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 전문가 10명 중 3명은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한 차례도 인하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과 물가 및 부동산 시장이 모두 불안해 연내 금리를 내리더라도 한 번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경제신문이 12일 국내 경제·경영학 교수와 채권시장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전원이 이달 15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경우 한은은 지난해 7월 이후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게 된다. 동결 이유로 응답자의 75%(15명)가 고환율을 꼽았고 부동산 가격 및 가계대출 증가 우려가 15%(3명)로 뒤를 이었다.
‘다음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0%(6명)가 “올해는 금리 인하가 없다”고 밝혔다. 직전 설문조사 때인 지난해 11월에는 2명(10%)만이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는데 2개월 사이에 세 배나 늘어난 것이다.
니머지 14명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모두 한 차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상반기’ 6명(30%), ‘하반기’ 6명(30%), ‘기타’ 2명(10%)이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부동산 가격 상방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만큼 지난해처럼 한은이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에 인하하더라도 환율 안정과 주택 가격 조정이 동시에 전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각종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고 고환율로 인한 물가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도 지난해보다는 나을 것으로 보여 연말까지는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환율, 부동산 경기를 보면 금리 인하를 재개할 명분이 없다”며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다는 점도 한은이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재정경제부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산한 잠재성장률(1.7%)을 웃도는 수치다.
올 상반기 환율 수준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0%(6명)는 원·달러 환율이 1440~1460원 미만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환율이 지금보다 크게 오를 가능성을 예상한 답변도 적지 않았다. 1460~1480원 미만과 1480~1500원 미만을 예상한 응답이 각각 2명(10%)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도 20%에 달했다.
환율 안정을 위해 지난해 말 외환 당국이 내놓은 조치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최남진 원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외화의 국내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예치한 외화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해 한은이 이자를 준다고 했는데 실제로 금융 기업들이 실행할지 미지수”라며 “외환 당국의 실개입 등도 자칫 외환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달 말로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동결 전망을 제시한 응답자는 65%(13명)에 달했다. 기대치를 웃도는 미국 성장세와 주식시장 과열, 여전히 높은 물가 압력이 동결 전망의 배경으로 꼽혔다. 미국이 금리를 동결하면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 어렵게 된다. 환율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이 다시 거세질 경우 연준의 인하 횟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 횟수로는 2회 인하가 60%(12명)로 가장 많았고 3회 이상 15%(3명), 1회 인하 10%(2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문가 20명이 제시한 점도표(향후 기준금리 전망)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금리 평균 전망치는 연 2.47%로 집계됐다. 올해 연말 기준금리 평균 전망치는 연 2.33%로 소폭 낮아졌고 내년 상반기와 내년 말 전망치는 각각 연 2.28%, 연 2.24%로 나타났다. 다만 내년 말 기준금리가 연 3%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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