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6이 폐막했다. CES를 두고 인공지능(AI)과 물리적 세계가 결합하는 피지컬AI로의 전환을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와 함께 큰 대세적 흐름은 있었지만 지난 2~3년간 괄목할 만한 혁신은 찾기 어려웠고, 사실상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를 이끄는 젠슨 황과 중국 로보틱스 기업들의 독무대였다는 시각도 있다. 행사가 지나치게 상업화되면서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꾸준히 CES를 두드린 단골 스타트업 대표들의 생각은 어떨까. 직접 전시 부스를 차리고 경쟁사들의 제품을 둘러본 이들의 메시지는 “일단 가서 많이 보라”는 조언으로 귀결된다. CES 혁신상을 거머쥘 정도로 글로벌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이들은 CES와 같은 국제 무대에서 인사이트를 얻고 힌트를 얻었다고 귀띔했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포드대에서는 CES 혁신상을 수상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여 ‘CES 참관: 미국 진출의 약인가 독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K이노베이션센터(KIC 실리콘밸리)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 5명의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여 CES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토론회에는 이유건 반프(지능형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VP(사업 총괄), 이동헌 에이슬립(AI 슬립테크 솔루션) 대표, 윤찬 에버엑스(AI 기반 디지털 재활 솔루션) 대표, 김순철 메디코스바이오텍(거미실크 단백질 재생의료) 대표, 김유석 일만백만(AI 영상 올인원 플랫폼) 대표가 참석했다.
사회자가 토론자 5명에게 “다른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CES 참가를 권유하겠느냐"고 질문하자 5명 모두 "권유하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국제 무대에서 보고 배운 것들이 경영 노하우가 됐고, 실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메디코스바이오텍의 김 대표는 CES를 통해 미군 대상 사업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일반 바이오 포럼에서는 접할 수 없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CES를 통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메디코스바이오텍은 세계 최로초 거미실크 단백질 기반 난치성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욕창 3~4기, 당뇨성 족부궤양 4~5기 치료에 적용된다. 미군 장교들이 메디코스바이오텍에 치료제 수요가 굉장히 많다면서 관심을 보였고 실제 논의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만약 바이오나 메디컬에 특화된 컨퍼런스였다면 미군을 만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미군이 훈련이나 전쟁터에서 굉장히 많이 다치기 때문에 빨리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늘 고민하고 있었는데, 우리 솔루션을 보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제는) 폼 타입도 있지만 말 그대로 거미줄이 방사되듯이 스프레이 방식이나 크림 방식까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니즈(수요)를 CES를 통해서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시절 사비를 털어 참관할 정도로 CES를 즐겨찾는 에이슬립의 이 대표는 “여러 시도 끝에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야한다는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에이슬립은 올해 삼성전자와 수면데이터 기반 침실 최적화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CES에서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회사 인지도를 쌓는 전략으로 효과를 봤다. 그는 “삼성은 다 알지만 에이슬립은 모르기 때문에 삼성과 함께 한 전략이 이번에 주효했던 것 같다"며 "에이슬립이 삼성전자 침실의 메인 제품으로 소개 됐고, 제가 직접 700개 팀 VIP 투어를 맡으면서 기아차 사장 등 여러 국내외 사장단을 안내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CES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 행사를 통해 사업 아이디어를 찾은 사례도 있다. 국내 최초로 원격치료 모니터링 솔루션을 미국 식품의약국(FDA) 2등급 의료기기로 등록시킨 에버엑스의 윤 대표 이야기다. 그는 “미국은 물리치료사가 부족하고 의료비가 비싸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재활을 못 받는다는 문제를 알고 있었다”며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 기기를 만들고 임상 시험을 하던 중에 미국에서 이와 관련된 새로운 수가(의료행위에 산정·지급되는 금액)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윤 대표는 “CES는 아니었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박람회에 갔다가 그런 소식을 접했다”며 “수가 소식을 듣고 상당히 큰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때부터 준비에 들어갔고, FDA 2등급 의료기기를 등록하고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기업이 미국 사업을 추진할 때 시장을 잘 모른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라며 “시장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냥 많이 오는 것이다. 와서 많이 부딪히고 만나야 한다. CES나 헬스케어에 특화된 행사들에서 자꾸 기회를 잡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cy@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