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일 10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470원대 후반에서 마감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 상승이 단기 수급 요인을 넘어 거주자의 해외 투자 확대 등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8원 오른 1477.5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를 하루 앞두고 당국의 경계감이 이어진 가운데, 엔화 약세와 글로벌 달러 강세가 원화 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일본 정국 불확실성도 엔화 약세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오는 23일 정기 국회 소집과 함께 중의원 해산 의사를 공식 전달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재정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확대됐다. 엔·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외환시장 환경 변화와 정책과제’ 심포지엄에서는 최근 환율 급등의 구조적 배경을 둘러싼 전·현직 한국은행 인사와 학계·연구기관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졌다. 심포지엄은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금융학회, 외환시장운영협의회가 공동 주최했다.
권용오 한은 국제국 팀장은 “최근 높은 환율은 한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비관론에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외화 유출 우려가 겹친 결과”라며 “일방적인 환율 상승 기대가 단기적인 외환 수급 불균형을 키웠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권 팀장은 한·미 성장률 및 금리 격차, 미국 주식시장의 장기 호조, 고령화와 산업 경쟁력 약화, 글로벌 무역 질서 변화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상반기 8.5% 하락했다가 하반기 6.3% 상승하며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연말 기준으로는 전년 말 대비 2.7% 하락했지만, 연평균 기준으로는 4.2%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DXY)는 전년 말 대비 10.0% 하락했음에도 원화의 명목·실질 실효환율은 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 큰 폭으로 절하됐다.
권 팀장은 “최근 1400원대 후반의 환율 수준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미 금리 격차나 통화량 확대만으로 최근 환율 상승을 설명하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0년 3월부터 2024년 9월까지 한국과 미국의 통화량 증가율은 각각 49.8%, 43.7%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환율 상승 국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과제도 제시했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국민연금의 환 헤지 정책과 외환거래 방식을 점검해 경쟁시장으로서 외환시장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선물환, 통화옵션, 통화스와프, 외화차입, 외화채권 발행 등 다양한 헤지 수단의 비용과 효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시장 제도 개선에 대한 우려에 선을 그었다. 그는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이후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유의미하게 확대됐다는 증거는 관측되지 않았다”며 “동일 시간대 기준으로 정규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보다 약 4% 낮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시장 제도 개선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한재준 인하대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따른 외환시장 영향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불법 외환거래 등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스테이블코인을 지급수단으로 규율할 수 있도록 외국환거래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가능성에 대비한 정책적 설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 발표자들이 모두 한국은행 출신 학자·연구자라는 점에서, 이번 논의가 향후 외환당국의 정책 방향 설정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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