 및 리조트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긴 호흡을 가져야 하는 방산·조선·금융 등의 사업군과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는 서비스 사업군이 한 지붕 아래 있으면서 효율적 자본 배분 등 경영에 제약이 발생해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14일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이 시장에서 재평가받고 경영 효율성이 증대되면 ㈜한화의 가치도 상승할 것”이라며 “복합 기업이 인적 분할해 각 회사의 고유 가치를 시장이 재평가하게 되면 시가총액이 상승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앞으로 신설 지주사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 주도로 테크 부문과 라이프 부문의 전략적 협업과 투자를 단행해 식음료(F&B)와 리테일 영역에서의 ‘피지컬 인공지능(AI)’ 솔루션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화그룹은 이날 한국거래소에 분할 재상장 예비 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같은 한화그룹의 계획은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관련 계열사들의 주가도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는 전 거래일 대비 2만 6000원(25.37%) 오른 12만 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화의 주가는 장중 13만 70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화뿐만 아니라 한화갤러리아(452260)(29.97%)는 가격 제한폭까지 올랐고 한화생명(088350)(10.44%), 한화손해보험(000370)(4.21%), 한화비전(489790)(4.82%), 한화솔루션(009830)(1.76%)이 상승했다.
계열 분리 본격화로 현재 6위인 한화그룹의 시가총액은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의 시가총액은 지난해부터 방산주가 고공 행진하고 미국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로 한화오션(042660)이 꼽히면서 전날 기준 사상 처음으로 150조 원을 넘어섰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한화오션은 2024년과 지난해에 걸친 수주 물량을 소화하면서 이익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며 “방산과 연계되는 한화오션은 4분기 실적은 대체로 예상치에 부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JP모건 역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목표주가를 기존 150만 원에서 16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한다”며 “4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서고 베네수엘라와 중동 등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재계에서는 이번 분할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중심으로 경영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간 그룹의 주력 사업은 김 부회장이 맡고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계열을,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유통과 리조트 등 라이프 계열 사업을 이끌 것으로 전망돼왔다. 이번 분할은 이런 관측대로 한화그룹의 경영 승계와 계열 분리가 진행될 것임을 재확인한 계기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라이프·테크 사업을 신설되는 독립 지주사 아래에 주면서 향후 승계 과정에서 김 부사장이 신설 지주사 지분만 확보하면 계열 분리가 완성되도록 포장을 잘해 놓은 셈”이라며 “금융 계열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형제 간 지분 교환 등을 통한다면 한화그룹의 경영 승계는 쉽게 마무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한화그룹은 이날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정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임직원 성과보상분(RSU)을 제외한 보통주 445만 주를 주주총회 등을 거쳐 소각할 계획이다. 이는 전체 보통주의 5.9%, 시가 5700억여 원(14일 종가 기준) 규모다.
또 최소 주당배당금(DPS)을 지난해 지급했던 DPS(보통주 기준 800원) 대비 25% 증가한 1000원으로 설정했으며 상장폐지된 제1우선주(한화우) 잔존 물량에 대해서도 장외매수 방식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지배구조도 선진화한다. △독립적 감사지원부서 설치 △최고경영자(CEO) 승계 정책 마련 및 운영 △배당정책 및 실시 계획 연 1회 이상 공고 △현금 배당 예측 가능성 제공 △주주 제안 관련 권리 및 절차의 홈페이지 안내 검토 등을 통해 투명 경영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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