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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같은 기체’로 발전효율 50% 달성…초임계 이산화탄소 뜬다 [사이언스]

원자력硏 발전실험동 가보니

화물차 짐칸 크기로 수백가구 발전

증기보다 압축 쉽고 터빈 잘 돌려

새해 수㎿급 핵심기술 개발 착수

中 “15㎿급 세계 최초 상용화”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 실험동에 놓인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기. 김윤수 기자




차재은(왼쪽)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로계통안전연구부 책임연구원과 이기쁨 선임연구원이 14일 대전 유성구 원자력연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 실험동에서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기를 소개하고 있다. 김윤수 기자


14일 방문한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 실험동. 이곳에 설치돼 있는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기는 가로 5.8m, 세로 2.3m로 대형 화물 트럭에 실릴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아담했다. 핵심 장치인 지름 40~50㎝, 길이 1m 남짓의 원통형 터빈과 압축기, 그 주변을 얼기설기 감싸는 크고 작은 배관과 전선은 마치 기차 엔진 칸을 떼어다 놓은 것 같았다. 전반적으로 기존 증기 발전기와 비슷해 보였지만 배관 속을 흐르는 물질이 증기가 아니라 초임계 이산화탄소라는 점이 결정적 차이다. 이 덕분에 비슷한 규모의 증기 발전기로는 어려운 500㎾(킬로와트)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통상 수백 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초임계 이산화탄소는 액체와 기체의 성질을 동시에 지니는 이산화탄소를 말한다. 물질은 일반적으로 고체·액체·기체의 세 가지 상태로 존재하지만 임계점이라고 부르는 특정 온도와 압력을 넘으면 초임계라는 제4의 상태가 된다. 액체처럼 밀도가 높은 동시에 기체처럼 점성 없이 자유롭게 흐르는 성질을 가진다. 이산화탄소는 31도, 74기압의 임계점을 넘으면 초임계 상태가 된다. 이를 이용해 터빈을 돌리는 발전 방식이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이다.

차재은 원자력연 원자로계통안전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초임계 이산화탄소로 터빈을 돌리면 이론적으로 발전 효율을 40~50%대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는 30%대인 기존 증기 발전의 효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발전 효율은 석유·원자력 같은 연료로 투입된 에너지 중 열 손실을 제외하고 실제 생산된 전기 에너지 비중이다.

그는 “초임계 이산화탄소는 증기보다 압축이 쉬운 덕에 발전기 크기를 이론적으로 20분의 1, 보수적으로 계산하더라도 5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연은 새해 이 발전기를 수 ㎿(메가와트·1000㎾)급으로 고도화하기 위한 신기술 개발도 시작한다. 후속 연구를 이끌 이기쁨 선임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핵심 기술인 재압축기 개발에 착수한다”며 “3년 내 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겠다”고 했다.

기존 증기 발전은 연료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생성된 증기로 자석 터빈을 돌려 전기를 일으킨다. 자기(磁氣)의 변화가 전기를 생성하는 전자기 유도 현상을 응용한 것이다. 그런데 기체 상태인 증기를 압축기에서 고압으로 압축해야만 무거운 터빈을 원활히 돌릴 수 있다. 압축에도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결국 이는 전체 발전 효율을 떨어뜨린다.





초임계 이산화탄소는 이미 액체처럼 고밀도로 뭉쳐 있기 때문에 압축에 드는 에너지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점이 증기보다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핵심 비결이다. 그러면서도 액체의 끈끈한 성질인 점성이 기체 수준으로 낮은 덕에 배관을 흐르는 과정에서 마찰로 인한 에너지 손실도 줄일 수 있다. 물 역시 초임계 상태로 만들 수 있지만 이산화탄소가 부식성과 독성이 더 낮은 데다 비교적 저온에서 다룰 수 있어 증기를 대신할 매개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점을 주목한 주요국들은 이미 서둘러 대응 중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중국원자력공사(CNNC) 산하 중국원자력연구소가 지난해 11월 15㎿급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소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알렸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로 전기를 만드는 데 초임계 이산화탄소를 도입했다. 기존 증기 발전 대비 발전량을 1.5배, 부지 면적은 절반으로 줄였다는 게 중국원자력연구소 측 설명이다. 중국은 관련 기술 개발에 수천억 원을 투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새해 10㎿급 발전소 실증을 추진한다. 에너지부(DOE)는 2017년 GTI에너지 컨소시엄에 1억 1900만 달러(약 1750억 원)를 지원하는 ‘초임계변환전력(STEP)’ 프로젝트에 착수해 2024년 4㎿ 시범 발전에 성공했다. 올해까지 10㎿, 효율 50% 이상을 달성하는 게 프로젝트의 목표다. 학계에서도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2003년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 가능성을 제시한 이래 아르곤국립연구소 등이 꾸준히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원자력연은 올해부터 5년간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로 재압축기를 개발한다. 성능을 수 ㎿급으로 확장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발전 효율을 40~50%대로 높이려면 압축을 한 번 더 거치는 발전 방식인 ‘재압축 사이클’이 필요하다. 원자력연은 아직 재압축기 없이 ‘단일 모델 사이클’만 구현해 약 20% 수준의 효율로 발전 가능성만 확인한 상태다. 이 선임연구원은 “재압축기 기술을 확보한다면 40% 이상의 고효율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 시스템을 구현하는 R&D 사업도 추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추격 카드도 있다. 독자 개발한 ‘자기 베어링’ 기술이다. 터빈과 압축기는 3만~4만 RPM(분당 회전수) 이상의 고속 회전을 필요로 한다. 회전에 필요한 부품인 베어링을 써야 하는데 기존 베어링은 기계식으로 조립돼 틈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에 초임계 이산화탄소를 밀폐하는 데 불리하다. 기계식 베어링에 칠하는 윤활유도 불순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우리는 회전체를 조립하는 대신 자기력으로 공중에 띄우는 자기 베어링을 도입해 완전 밀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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