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떠나 지방에서 일하라는 제안에 청년들이 요구하는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연봉을 17% 이상 더 얹어줘야 지방 근무를 고려하겠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연봉 4000만원이면 약 700만원, 5000만원이면 800만원 이상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지방 근무는 청년층에게 ‘기회’가 아니라 ‘손해’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에 최근 공개된 연구 보고서 ‘청년층의 지역별 직장 선호 분석-포항지역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전국 청년층은 수도권 대신 포항에서 근무하기 위해 현재 연봉의 약 17%에 해당하는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리적 거리와 권역 내 산업 생태계에 대한 인식이 지방 근무 수용도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청년들이 지방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의 질’이었다. 산업군 선호 분석 결과, 철강 등 전통 제조업에 대한 기피 현상은 전국·권역을 가리지 않고 뚜렷했다. IT·AI 산업과 비교해 제조업을 선택하려면 연봉의 11% 안팎을 더 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 여건도 결정적 변수였다. 종합병원 접근성이 떨어질수록, 대중교통이 불편할수록 청년들은 더 많은 보상을 요구했다. 종합병원까지 90분 이상 걸리는 지역은 45분 이내 접근 가능한 지역보다 10~14%의 추가 보상이 필요했고, 자가용이 필수인 교통 환경 역시 약 9~11%의 ‘불편 비용’이 붙었다. 상업시설과 문화·여가 인프라, 교육 환경도 모두 근무지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의외로 중요한 요인은 ‘조직 문화’였다. 수평적 조직에 비해 수직적 조직 문화가 강한 기업은 연봉을 10% 이상 더 줘야 선택을 받았다. 주거 지원이 전혀 없는 경우에도 청년들은 약 9~12%의 추가 보상을 요구했다. 연구진은 “지방 근무 기피는 임금 문제가 아니라 생활 전반의 체감 격차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방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청년은 달랐다. 6개월 이상 지방 거주 경험이 있는 청년층은 그렇지 않은 청년보다 지방 근무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낮았다. 추가 보상 요구액도 약 11%포인트 줄었다. 연구팀은 “지방 기피는 실제 여건보다 ‘모른다는 불안’이 만든 측면도 크다”며 단기 체험이 아닌 최소 6개월 이상의 중장기 인턴십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권역 내 대학과 기업을 잇는 산학협력 강화, IT·AI·이차전지 등 신산업 중심의 구조 전환, 의료·교통 인프라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돈을 더 준다고 청년이 오는 게 아니라, 살 만하다고 느껴질 때 비로소 선택지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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