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업 전반에서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지만 외국인 유학생은 비자 제도상 단기 인력으로도 활용이 불가능해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용 경직성을 완화해 22만 명에 달하는 유학생을 위험성이 낮은 단기 일자리 인력으로 활용할 경우 중소 제조업계의 만성적인 고용난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호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업체 A사는 지난해 공장에서 소형 부품을 조립할 단기 인력을 구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고용했다가 법무부 단속 대상이 됐다. 대구에 위치한 B 제조업체 역시 최근 발주 물량 증가로 제품 포장에 외국인력 활용을 검토했다가 법·제도적 장벽 때문에 구인을 포기했다.
현재 법무부는 유학생의 제조업 취업이 국내 고용 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허용 범위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D-2 비자)이 시간제 취업을 할 수 있는 분야는 음식점 보조, 통·번역, 관광 안내 보조 등으로 제한돼 있다. 제조업 취업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이상을 취득한 경우 건설업을 제외한 제조업 취업이 가능하지만 TOPIK 4급 이상 유학생은 30% 안팎에 불과하다. 이처럼 높은 진입 장벽 탓에 시간제 취업 승인을 받아 근로한 유학생은 2023년 기준 22만 6507명 중 9.5%에 그쳤다.
현장에서는 내국인 인력 유입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력 활용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122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 중인 중소기업의 82.6%가 고용 사유로 ‘내국인 구인난’을 꼽았다. 반면 외국인력 활용 목적을 ‘인건비 절감’이라고 답한 기업은 13.4%에 불과했다. 중소 제조업체의 외국인력 활용이 비용 절감을 위한 목적이 아닌 내국인 인력난에 따른 대응이라는 의미다.
실제 시장에서도 외국인 대상 제조업 아르바이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알바천국 조사 결과 지난해 11월 기준 외국인 대상 아르바이트 공고 비중은 8.21%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업종별 분류의 경우에도 제조업 공고 비중은 9.57%로 서비스·외식업 등 다른 업종보다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력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유학생은 국내에 체류하며 이미 지역사회 적응을 마친 잠재 인력이라는 평가다. 특히 중소 제조기업이 주로 위치한 비수도권 대학의 유학생 비중이 전체 유학생의 45%를 넘어서며 유학생을 대체 인력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단순 제조 업무에 한해서라도 유학생 고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TOPIK 기준을 현실화하거나 안전이 담보된 제조 공정에 한해 유학생 고용 범위를 늘려달라는 요구가 제기된다. 한 제조업체 대표는 “안전이 중요한 공정을 제외하고 단순 조립·포장 업무에 한해서라도 유학생 고용 허용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차원에서도 단기·보조 인력 공백을 유학생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9월 외국인 유학생의 고용허가제 취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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