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국내 양봉꿀벌의 수분(受粉) 활동이 2040~2060년에는 현재보다 평균 59% 급감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과일·채소 등이 생산되기 위해서는 꽃가루를 옮겨주는 수분 활동이 필수적인데 ‘자연의 일꾼’이 기후위기로 인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생태계뿐만 아니라 국내 농업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강원대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 최근 제출한 ‘화분 매개 곤충의 생태계 서비스 평가 및 변화 예측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수분·꿀 생산 등을 위해 기르는 양봉꿀벌의 수분 서비스는 2040~2060년에 2020~2024년 평균 대비 50~6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꿀벌의 수분 서비스 변화율이 측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연구진은 2040~2060년 기후변화 정도를 이산화탄소 저배출·고배출 시나리오로 각각 구분해 연구를 진행했다. 저배출 시나리오는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돼 2100년께 대기권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432ppm(ppm=100만분의 1)으로 낮은 수준에 도달하는 경우다. 고배출 시나리오는 화석연료 사용이 크게 늘어 2100년 이산화탄소 농도가 1089ppm까지 증가하는 경우로 가정했다. 2024년 기준 이산화탄소 농도는 424ppm이다.
연구진이 지난해 시범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강원도 내 꿀벌과(科)의 수분 서비스 변화량을 측정한 결과 2040~2060년 도내 전체 꿀벌의 수분 서비스는 2020~2024년 평균 대비 저배출 시나리오에서 평균 6%, 고배출 시나리오에서 평균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중 양봉꿀벌의 수분 서비스는 같은 기간 저배출 시나리오에서 평균 50%, 고배출 시나리오에서 평균 68%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를 총괄한 강원대 생태조경디자인학과의 장원석 교수는 “양봉꿀벌의 경우 단일종이라 기후 적응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고 군집 내 생리·행동 특성이 기후 스트레스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이에 꿀벌과 전체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경우 수분을 통해 생산량을 확보하는 국내 과수·과채 농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와 그린피스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작물의 75%, 세계 100대 농작물의 71%는 수분 매개를 꿀벌에 의존하고 있다. 양파·아몬드 등은 100%, 사과·딸기 등은 90%를 꿀벌에 의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농작물 재배 현장 내 꿀벌 의존도는 2011년 48%에서 2020년 67%로 증가했다.
최근 몇 년 새 발생한 꿀벌 대량 폐사 사태는 실제 국내 농가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국내에서는 2021년 겨울 78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지는 꿀벌 군집 붕괴 현상(CCD)이 발생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내 봉군(여왕벌이 있는 벌통) 가격은 봉군당 평년 15만~20만 원에서 2022년 3월 15만~30만 원으로 급등했다. 이를 시작으로 2022년 9~11월에는 3개월 새 100억 마리, 2023년 초에는 약 140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농가의 꿀벌 사육 규모는 2019년 약 274만 군에서 2024년 말 기준 약 254만 군으로 5년 새 약 7.5% 줄기도 했다. 이에 현재 일부 지역에서 봉군 가격은 5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교수는 “곤충 수분은 한국의 농업 생산 및 영양 안보에 필수적인 서비스”라며 “반면 국내는 생태계 서비스 관점에서 꿀벌과 같은 화분 매개 곤충을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법규와 정책이 부족해 종합적인 전략이나 장기적 비전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수분 서비스의 연간 경제적 가치를 약 37억~45억 유로로 추정해 수분 서비스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목표를 설정했으며 일본은 꿀벌 수급 조정 시스템과 지방자치단체 단위 대응을 통해 양봉업과 농업 간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장 교수는 “장기 기후 전망과 연계한 기후변화 적응형 수분 서비스 시나리오를 구축해 미래 위험 지역 예측, 취약성 진단, 시기별 관리 전략 수립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jo@sedaily.com








